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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혼하는 게 어떨까?

 
초등학교 5학년 딸, 1학년 아들 키우는 친구가 있어요.
국민학교(우리때에는 ^^;) 동창인데
지금 몇 안 남은 친구 중 한명입니다.
 
친구는 친구대로, 저는 저대로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통화와 주로 깨톡으로 소통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집도 멀어요. 두어번 만나면 자주 만나는 편이고요.
 
거두절미하고,
 
불과 일주일전까지만 해도 여느때처럼 활발히
스맛폰으로 대화하고 전화했던 친구가
오늘, 깨톡하다가
이혼해서 애들 데리고 산 지 4개월 정도 됐다는 얘기를 했어요.
귀를 의심했어요.
물론 신혼초부터 애아빠와 '성격차이'로 다툼이 잦은 건 알고 있었지만,
아니 4달이라니.
그 시간 동안, 저는 또 싸우지는 않는지 걱정하는 등 열심히 물어봤거든요.
 
우선, 친구에게 소홀했던 제 자신을 크게 혼내고
다음, 그런 중차대한 소식을 왜 지금에서야 말하느냐고 크게 화냈습니다.
 
캐톡으로 하기에는 너무나도 큰일이라 즉시 전화했더니
다행히 목소리가 밝았어요.
 
정신이 없었대요.
미혼인 제가 그 과정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갈라서고 경력단절여성 취업인가 뭔가 알아보며
직장 구하느라 지금도 정신없다며...
어느정도 가라앉은 후에 알려주고 싶었다고 하는데
눈물이 쑥 나오더군요.
 
재산분할, 양육비 같은 돈문제 깔끔하게 해결했다고 하네요.
다행인지 아닌지..... ㅠㅠ
친구가 이혼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닙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신혼초부터 부부 관계가 안 좋았어요.
그 젊은 나이에 뭐가 그리도 급한지
남편 만나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애들 키우는 재미로 살았던 것 같아요.
 
휴대폰에 충전기 꽂고 2시간 넘게 통화했어요.
그러다가 눈물이 빵 터졌죠.
친구가 이혼을 결심했던 계기가 딸 때문이라는 대목에서요.
 
아빠, 엄마가 티격태격하는 걸 어릴 적부터 보고 자란 애가
어느날, 또 그러니까
친구랑 밥먹다가 말고, 
"엄마, 아빠랑 싸우는 거 힘들지 않아? 이혼하는 게 어때?" 그러더래요.
그 작은 입으로 "나는 싸우는 것 많이 봐서 괜찮은데, 동생(이름은 생략)
이 싸우는 날에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무서워해서 이렇게 살면 안 되겠어!"
남매를 한방에서 재우는데, 부부싸움 하는 날에는 둘째가 자다가 일종의 경기를
일으킨 것 같아요.
 
친구의 그때 심경을 옮기자면, 쇠망치로 머리를 두들겨 맞는 기분이 들었답니다.
"3학년 올라가서 이혼해줬으면 하는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참았다"라는
얘기를 듣고는 쪽가위로 내장을 따는 것 같았다고.

그날 남편한테 아이가 한 말 전달하고,
서로 고민끝에 합의했다고 합니다.
 
딸이요. 애가 참 ~~~ 대견하면서 짠해요.
이혼 후에 친구 눈치를 많이 보며
"엄마 괜찮지?"라는 질문을 많이 한답니다.
생활환경이 달라진 동생도 잘 보살피면서.
 
걱정이 앞서서
친구한테 아동정신 건강 클리닉 같은 데 알아봐서
전문가 상담하라는 당부의 말을 건넸어요,
겉으로는 씩씩하지만
아이가 그런 생각을 하기까지
얼마나 큰 고민을 했고 고통스러웠는지.
안 그래도 알아보고 있다는 대답에 마음이 놓였습니다.

애들 앞에서 절대 싸우지 마세요.
(소통의 도구가 말이든 몸이든 가전집기이든 간에)
애들은 다 알아요. 스펀지처럼 빨아들여 기억하고.. 슬퍼하고.
그럴거면 차라리~
 
게시판을 찾다가 결혼게에 올립니다,
 
댓글
  • 두루루 2017/02/25 21:30

    맞아요. 아동학대상황을 알면서도 방치하는 것도 아동학대 가해라고 생각해요. 의사나 선생님이 아동학대로 의심되는데 신고 안했을때 처벌받는게 괜히 그런게 아니죠. 엄마도 가정폭력의 피해자라서 빠져나갈 생각을 못하는거라면 안타까울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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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레어베어 2017/02/25 22:16

    이 글을 읽고 이런 상황에 처한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위해 하루 속히 결단을 내리길 바랍니다. ㅠㅠ 아이들이 무슨 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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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잘했쪄 2017/02/26 00:58

    아유... 큰애가 안쓰럽네요ㅠㅠ 철은 일찍 들 필요 없는데... 얼마든 울고 떼쓰고 무섭다고 화내도 되는데 고 쪼꼬만 것이 자기만 참으면 된다고 동생 다독거렸을거 생각하니 아프네요...
    세 가족이 부디 마음 편히 행복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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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팥소보루빵 2017/02/26 00:58

