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천국 코하비닷컴
https://cohabe.com/sisa/1064950

일본 애니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여섯 작품.


아직 게시판마다 베오베로 올라가는 게 가능했던 시절

애니 게시판에다 써서 베오베 갔던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쓴 글.


그때 글을 기억하시고 좋게 봐주셨던 분들이 아직 남아 계시다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때와 굵직한 내용들은 별로 차이가 없고,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기술했습니다.



Q. 이 애니도 명작인데 왜 여기 없나요?

A. 업계의 흐름을 바꾼 여섯 작품을 소개하기 때문입니다.
명작을 소개하는 글이 아닙니다.

특히 AKIRA, 공각기동대, 카우보이 비밥은 전에 쓴 글에서도 많은 얘기가 나왔습니다.





1.jpg


1. 철완 아톰 (1963)


일본 최초의 TV 애니메이션.
만화의 신이라 불리는 데즈카 오사무의 대표작

당시 일본 애니메이션들은 미국 애니메이션의 하청으로 일한다거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목표로 하는 등, 전반적으로 미국 애니메이션의 절대적인 영향 아래 있었는데
제작비가 안따라주는 상황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멋진 움직임이 나올 리가 없었음.


아톰은 심지어 한 주에 한 편 방송하는 거라 움직임이 매우 뻑뻑했지만
그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한 화 한 화 캐릭터와 스토리에 집중하며 제작하게 됐는데

이것이 결국 미국 애니메이션과의 결정적인 차별점이 되었고
또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가장 근본적인 특징이 됨.

한 마디로 아톰은 진정한 의미의 '재패니메이션'의 탄생인 것임.

근데 애니메이션의 제작비를 저단가로 낮추고 캐릭터로 로열티를 받는 시스템을 도입한 첫 작품이기도 한데
이 때문에 오늘날까지 제작사, 애니메이터, 성우들의 작업환경이 나빠지게 한 어두운 면도 있음.








2.jpg


2. 우주전함 야마토 (1973)


스타워즈보다 앞서 리얼한 우주 드라마를 그려낸 고전 명작.

야마토는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초로 어린이 관객층이 아닌 청소년, 청년층 관객들을 모으는 데 성공했는데
'야마토 현상'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시키며 1세대 오타쿠들의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내게 됨.

이 애니메이션으로 애니는 어린이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지기 시작하고
그 전까지 쓰이던 망가에이가(=만화영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라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게 됨.

야마토로 인해 애니메이션은 일본 대중문화의 한 축을 차지하게 된 것임.








3.jpg


3. 기동전사 건담 (1979)


철저하게 아동층에게 외면받았지만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한 점에서
야마토와 비슷하지만 기존 애니메이션의 평면적인 선악구도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결정적인 차이.

즉, 고전 일본 애니메이션의 주축을 이룬 SF 로봇 애니메이션들은
철완 아톰과 마징가 Z의 절대적인 영향 아래 있었는데

건담은 거기서 더 나아가 우리의 적들은 무조건 나쁜 아수라 백작, 헬 박사가 아니고,
우리가 지키는 사람도 무조건 선하고 착한 것은 아니며
그 어떤 이유로 치장하려 해도, 전쟁은 전쟁일 뿐이라는 처절한 메시지를 담은 애니메이션.


건담이 야마토의 영향 아래 있고, 야마토와 비슷한 방식으로 애니 업계를 뒤틀었지만
건담을 여기 넣은 이유는 바로 위에 기술한 이유 때문.
어른 팬이 모이는 것에서 나아가, 어른이 볼 만한 '내용'이 담긴 시발점이기 때문.

그리고 야애니의 탄생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음.








4.jpg


4.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1982)


한 마디로 마크로스를 말하자면 지층의 경계.


마크로스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라온 애니메이션 세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첫 번째 작품임.
애니 역사에서 마크로스는, 마크로스 이전 애니메이션과 이후 애니메이션을 나누고 있음.

풀어 말하자면 애니 오타쿠들이 모여서 전투기, 로봇, 로맨스, 아이돌 처럼
자기들이 좋아하는 요소를 때려박은 오타쿠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서 대박을 쳤고
그 영향력으로 이후 애니메이션의 흐름은 조금씩 달라지게 됨.

애니메이션이 점점 마니아적으로 변화하게 된 현상을 대표하는 작품.
이전에도 대중적이라고 보기는 힘들었지만.








5.jpg


5. 신세기 에반게리온 (1995)


에반게리온이 준 영향에 대해 말하려면 되게 지루한 이야기로 들어가야 하는데
쉽게 말하자면 세기말의 거의 모든 문화매체에 영향을 주기 시작해서 그냥 많이 준 것이고

좀 복잡하게 들어가면 아즈마 히로키의 오타쿠 세대론으로 들어가야 함.
1세대 오타쿠는 에반게리온을 로봇 애니메이션과 서브컬쳐의 집대성이자 해체로,
3세대 오타쿠는 그와 별개로 캐릭터 중시 모에 애니메이션으로 본다는 것이 그 내용임.
걍 저 두 오타쿠는 소비양상 자체가 다른 존재들임. 둘이 이해를 못함..

