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대학 다닐 때였는데 총학생회 앤드 한총련 생활 열심히 하고
한겨례신문, 한겨례21 맨날 읽고, 집회 맨날 나가고 이런 입장에서 신자유주의, FTA, 파병 등등 핏대 세우면서
반대집회 빠지지 않고 나갔던 입장에서 저 역시 하나의 가해자였을텐데요
그때 야권 지지자들이 입은, 그리고 제가 주었던 상처들을 정리해보면 이런 것들이에요
1. 훈계질과 타박하기
홍세화의 그대 이름은 무식한 대학생 칼럼은 워낙 유명하고,
박노자, 황진미 이런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훈계하고
이게 결정적이었던게 노사모, 그후 나꼼수 팬층에 대한 진보언론들과 패널, 자칭 전문가, 학식 집단의 혼냄은
지금 생각해도 심하디 심했죠
저 역시 가해자이자 피해자였어요
그리고 이게 거대 담론이나 지면뿐만 아니라 생활적인 측면에서도
너무 좋아하고 존경하고 수배받느라 집에도 못가는 선배들은 맨날 집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애들을
엄청 혼냈죠 니네가 열심히 안해서 동기들, 후배들이 안 따라오는 거라고
거기서 나타나는 비민주성, 권위성등이 혼란을 만들고 상처를 입혔어요
그런 문제들은 지금도 나타나잖아요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시민들과 그를 위해 처음으로 당적 생활도 해보는 수많은 사람들을
특정 빠로 몰고가며 무시하고 혼내잖아요
그때 상처가 다시 안 도질 수가 없어요
2. 진보 단체, 시민 단체, 진보 언론들이 보여준, 참여 정부에 대한 지나친 비판들
사안 별로 보면 FTA 반대할 만한 부분도 있었다고 보고 파병도 반대할 수도 있었다고 봐요
다만 참여정부를 적으로 규정하고 배제하고 무시하고 흔들고
그러면서 오히려 보수 정권, 한나라당 이런 사람들에게 더 힘을 실어준 건 사실이거든요
거기에 대해 참여정부가 끝나고 이명박이 집권했을 때 이명박보다 참여정부를 누구보다 더 욕을 한건 바로
그때 참여정부를 욕한 사람들이었죠.
그리고 정작 이명박과 가장 열심히 싸운 나꼼수 멤버들은 음모론자로 가장 비웃었던 사람들이었기도 하고요
저 역시 자유로울 수 없네요
일화 하나를 소개해드리면 당시 인기있던 느낌표라는 방송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출연한 적이 있었어요
느낌표는 사회참여적 방송이었고 0교시 폐지나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을 다루면서 사회적으로 실제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방송이었죠
평소 이 방송에 협력하던 온갖 시민단체 사람들이 자기네 단체들이 생각하는 사회 문제에 대해
참여 정부의 입장을 묻고 문제제기를 하겠다며 벼르기 시작했죠
단 느낌표는 엄연히 예능이었기 때문에 당시 피디였던 김영희 피디는 일정 선을 넘지 않기를 바랬고
당시 현장 분위기는 그래서 개판이었어요
방송 끝나고 당시 엠비씨 홈페이지와 한겨례21 등에서 당시 시민단체 사람들의 인터뷰에선
하나같이 아무 얘기도 못했다 그럼 뭐하로 불렀냐 이러면서 노무현과 참여정부를 엄청나게 비판했죠
근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런 방송이 기획됐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우리나라 방송계에
대단한 진보였는데 말이죠
이건 단편적인 것이고요 예능에서도 이정도인데 종로 거리는 어땠겠어요?
그동안 군사 정권에서 싸웠던 사람들이 이제 목소리를 내겠다고 너도 나도 나서면서
시위는 격화됐고 사람들도 죽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군사정권 대하듯 싸울 필요 없었던 정권이었잖아요
저도 이럴 수가 있냐며 FTA 반대, 파병 반대때 마스크와 모자 쓰고 각목 들고 열심히 앞에 섰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둘 다 당시 정권 내에선 최선을 다한 거였더라고요
그걸 아무도 알려준 사람은 없었어요
이런 문제점
그동안 하지 못했던 걸 이제 시작했는데 오히려 더 욕하기 마련인 모습
그걸 이번 동성애 단체들이 보여주는 모습을 보며 그 상처가 도지기 시작했어요
그러다보니 오히려 과격하고 절치를 무시한 저런 행위가 이젠 사람들에게 곱게 보이지만은 않는 거죠
3. 근데 참여정부한테 욕하는 모습만큼 이명박근혜정부를 욕했던가?