    맞아요.  저도 어렸을때 엄마 아빠 싸우던거 들으면서 이불 뒤집어쓰고 울던거 지금까지도 생각나요.
    집에 압류딱지 같은거 와서 엉엉 울었던 생각도 나구요.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아빠는 정말....정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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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구리굴 2017/02/26 01:04

    어렸을때 부모가 제 눈앞에서 싸운 장면 성인되도 트라우마예요...ㅜ ㅜ
    아이가 벌써 속이 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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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모닉333 2017/02/26 01:35

    지금은 괜찮아도 사춘기나 나중에 커서
    후폭풍으로 상처가 되어 찾아올 수 있으니
    기특하고 짠한 친구분 따님 꼬~옥 제발
    아동심리상담 받았으면 좋겠어요 ㅠㅠ
    그리고 합의가 잘 되어서 정말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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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니티 2017/02/26 01:42

    그친구분께 전달해주세요 그런 귀한 딸가진것만으로도 성공한 인생이라고요 그리고 행복하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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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랑 2017/02/26 02:06

    말이야 그렇게 하겠지만 진짜로 쉽게 했겠어요.
    이미 그 전에 상황은 안좋았고 마음은 어느정도 정해졌는데
    단지 딸의 그 말이 일종의 트리거 역할을 했을뿐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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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34453 2017/02/26 02:13

    애는 애답게 커야 할텐데...
    왜케 철이 빨리 들어버린건지...
    조금 늦어도 되는데...
    기특하기도 하면서 마음이 아프네요
    힘든 선택하신만큼 행복해지셨음 하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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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장이텅~장 2017/02/26 02:34

    친구분은 정말 현명한 선택을 하신것같아요
    누구든 자신의 가정에서 폭력이 일어난다는거 인지했으면 제발 당장 애를 위해서라도 이혼하거나 가해자랑 피해자를 분리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가정폭력의 피해자인데요 원래 성격은 자존감이 높고 성격도 긍정적이고 밝았어요 어딜가든 사랑받는 사람이었구요 근데 어느순간부터 신경질적이고 잠만자기 시작했어요 자존감도 바닥을쳤고 주위를 돌보지 않기시작했어요
    매일 집에 들어가기 싫은건 당연했고 매시간 죽고싶었어요 차에 치여죽고싶다 누군가날 칼로 찢어주면 좋겠다 락스를 먹음 죽을까 지금당장 뛰어내릴까 이런생각을 하며 점점 피폐해집니다 의욕은 없고 밖에서 작은일로도 눈물이 터져요 누가봐도 이상하죠 사소한것들을 나열하자면 수도없겠지만 이런건 약과에불과해요
    지금은 독립해서 살고있고 그 누구도 날 해칠수 없다는거, 나는 너무 안전하다는거 잘아는데도 밖에서 큰소리가 나면 심장이 튀어나올듯이 뛰어요 이불속으로 뛰쳐들어가서 뒤집어쓰고 울면서 덜덜떨고 한참후에야 안정되요 아직도 지속적으로 맞는꿈, 악몽꾸고있구요 아빠랑 비슷한체형의 성인남성, 비슷한얼굴의 사람을 봐도 미친듯 심장이 뛰어요 무서워서요.. 이런 글이나 영상보고 접하면 눈물나고 무서워요 생각나서요
    아이가 어릴때 그런걸 경험하든 성인이 되어서 그런걸 경험하든 상관없이 트라우마는 오래가요 근데 확실한건 한번 손대기 시작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강도는 점점 세진다는거에요 안좋은 경험을 하는 기간이라도 짧게 만들어주세요 저는 어쩌면 평생 이렇게 살지도 모르겠어요
    가정폭력을 당하는 그시간동안 정말미쳐버릴것같아서 정신과에 혼자라도 가서 상담을 받아볼까 했는데 그땐 어리고 뭐가그렇게 무서웠는지 안갔거든요 그게 그렇게 후회되요 지금은가도 나아질지 모르겠어 그냥 살아요 가정폭력은 정말 사람하나를 평생동안 죽여두는 일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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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난바를먹어 2017/02/26 02:59

    저도 어린이집 다닐때 부모님이 새벽에 크게 싸우더니 갑자기 엄마가 차라리 죽겠다고 죽게 두라고 장농에 머리를 미친듯이 세게 들이받던게 20대로 들어선지 오래된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에 납니다. 전 옆에서 울면서 제발 죽지말라고 빌고 또 빌었구요.
    아이가 부모에게 이혼얘기를 꺼내도 여러가지 상황때문에 듣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엄마 돌아가실때까지 이혼 권유를 부모님 양측에 꾸준히 제안했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이혼하지 않으셨던 것처럼요.
    아이도 대견하지만 전 한편으론 아이말에 귀 기울여주시고 이혼이라는 힘든 선택을 하신 친구분도 대단하다고 생각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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