에반게리온이 준 영향은 셀 수도 없이 많지만
굳이 따지자면 미국의 영향에서 갓 벗어난 1세대 애니메이션의 끝.








6.jpg


6.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2006)


하루히가 왜 들어가?! 싶은 사람도 분명 많겠지만

하루히의 애니화가 메가히트를 치면서
'애니화를 통한 라이트노벨 판촉'이라는 전략이 다시금 생겨남.
그 이전에도 라노벨 원작 애니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많아지게 된 이유는 하루히 때문.

즉 하루히 없이는 애니 업계에 10년 넘게 범람하는 라노벨원작 애니들이 설명되기 힘듦.












그리고 지금은 넷플릭스가 일본의 유명 회사, 명감독들과 함께
자신들만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들을 만들고 있는데

지금은 큰 변화가 없지만 이후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는 아직 모르는 이야기.


댓글
  • 레온페레로 2019/06/19 01:48


    1건담이 야애니 탄생에 결정적 기여를 한 이유 짤
    ->극장판 내용중 세이라 마스의 이 샤워신을 사람들이 극장에서 카메라로 찍더라...

    (yxpEmn)

  • 늑대와호랑이 2019/06/19 01:51

    하루히도 10년이 넘었는데,
    그 이후로는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것은 없는듯.
    진격거가 장르적 개척을 하긴 했지만서도.

    (yxpEmn)

  • 검은늑대™ 2019/06/19 02:25

    그 많은 작품중에 하루히는 뭔지 본적도 없다는..

    (yxpEmn)

  • 금연금주금욕 2019/06/19 02:49

    바이블 블랙도 있을 줄 알았는데... ㅜㅜ

    (yxpEmn)

  • Nokubura 2019/06/19 03:33

    자 1빠로 소개된 철완 아톰의 작가 데즈카 오사무의1967년 작품인 도로로가 2019년 리메이크 중입니다.
    태어나면서 몸의 12부위를 요괴들에게 뺏긴 햣키마루가 도로로와 여행을 통해 몸을 되찾는 이야기!
    다들 갓애니 도로로를 보십시오.
    http://todayhumor.com/?bestofbest_408790

    (yxpEmn)

  • bigfire 2019/06/19 03:36


    둥근 하늘을 그리며 꿈을 꾸네
    소년이여 신발을 팔아라!

    (yxpEmn)

  • 보끄미 2019/06/19 04:24

    넷플릭스가 만드는 건 애니고 드라마고 너무 재미가 없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yxpEmn)

  • VVan 2019/06/19 05:14

    지브리 작품 중 하나쯤은 넣어주고 싶은데,
    당췌 저중에 뭘 빼야할지, 지브리 작품 중에선 또 뭘 골라야할지 모르겠네요.

    (yxpEmn)

  • 그랑땡 2019/06/19 05:14


    마법소녀물은 세일러문 전과후로 나뉘죠.

    (yxpEmn)

  • 듀라한 2019/06/19 05:19

    확실히 하루히 이후로는 명작은 있을지언정 대작은 생각이 안나네요 간혹 새로운 시도를 하지만 그게 흥행이 안되니까요
    요즘엔 서비스신이 없는 일애니는 찾기힘들고 속된말로 남자오타쿠의 니즈를 맞추기위한 저속한 전개가 많습니다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높아져 단순 저예산은 그림체등으로 백안시하며
    개개인의 개성이 강해진만큼 시대를 아우를 시대정신도 모호하며
    대중을 사로잡을 카리스마를 보여줄 업계의 도전자도 거의 없습니다
    여러모로 상황은 어렵습니다만 현재 일본애니계는 주위사람에게 추천할만큼의 행보를 보여주진 않습니다 그게 가장 아쉽습니다

    (yxpEmn)

  • 대충사는형 2019/06/19 05:42

    1 ~ 5번 까지는 들어 봤는데, 6번은 이번 생에 처음 들어보는걸요??

    (yxpEmn)

  • 잉여randa 2019/06/19 06:28

    요즘은 겜판이랑 이고꺵인데 웃긴게 이게 한국에서는 고등학교때니깐 2010~14년쯤? 판타지소설이 그랬단 말이죠?
    그러다가 퓨전으로 넘어가고 판타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게 유행하다가 흠 일본도 똑같은 루트 타는거보면
    애니도 곧 멸망각이긴 한데 솔직히 요즘 시리즈물 구성많이 때리다가 영양가없는애들 늘어나고 짧은 단편들이 주를
    이루는거 보면 조금씩 약빨이 떨어지는것같기는함

    (yxpEmn)

  • 외눈박의지연 2019/06/19 07:21

    강연사가읍네요
    인생애니인뎅 ㅠㅠ

    (yxpEmn)

  • 동교동삼거리 2019/06/19 08:05

    저는 요즘 우주보다 먼곳 이라는 애니를 넷플릭스로 정주행 중인데 재밌더군요

    (yxpEmn)

  • 나옹이_D700 2019/06/19 08:27

    마지막 짤 두개는 무슨 애니인가요?

