좋은 글일지, 도움이 되는 글일지는 잘 모르겠어요.
난임에 관한 글들을 보면서 제가 썼던 글이 생각나서 가져왔어요.
긴 글이 싫으시면 --------------------- 줄 아래부터 읽으시면 됩니다.
올해 한국 나이로 저는 마흔이 되었고,
어쩌다 보니 사랑하는 사람이 독일인이어서 독일에서 벌써 4년 넘게 살고 있어요.
저는 스페인이 너무 좋아서 혼자 스페인어를 배울 정도였고 평생은 아니어도 스페인에 머물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유럽 삶을 꿈꿨다거나 그런 적은 없었기 때문에
아직도 독일 생활이 저한테 딱 맞는다고 느낀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막상 한국이 아닌 타지에서 살아보니, 그렇게 원하던 스페인이었어도 마찬가지일 거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에서 살면서 좋다고 느꼈던 것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에 큰 두 가지 이야기를 해보려고요.
남자가 화장실에서 여자처럼 앉아서 볼 일을 해결하는 것이 너무 좋았고,
그다음은 커플들에게 하지 않는 질문이에요.
화장실은 유치원 때부터 교육 하는 거라 어떤 한인 부부의 웃픈 일화도 있어요.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자꾸 변기에 앉아서 일을 해결하니까,
아빠가 남자는 서서 하는 거라고 고쳐서 유치원 보내면, 아이는 유치원 가서 선생님께 혼나고,
집에 와서 다시 앉아서 보다가 아빠한테 혼나고를 반복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유치원 선생님의 호출을 받고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유치원 선생님께 거의
혼나면서 들었다는 일도 있었어요.
좀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본론으로 돌아와서 독일에서도 커플들에게 대놓고 묻지 않는 두 가지 질문이 있어요.
어쩌면 당연히 조심해야 하거나 조금 민감한 문제인데,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질문을 하거나 받았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그런 질문을 하기도 하고 받기도 하며 살던 문화에 살다가 독일에서 실수했던 내 경험이기도 해요.
유럽이 전반적으로 그런 경향이 있는데, 독일에서도 커플들이 결혼을 잘하는 편이 아니에요.
한국의 문화에 비교했을 때, 기피하는 쪽에 더 가까워요.
아니, 살아보지도 않고 그 사람을 얼마나 안다고 결혼을 해?
결혼한다 해도 결혼 자체를 한다기보다 제도적인 편의나 혜택에 의한 경우도 많아요.
보통은 서로 조금 알고 지내고 사귀며 지내다가 함께 동거를 시작하는데,
동거에 대한 인식이 워낙 자연스러워서 동거도 연애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보거든요.
그래서인지 동거 없이 결혼을 한 커플에 대해 조금 의아해하기도 해요.
한국에서는 아직 유럽처럼 당연시하는 문화가 아닌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가요?
요즘 세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 세대는 그래요.
혼전 경험이 흠이 되고, 엄마가 아시면 유혈사태가 발생하기도 하는;;;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이 과거라는 이름의 경험이 되어 막상 결혼할 때 문제가 되거나,
결혼 후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었던 세대였어요.
(모두 그렇다가 아니라, 많이 그랬다 입니다.)
게다가 독일에서는 미혼모에 대한 인식이나 보장되는 것들이 나쁘진 않아서
아이를 혼자 키우는 것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기도 해요.
물론, 유럽이라고 뒷말이 없고 미혼모에 대해 모두 관대하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 비한다면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쓰지 않고 덜 눈치 보며 사는 것은 분명하거든요.
때문에 동거 중 혹은 교제 중에 아이가 생긴 것이 반드시 결혼으로 이어지지도 않아요.
결혼에 대한 관점과 생각들이 확실히 자유분방하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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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독일 문화에서는 커플이 함께 살고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이런 커플에게 절대 하면 안 되는 두 가지 질문이 있어요.
하나는, "너희는 언제 결혼할 거야?"
두번째로는, "아이 계획은 없어?" (아기 안 낳아? 등등)
동거 중이거나 교제 중인 연인에게 결혼을 언제 할 거냐,
또는 결혼할 거냐는 질문을 아주 사적이고 조금은 예의 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예의 없다라기 보다 무척 민감한 사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질문 자체를 매우 불편해하거든요.
물론,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해서 버럭 화를 내거나 직접적으로 그런 질문하지 말라고 일러주는 경우도 드물어요.
또, 독일인들 중에서도 분명 무례하거나 눈치 없는 사람도 분명 있고
많은 외국인들은 잘 모르니까 쉽게 물어보는 경우도 있거든요.
언제 결혼하냐는 질문을 하면 안되는 이유는 두번째로 해서는 안되는 질문의 이유와 비슷해요.
아이에 대한 계획은 쉽게 물어서 안 되는 이유가
'혹시' 커플 중 어느 한쪽의 문제로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이런 경우가 흔하지 않지만, 그 흔하지 않은 경우가 공교롭게도 내가 질문한 그 사람의 사연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런 경우에 그 질문만으로도 이미 아픈 상처를 들쑤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피하는 거에요.
또, 커플에 문제 없는 경우라도 아이를 늦게 가져야 하는 상황인데
나이 들면 애 안 생긴다, 다 때가 있다, 그러면서 걱정한다며 하는 질문과 조언 자체가
커플에게 큰 스트레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삼자가 건드려서는 안 되는 문제라고 보는 거죠.
같은 맥락에서 결혼도 그래요.
둘 사이에 사정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것을 굳이 묻는 것은 지나친 오지랖이라고 생각하는 거에요.
