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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외조를 하고 싶네요..

" 광선아 
  미경이 이번에 11월에 입촌한다
  고생 잠만 하자 "

....
에이.. 설마...

대통령기 결승전에서 혜진이랑 기분좋게 경기 맞추고 감독님한테 말씀드렸다고 했는데...
올해 태극마크 반납하고 팀에 헌신한다고 했는데.. .설마....


" 여보.. 진짜야?   
  당신 11월에 입촌해? "

"....응...미안...
 어떻하지? 자기 세차일도 힘들텐데...
 애기도 봐야하고.. 살림도 봐야하고... 
 우리 베이비 시터 알아볼까? "

솔직히 이번만큼은 양보를 할수가 없었는데...
점점 주문량도 늘어나고...
단골 손님도 많아져서...
나만 열심히 더 파고 들면 당신 은퇴해도
병원도 다니고 애기랑 여행도 가도 될꺼라고 생각했는데..
뭔가 머리속에서 툭 하고 끊어지는 기분.....


" 미경아. 진짜 너무 하는거 아니냐?
 나 이제 매출 좀 올라오는데... 이게 뭐야.
 국가대표 그만두었다메 뭔데?
 왜 이렇게 나한테 왜이래. 5년동안 참았어.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꺼냐고!!"

순간 욱해서... 5년동안 쌓아둔 내 비참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 아내가 국가대표라서 좋으시겟어요 '
' 한방이죠? 올림픽 금메달 따면.. 좋으시겠어요'
' 사장님!! 이렇게 힘들일 왜하세요 ? 외조하세요~~ 그게 더 현명할거 같은데 "

처음엔 그런거 없었는데...
아내의 태극마크가 어느 순간 저에게는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주일동안 혼자 화나서....혼자 바보처럼...
잘도와주던 육아도 손 놓고  집안일도 손놓고 
새벽부터 나가서 밤늦게 집앞 포장마차에서 소주한잔 하고 일부러 늦게 들어 갔습니다.

그리고 오늘 사단이 나버렸죠...

청주로 올해 전국체전때문에 전지 훈련가는거 알고 있었는데..
아내가 제 눈치가 보였는지... 
출퇴근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허리에 문제가 생겨서... 혼자 병원갔다가 하루종일 누워있네요...

부랴부랴 오늘 모든스케줄을 다 접고 집에와서 정말 마음이 찹찹하네요....

유치원에서 아이 데리고 와서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아내 마사지 해주고 지금 재웁니다...

대표팀이든 소속팀이든...
국내에서 제일 나이 많은 현역 유부녀 선수인데...

소속팀 감독님이든 대표팀 감독님이든
나이도 있고 경력도 있으니 알아서 조절해서 운동하라고 하는데
승부욕으로 매일매일 젊은 선수들 처럼 훈련하니 정말.. 옆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죽을 맛이지만..

조용히 아내 장구류 정리해 봅니다.


마지막이겠죠....
마지막일겁니다...


진짜.... 미경아....사랑해..
건강하게 살자.... 
이제.. 평범한 남편으로써 외조하고 싶다...










댓글
  • 경탄핵축 2017/09/28 01:04

    미경씨, 남편이 사랑한답니다. 긍까 코치님 말씀 좀 들으삼!!!
    그리고, 작성자님?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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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쁜말대잔치 2017/09/28 01:48

    기운내세요!!!
    이번만 잘 지나고 나면 더행복한 날들이 가득가득 다가올거예요^^
    진짜 힘내세요!!!! 응원많이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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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왓더헬?! 2017/09/28 02:20

    헐...
    아내분 서운하셔도 남편분 눈치보여서 티도 못 내겠어요.. 저도 국가고시 비슷하게 준비하는 게 있는데, 남자친구한테 대충대충 살라는 위로 아닌 위로와 조언 아닌 조언에 충격받고 상처받았는데.. 외조라고는 하시지만 아내분이 눈치를 보실 정도면, 남편이라고 해도 그 힘든 싸움과 노력..혼자 준비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여기에다 임금님귀는 당나귀귀 하시고, 아내분 하시는 일, 외로운 싸움 되지 않게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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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키니야미안 2017/09/28 03:07

    솔직히. 너무 대단하신 분이고 꿈에 대한 열정과 남편분의 사랑의 외조가 어우러지는
    정말 좋은 커플에 - 우려의 말씀이 누가 되지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움으로 댓글합니다.
    몸도 아프고 남편분도 지치셨는데, 그래도 하시겠다면 몸이라도 조금 아끼셨으면 합니다.
    제가 양궁에 대해 뭘알겠습니까마는.. 꿈과 건강사이에서 고민해본 바로는
    건강을 잃으면 모든것을 잃다는 너무 분명한 사실이 있으니 사랑하는 가족들 생각하셔서
    결과나 성적 이전에 내몸과 맘을 다스리는 데 집중하며 마지막 활동 잘 다녀오시길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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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hahaha 2017/09/28 09:31

    오유 첫글부터 쭉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우와 멋있다... 금메달... 대단하시다... 했는데 점점 감정이 이입되고 얼마나 힘드실까, 두 분 다 아니, 애기까지 얼마나 다 힘든걸 버티고 계실까 싶어서 가슴이 찡했습니다
    지금 너구리님은 가족 세분이서 3인 4각으로 열심히 달리고 계시는 것 같아요 ㅎㅎ
    골이 멀지 않았습니다! 하나가 지나면 또 새로운 골이 생기겠지만 세 분이서 사랑하는 마음으로 합을 맞추고 계시니까 언제나 그 길은 꽃길일 거예요
    늘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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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uN 2017/09/28 09:45

    힘내시고 아내분도 건강히 경기 마무리 잘할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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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파육 2017/09/28 10:42

    사랑하시니까 고민하고 힘드신거겠죠. 지금까지도 얼마나 많이 애쓰셨는데요.
    운동선수 배우자분들 다 한고충하시던데 일도 하시면서 외조도 하시려니 정말 여간 고된게 아니셨을거고요.
    고3 부모도 2년하면 신물이 난다는데 5년이나 하셨으니 얼마나 힘드시겠습니까. 예전 글을 봤던 기억이 있어 더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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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콤등갈비 2017/09/28 10:49

    형님!! (나보다 멋지면 다 형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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