    (yxpEmn)

  • 나비향 2019/06/19 08:33

    야마토를 넣는대신 은철을 뻿군요..
    맞는 내용입니다..

    (yxpEmn)

  • 브레멘음악대 2019/06/19 09:50

    마지막 말에서 '지금은 큰 변화가 없지만'이 더 무섭다
    우리나라 드라마 업계는 넷플릭스가 손 뻗치자마자 들썩거렸다던데...

    (yxpEmn)

  • 세이세르 2019/06/19 10:04

    일상물이라는 탈을 쓴 미소녀동물원의 시초가 된 러키스타라던가...
    좀 더 세분화하서 파고들면 나름의 시초들은 다 있는듯해요.
    지금 이세계물을 유행시킨 작품은 코노스바로 봐도 되겠지만 최초의 작품은 엘하자드가 아닐까 싶고...

    (yxpEmn)

  • 보리의이삭 2019/06/19 10:57

    애니에 1도 관심없지만
    오타쿠 성지인 지브리가 없다는 것에
    기뻐하며 지나갑니다.

    (yxpEmn)

  • 비벨라곰팡이 2019/06/19 14:33

    어디든 다 그런것같지만.. 시대가 지날수록 현실을 담았던 가상에서 가상만을 담은 가상이 되어가는 느낌이네요. 좋고 나쁨과는 상관없이요.

    (yxpEmn)

  • 천조국아재 2019/06/19 18:46

    한줄요약: 넷플렉스 주식사러갑니다.

    (yxpEmn)

  • 개마개마 2019/06/19 18:50

    마지막 움짤은 무슨 애니인가요? 아름답네요

    (yxpEmn)

  • 하루히 2019/06/19 19:09

    저는 마크로스->에바->하루히 네요. 하루히 이후 10년이 지나서 그럴듯한게 나올까 싶은데 아직 소식이 없네요 ㅎ이제는 정말로 시대가 저물어 가나 봅니다.

    (yxpEmn)

  • 오사카직딩 2019/06/19 19:29

    이야 ㅇㅁㅇ... 게시물에서 나는 덕내 쩐다 ♡♡

    (yxpEmn)

  • 뿌룩뿌룩뿌루룩 2019/06/19 19:31

    전 라노벨하면 슬레이어즈부터 시작인줄 알았는데 제대로된 시작은 하루히부터였군요 ㅋㅋ

    (yxpEmn)

  • 375A 2019/06/19 19:32

    애니 잘 안보는데도 이런글은 상당히 재밌어요 ㅎㅎ

    (yxpEmn)

  • 냐냐냥 2019/06/19 19:34

    하루히는 보다가 11화부터 15까지인가 계속 반복되길래 내가 잘못보고있는건가 했던게 충격이였음..ㅋㅋㅋㅋ그런걸 내보내다니..

    (yxpEmn)

  • 아퀼라 2019/06/19 19:46


    이게 없어서 무효

    (yxpEmn)

  • 보쿠와오마케 2019/06/19 20:07

    아톰이 준 이정표는 캐릭터의 치중이 아니라 디즈니에 비해 딸리는 프레임수를 커버 치기 위해 어정쩡한 프레임 수량으로 다이다이 치는게 아니라 아예 극으로 줄여서 임팩트 있는 동작을 보여주게 되면서 제작 단가를 내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덕분에 디즈니의 부드러운 움직임이 아닌 적은 프레임으로 돌려 쓰기를 반복하므로써 나오는 역동적인 연출이 나오게 되고 이걸 재패니메이션의 장점으로 끌고 나가면서 이후에도 이런 식의 애니메이션들이 계속 나오게 되어 일본 아니메의 부흥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 저예산으로 가능한 산업’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올가미를 만들어준 애니메이션이기도 하기 때문에 아이러니 하죠

    (yxpEmn)

  • 수풀띠 2019/06/19 20:28

    10년이 지난 하루히가 찾는 이세계인들이
    지금 시대에 넘처나고 있죠.

    (yxpEmn)

  • 범고래Oo。 2019/06/19 20:41

    천원돌파 그렌라간이없다니....

    (yxpEmn)

  • Tooth2 2019/06/19 21:08

    에바가 영향력이 큰건 맞지만
    지나치게 과대평가 되어있지 않은가 싶어요

    (yxpEmn)

  • Mithril 2019/06/19 21:11

    당연히 여기에 마징가 Z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yxpEmn)

  • dagdha 2019/06/19 21:39

    이 글을 보면서 여섯개 애니의 모든 주제가와 삽입곡을 흥얼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yxpEmn)

  • CarpeDiem 2019/06/19 21:55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 !!
    이 노래 제목 하나에 그렇게 많은 의미가 있는지 처음엔 몰랐죠

    (yxpEmn)

  • 캐발랄 2019/06/20 01:20

    공각기동대도 들어갈 줄 알았는데 아닌가바여.
    군입대 당일까지 밤새서 보고 들어갔는데..

    (yxpEmn)

(yxpEm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