여자는 너무 결혼하고 싶은데, 남자는 아니라거나, 그 반대의 경우이거나,
단순한 질문이 결혼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덮은 상처를 들추는 꼴이 되기 때문이에요.
제가 결혼한 시점 즈음에서 우리 시누가 지금의 남자 친구와 함께 살기 시작해서
벌써 몇 년째 함께 살고 있는데 너무 잘 어울리는 커플이거든요.
둘의 성향과 취향이 많이 비슷하고 성격적인 부분에서도 반대로 대립될 만한 부분들이
서로에게 결핍된 부분을 채워주며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바람직한 커플의 모습이었어요.
너무 잘 어울리고 안정적인 커플인데 왜 결혼하지 않는 것인지 의아해서 제가 물었었죠.
"너네 언제 결혼할 거야?"
그 날 밤 집으로 돌아와서 토마스씨에게 조금 혼났어요.
질문 당시에도 남편이 대충 눈치를 보내서 내가 실수했다는 것을 인식하고 더 묻지도 않고
대답도 대충 얼버무려 넘어갔긴 했지만, 그래도 좀 마음이 불편했어요.
전 당연히 결혼할 것이라는 전제에서였고 언젠가 시누와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기에
가까운 사이에서는 물어도 되는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남편이 가능하면 묻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아, 그리고,
지금 저희가 살고 있는 집, 바로 아랫집에 시부모님의 40년 지기 친구 부부가 살고 계시거든요.
그 부부가 처음 만나서 알콩달콩 연애하고 결혼하고도 지금까지 40년간 알고 지낸 가까운 친구사이죠.
그런데, 그 부부는 언제나 조용하고 젊은 사람들의 발길도 없는 그런 집이었거든요.
그래서 언제가 시엄마께 물어봤더니 그 부부는 아이가 없다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왜냐고 물었는데, (그때 이런 질문 하면 안되는 거 몰랐을 때)
시엄마하시는 말이, 자기도 모른다 였어요.
40년 넘게 친구인데, 그 부부가 직접 그 이야기에 대해서 한번도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기에
단 한번도 물어본 적이 없어서 지금도 그 이유는 모른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냥 추측 할 뿐이죠.
본인들이 직접 꺼낸 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상처가 되는 질문이라고 생각하는 거에요.
저도 결혼한지 4년이 넘었고 게다가 나이도 이제 심하게 많아졌는데,
독일에서 같은 한인 빼고는 한번도 그런 질문 받아 본 적 없었어요.
혼자 가지고 있는 걱정이나 스트레스가 일단 그런 질문에서 자유로우니까 맘이 더 편하더라고요.
지난 휴가 때 한국에 갔을 때도 며칠 동안 독일에서 몇 년 살면서 받았던 것 보다 더 많이 질문 받고;;;;
제가 이 글을 쓴 이유는,
그냥 이 글을 읽는 오유분들만이라도, 적어도 이거 읽는 몇 분들이라도
커플들에게 그런 질문을 먼저 묻지 않고 기다려준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미 이런 질문 안하는 분들이 많을테지만, 그냥 당연하게 기다려주는게 되면 좋겠다 싶었어요.
이거 저 혼자만 좋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져;;
모두들 좋은 밤되세요!
아 좋은 글이네요.
오지랖은 양날의 검 같아요.
친근함과 관심의 표현은 의도치 않게 불편과 모욕감을 주기도 하지요.
딴소린데 앉아서 볼일 보는게
나중 생각하면 남자한테 별로 좋은게 아니래요 ㄸㄹㄹ
저도 지금 독일 사는데
여기 부모들 마인드는 내 자식이 결혼 하건 애가 있건 그건 너희 문제! 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내 딸이 집에 남자친구를 초대한다? 그건 걔의 문제. 나도 내 남친 초대하는데 뭐가 문제?
이런 식
남녀 문제는 절대 터치하면 안되요.
WG의 42살 남자애한테 24살 여자애가 매일 놀러 오는데 여자 친구냐고 물어보니 우린 사귄는거 아니고 O스만 해. 이러는데
같이 집에서 요리해서 밥먹고 놀고 나가서 놀고.
그냥 신경 끄고 삽니다.
글잘읽었습니다
점차적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보편적인 상식으로
물어보지않는 문화로가야한다고생각하네요
이혼에대하여서도 왜이혼했냐 묻지않는것이중요하단생각도해봅니다 두사람문제뿐만아니라 양가 집안문제 난임 경제적 다양한이유로 헤어질수있는것인데 말이죠
그래서. 저부터 커플 만나서 얘기하다가. 혹은 지인들이랑 얘기하다가 말 끊길때 굳이 할말 없어서 저런질문 하는거.
그전에는 나도 왜 저게 실례가될 수 있는지 몰라서 예전에는 저도 했던적 있는데요.
앞으로는 안하려고. 안하려고 노렫해요
한번에 안되는데. 입술 까지 나왔다가그저 습관적으로 나왔다가 참은적도 있거든요. 그렇게 저부터. 안하려고요....
일부러 결혼한 친구들에게 묻지 않는 질문이 아기는 언제 가질꺼야? 둘째는 언제 낳을꺼야? 같은 아이에 대한 질문인데
나한테도 아무도 묻지 말아줬음 좋겠어요...
더불어서 결혼했냐고 묻는것도. 우리나라문화에선 결혼 유무가 차이가 있다하지만,
개인 사생활인데..... 묻더라도 좀 조심스럽게 물었으면-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