위에서 말한, 참여 정부에 대한 처절한 싸움이 이명박근혜정부의 처절한 탄압 속에선
사실 크게 나타나지 못한 것도 사실이란 말이죠
과거 군사 정권이 몽둥이로 진압했다면 이명박근혜 정권은 '손해배상' '사법처벌'로서 대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탄압이 참여정부보다 더 극심했기 때문에, 거기에 언론들도 제대로 보도해주지 못한 환경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었겠고
제가 더이상 학생이 아니고 직장인이어서 거리로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기도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반대로 생각해보면 당사 앞에서 시위하고 기자회견장에서 난입해도 처벌하지
않기를 바라는 모습은 이명박근혜정부보다 훨씬 나은 상황임에도 똑같은 적으로, 똑같이 나쁜 놈으로
규정하는 모습에서 애당초 다른 집단인데 왜 저렇게 욕하지? 편은 자기들이 갈라놓고
왜 이명박근혜가 싫어서 진보언론들에 후원하고, 팟캐를 찾아 듣는 사람들이 편가르기 한다고 혼내는 거지?
공정하지 않아 보이고 현실 인식도 안하는 것 처럼 보이고 억울하고 이런 상처들
지금도 똑같이 혼나고 있는 것 같아서 슬프네요
그 외에도 차마 글에 옮기기 힘든, 그분의 서거는 그 상처 중에서도 결코 잊히지 못할 트라우마고요
그분이 겪었을 외로움과 그분을 잃은 사람들의 상처 속에서
전 후회했고, 부끄러웠고, 죄책감을 느꼈으며, 저 역시 상처를 입었어요
그런데 그때 공격하던 저 사람들이 자기들은 책임 없다며, 그런적 없다며, 설령 했더라도
우리가 뭘 잘못했냐는 모습을 보며 이백번 양보해서 설령 그 말이 사실일지라도, 그런 잘못이 없더라도
그때 공격하던 사람들을 보며 상실감과 상처가 도지네요
그걸 또 요즘 상황에서, 이번 토론 이후에
일률적으로 나타나는 온갖 사회단체들과 언론들의 모습에서
그때 기시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네요
아 글이 너무 기니까 짜증나네요
죄송합니다
그상처가 지금 문재인을괴롭히는 악마같은 넘들과 비교가됩니까? 그상처는 나중에 봉합해도되요
좋은 글이네요.
저도 왜 지켜드리지 못했는지 후회가 돼요
그 때가 좋은 때인 걸 뒤늦게 알아서
맞는 말입니다. 저도 대학시절 민노당 진보 지지하다가 선민의식과 입으로만 말하고 실천은 안되는 이중성 때문에 지금은 관심을 안 가집니다.
ehdehddl// 제 말은 왜 성소수자들의 여러 항의와 언론, 시민단체의 모습이 현재 야권 지지자들에게 그다지 호응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말씀드린 건데 글이 좀 너무 길어서 잘못 전달됐나봅니다.
[리플수정]글 잘쓰셨고 동의합니다 이 글을 보면 왜 문재인 지지자들이 공격적으로 방어할 수 밖에 없는지 이해가 되죠 노무현을 지키지 못했고 그 원인이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은 마타도어였으니까요 그 트라우마때문에 더 뭉치고 더 공격적으로 방어를 하게되고 그러는겁니다
지금은 그때와는 다릅니다. 그 시절엔 각 자의 처지를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했었고.
지금은 협치와 경쟁이 가능한 상대이다라는걸 지지자 대부분이 압니다.
ehdehddl// ㅎㅎ 난독인지 의도된 오독인지..
추천 합니다.
이게 아마 지금 진보라는 가면을 쓴 집단에 대한 문재인 지지자들의 심정일겁니다.
정성어린 좋은 글에 추천 하나 드려요. 숙독했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솔직히 한국의 진보는 잘봐줘야 안초딩 수준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