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은 마케팅을 잘합니다

우선 이 글은 논리적으로 전개해본 뇌피셜입니다. 캐논이랑 인터뷰를 한 것도 아니니.
여튼 캐논은 마케팅을 잘해요. 제품을 못 만드냐? 그것도 아니고요. 카메라 성능이 사실 요즘 좀 뒤쳐지고 있긴 하지만 이건 전자기기로서 시대의 흐름을 못 따라온 거고, 그게 꼭 나쁜 건 아니에요. 다만 왜 오막삼 정도까지만 해도 기술력으로 업계를 선도하던 캐논이 지금은 힘을 못쓰냐. 제 생각에는 그렇습니다.
업계가 상향평준화 되어가는 이유는 소니나 삼성 같은 곳에서 만드는 센서를 다른 회사들이 사다쓰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만들어진 센서를 프로세싱하는 쪽에만 연구개발력을 투입하면 되니까요. 이전보다 회사 운영상의 리소스에 여유가 생기는 거죠.
반면 캐논은 자사 센서를 고집하고 있죠. 여기서 어떤 차이가 발생하냐면, 센서나 프로세서나 어차피 캐논이 만들고 있잖아요. 즉 캐논은 센서를 만드는 수준에서 프로세싱 기술도 멈춰있을 거란 말입니다. 프로세싱이 일단 센서에서 들어온 걸 건드리는 기술이니까 센서 발전 없인 더 나아질 순 없을 거에요. 또 반도체 개발 수준이 센서랑 같은 수준에서 멈춰있다면 프로세서를 고성능으로 만들 수도 없을 거고요.
그렇게 생각해보면 아무리 말해도 고쳐지지 않는 4k 1.7크롭 같은 게 왜 쉽게 개선되지 않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아니면 혹시 프로세서는 공장을 따로 짓고 만든다던가 그런가요? 제가 보기엔 그랬으면 이렇게 몇년 사이에 뒤쳐지진 않았을 겁니다.
다만 제가 궁금한 건 C700 FF 같은 건 어케 만드는 것인지...??? 5.9k FF에 60프레임 녹화라니 말이죠. 물론 여기도 디직을 3개나 넣었다고 나오긴 하는데... 이게 급나누기라면 경악할 수준의 급나누기죠. 아무리 수천만원짜리 장비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차이나게 만들면. 이 부분은 좀 팩트에 정통한 고수님들의 의견을 듣고 싶네요.
여튼 렌즈는 그렇지 않죠.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렌즈 개발 과정에는 변화가 없어요. 어차피 빛을 다루는 거고 물리적인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여기는 다른 회사들보다 더욱더 R&D 성과가 나오고 있어요. 그런데 여기서 과연 캐논이 무슨 특별한 마법을 부리고 외계인을 고문하는 걸까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이미 렌즈라는 건 어느정도 개발될만큼 됐고 어차피 렌즈 하나 새거 나오면 다른데서 다 씹고뜯고맛보고 리버스엔지니어링 다 해볼겁니다. 심지어 물리적으로 빛을 다루는 게 렌즈이니만큼 그게 어려울리도 없어요. 7장인 보면 렌즈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타사 카피긴 하지만) 용누오는 대놓고 카피 만들고 있죠. 삼양도 24.28, 35.28 순식간에 만들고 소니 덕분에 마운트 정보가 생기니까 이제 렌즈 금방금방 만들죠.
여튼 제가 보기에는 캐논은 다른 게 아니라 마케팅과의 협력이 잘되는 겁니다. 다른 회사들에 비해 캐논은 '유저가 원하는 것'을 잘 만듭니다. 혹은 그 이상으로 예컨대 스티브 잡스처럼 '유저들의 내면에 잠재된 니즈'를 꺼내서 업계를 선도하는 것도 잘 합니다. 제가 맨날 까는 오이만두 같은 렌즈들도 사실 좋잖아요? 분명 다른 곳에 없는 AF 1.2 시그니쳐 렌즈죠. 캐논은 그런 허를 찌르는 일들을 잘 합니다. 남들이 '과연 이게 될까?' 싶은 것도 해버리죠. 이건 카메라회사로서가 아니라 그냥 회사로서 캐논이 엄청 잘하는 일이라고 봐요. 이게 되는 회사들은 분야에 관계없이 잘됐고요.
