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입니다. 어딘진 비밀.
7세반들 중 한 반의 이야기인데 (유치원 시스템이 역대급이라는게 아니라 그 특정 반에서 이루어진 일임)
그 유치원은 특이하게 project를 수행하는 개념이 있음. 아이들끼리 과제를 정하고 그걸 창작해서 결과물을 발표하는. 정해진 커리가 없음. 장점은 무궁무진한 꺼리들이 나오는 것, 단점은 선생님의 실력에 따라 편차가 심함.
아무튼,
아이들끼리 여러나라 국기에 대해 연구하던 중 아프리카의 어떤 나라 이름이 나오자 한 아이가
'아 우리 엄마가 여기에서 누나 한명을 도와주고 있어요'
'그래? 그럼 그거 관련된 이야기를 가져와서 아이들에게 소개해줄래?' - 여기서 선생님의 능력이 빛을 발함. (대개 칭찬해주고 대충 묵살하기 마련)
그래서 아이들은 그 누나의 사진을 함께 보면서, 못사는 나라, 잘사는 나라에 대해서 생각해보다가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라고 스스로 과제를 내리고 프로젝트 돌입.
포스터 제작
다른 반 (7세, 6세 5세만) 돌아다니면서 프로젝트 소개, 지원 호소
원장님, 원감님 설득(?)해서 각종 지원도 약속받음
결국 다른 반 아이들에게까지 못입는 옷을 기증받아서
잘 포장해서 그 나라 보육원에 (보육원도 선생님과 함께 찾아보고 이메일 보내고 컨택함) 보내서
그 보육원에서 아이들이 옷 입은 사진도 찍어 보내주고 (아! 저 옷 내가 보낸거야! 내가 포장한거야!!!)
아이들 이름으로 하나하나 감사장을 보내줌.
물론 원장선생님이 직접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감사장 수여.
물론 이런거 하나로 아이들의 인생 전체가 바뀌진 않겠지만,
유치원 졸업식장에서 가장 많이 회자됨. 아이들의 인식의 지평도 늘어나고, 포스터를 그려서 유치원 벽에 붙이면서 미술활동도 하고, 계획도 세우고, 역할분담도 하고...
이게 특별히 비싼 뭐 그런 러그셔리한 유치원이 아니라 그냥 동네 유치원에서 벌어진 일임..
음... 뭐라고 끝을 내야하나.
아무튼 학년이 바뀌면서, 학부모들이 전부 그 선생님에게 우리 아이 반 맡아달라고 민원이 물밀듯이..ㅎㅎㅎㅎ
프로젝트 컨텍 고급용어들이 ㅋㅋ 아기들 유치원다니는게 재밌었겠네요. 선생님이 진짜 대단하신 분인듯. 그리고 그 쪼끄마한 애들이 "이 언니 도와줘야되요!"하고 다녔을 것 생각하니 귀여워죽겠네요 ㅋㅋㅋ♥♥♥
프로젝트 접근법 이네요 ㅋ 교사의 적절한 개입(주도하지 않기)과 리드가 관건이죠 ㅋㅋ 물론 아이들의 능력이 첫째로 바탕이되구요! 교사시절 다양한 주제로 프로젝트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ㅋ 재밌었는데 ㅎㅎ 글쓴님 아이와 친구들이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니 흐뭇합니다^----^
거 유치원 교사 진짜 열일했네요...
애들 돌보면서 이메일 보내서 연락하고 택배 붙이고...
그 선생님 따로 데리고유치원 하나 만들고 싶네여..
그러니 제게 로또당첨의 기회를 주신다면 ....... ...
아 근데 저런 프로젝트. 정말 좋아요 청소년기에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