또 이미 ef마운트를 일찍 꾸려왔고 업계 선두기 때문에 자금력에서 여유가 있기도 하죠. 그리고 추측에는 카메라 바디쪽에서 마진이 엄청나게 남을 겁니다. 공장 새로 안 지은지 엄청 오래됐는데 그 돈이 어디로 가겠어요?
사골센서가 단점만 있지도 않습니다. 안정성이란 면에서 엄청 장점이 생겼습니다. EOS R같은 경우에도 너무 실험적인 걸 넣어서 승부한다기보단 최대한 안정적으로 만들었어요. z시리즈나 소니가 펌업이나 새 바디, 새 기술이 나올 때마다 우당탕탕 하는 것과 대조적이죠. 오직 실험적인 건 UX, UI에 관한 부분이죠. 이건 얼마든지 실험해봐도 괜찮다고 보는 겁니다. 그 결과가 스위블 액정 같은 것들을 잘 뽑아주고, RF에서 컨트롤링어댑터 만들고 그런 거죠.
더불어 요즘 말하는 맥락의 마케팅도 잘합니다. 렌즈 여러개 준비해서 한방에 빡 내놨죠. 실제로는 당장 나오는 건 85.2L이지만 이미 사람들 머릿속엔 '캐논은 렌즈 여러개 한번에 공개함', '니콘은 근데 뭐함? 방망이깎는노인임?' 이런 식으로 각인됐죠. 니콘도 분명 1년에 6~7개 내놓겠다고 했는데 말이죠. 어차피 캐논도 그 이상 내놓진 않을 겁니다. 정말 놀라운 게 캐논이나 니콘이나 이제 겨우 서로 5개씩 나왔어요.
캐논
85.2L
2870L
24-105L
50.2L
35.8
니콘
24-70 2.8s
24-70 4s
14-30s
50.8s
35.8s
그런데 이미 사람들 머릿 속에는 캐논은 렌즈 열댓개는 내놨죠. 이런 것도 잘하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안 만드는 걸 허위광고한 것도 아니고요.
소니가 A마운트 버리고 내놓은 것도 그정도 속도죠. 새 마운트는 설계를 완전 새로해야하기에 무작정 빨리 만들면 위험할 수 있어요. 당장 e마운트도 그래서 요즘 GM렌즈들 관련된 이슈가 있잖아요? 그냥 렌즈는 렌즈고 마운트는 마운트인 게 아니라 복합적으로 설계가 완성돼야 하죠.
다만 과거에는 위기도 있었죠. 자기들 장점을 너무 믿고 소홀하던 경향도 있었어요. 예컨대 니코르 1424가 캐논 L렌즈들을 발라버렸던 것처럼 말이죠. 재밌는 건 그 시절이 딱 한창 캐논이 오두막으로 최초 FHD vDSLR 만들어낸다던가 하면서 카메라 바디에 관계된 기술력으로 업계를 선도하던 시절입니다. 결국 지금 몇년 지나니까 니콘이 객관적으로 렌즈 성능에서 후달리게 됐죠. 바디 성능에서 앞서고요. 그렇게 카메라 회사들은 서로 물고 물리면서 발전을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캐논이 잘할 수밖에 없죠. 이젠 출발선이 달라지기도 했고, 위에 렌즈 라인업보면 알겠지만 캐논은 미러리스 유저를 아주 명확하게 타겟팅했습니다. 하이아마추어, 플래그쉽 레벨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서브 카메라를 쓰는 유저들. 니콘은 반면 그냥 정석대로 가고 있죠. 이런 거만 봐도 캐논이 지기는 힘들 거에요. 58.095 언제 나오냐..........
덤으로 여기서 변태같은 게 핸드폰으로 이미 전자레벨 만렙인 삼성이었는데... 결국 카메라 손 털고 진정한 승자가 됐죠.
엄청 길고 노잼인 글이 됐네요 죄송합니다...
그리고보니 이걸 왜 여기 썼지; 관련글이라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