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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문아들의 꿈을 무참히 포기시켜버린 아빠.txt.jpg

7살인 첫째는 요새 한글 공부, 그림 공부가 한창입니다.


공부 잘하고 인사 잘하고 말 잘듣고 밥 잘먹고... 그런 식의 착한 어린이 행동을 하면


할머니나 할아버지에게 용돈을 천원 씩 받습니다. 어느덧 2만원이 넘었습니다.


핸드폰 게임을 하루에 1시간만 하라고 시키는데 칼 같이 지킵니다.


몇 분만 하라고 하면 게임을 신나게 하다가도 그 시간이 되면 딱 꺼버립니다.


남은 시간은 다음 날로 이월시키기도 합니다. (이건 반대했는데 와이프와 첫째가 합의했다네요 ㅡㅡ)


예를 들어 이런 식이지요.


"아빠 오늘 48분 했으니 내일은 1시간 12분 할 수 있지?"


이러다보니 저절로 시간 계산을 잘하게 됩니다.


그런데 시간을 모아서 나중에 한꺼번에 많이 하려고 하는지


제가 며칠 바쁜 사이에 6시간이나 모았다고 합니다.


제가 와이프에게, 이제 시간 쌓는 건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더니


와이프가 첫째와 말해서 1시간을 천원으로 바꿔서 시간을 다 없애겠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오는 카톡이 더 가관입니다.




그래서 첫째에게 물어봤습니다. 그 돈 모아서 뭐할거냐고.


돌아오는 대답이 더 놀랍습니다.


"낚싯대 살거야"


7살짜리가 낚싯대라니요. 저나 와이프는 낚시를 한 번도 해본 적도 없는데.


이유를 들어보니, 요새 핸드폰으로 낚시 게임을 종종 하는 모양인데,


옆 아파트 연못에 사는 금붕어를 직접 잡아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와이프는 저에게 제안을 합니다. 낚시까페를 가서 직접 물고기 잡아보게 해보자고.


그리고는 마침내 어제 저녁에 갔습니다.




제가 그동안 상상하던 낚시까페는 50대 아저씨들이 담배 하나씩 물고 앉아있는 그런 모습이었는데


직접 가보니 20대로 보이는 젊은 알바생이 친절하게 룰을 설명해주고 건전해보이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저는 회도 안 좋아하는지라 생선과는 친하지 않은데 파닥거리며 몸부림치는 물고기를 저울에 올리기란


두려움 그 자체였고 입에 걸려있는 낚시 바늘을 빼며 물고기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수없이 했네요.


첫째는 500g이 넘는 힘이 센 물고기를 보며 만져보지도 못하고 뒷걸음만 쳤고


돈 모아서 낚싯대 살 거냐는 물음에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습니다.


물고기 직접 잡아보게 하려다가 의도치 않게 꿈을 포기시켜버렸지요 ㅎㅎㅎ


한 시간 동안 가족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낸 우리는 나오면서 왠지 돈을 아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보, 우리 2만원 써서 (낚싯대가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10만원 아낀 거 같지? ㅋㅋ"




p.s 같이 가서 얌전하게 물고기 구경하며 놀아준 둘째, 셋째 쌍둥이 사진도 추가 첨부합니다~



댓글
  • 깜딱이야 2019/03/23 18:56

    아드님 신통방통. 머리 핵좋은 듯?!
    크게 될 거 같습니다?ㅋㅌㅋㅋㅋㅋㅋㅋ아 기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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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팥빙수 2019/03/23 18:56

    화목한 가정이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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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이거다 2019/03/23 18:57

    깜딱이야 //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 숫자에 대한 센스가 높은 것 같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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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이거다 2019/03/23 18:57

    팥빙수 // 인터넷에 올리는 글은 화목해보이는 것만 쓰는 법이지요 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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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임민트 2019/03/23 18:58

    훈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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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원석 2019/03/23 18:59

    나중에 이렇게 살고싶네요.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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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스토리 2019/03/23 18:59

    남자애 셋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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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이거다 2019/03/23 19:02

    라임민트 // 네 어제는 좀 훈훈한 하루였습니다 ㅎ
    오원석 // 말씀드렸다시피 좋은 모습만 쓰는지라...ㅋ 감사합니다~
    제스토리 // 네 맞습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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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샹크스 2019/03/23 19:04

    와 독신주의자인데 결혼이 하고싶어지는 글이네요
    보는 사람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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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작크리스 2019/03/23 19:04

    젊은알바생이 친절하게... 젊은알바생이 친절하게... 젊은알바생이 친절하게... 젊은알바생이 친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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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이거다 2019/03/23 19:06

    샹크스 // 좀 진지하게 쓰자면, 제 주위를 보면 어떤 배우자를 만나냐에 따라 결혼생활은 천차만별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와이프를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정말 좋은 사람 있으면 꼭 결혼하세요. 행복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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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이거다 2019/03/23 19:06

    백작크리스 // 남자였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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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지환 2019/03/23 20:55

    7살인데 똑똑하네요..
    게다가 부모님들도 너무 좋은 분들 같고
    아이들이 나중에 크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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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난봉래 2019/03/24 00:42

    오 이쁜쌍둥이까지ㅋㅋㅋ
    요새 두돌쌍댕이 보믄서 ..한2ㅡ3년지나면 지금처럼 안이쁘면 어쩌나.걱정햇는데 글보니 안심되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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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당탕쿵쾅 2019/03/24 00:45

    벌써 피셔방식을 터득했군요.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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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즈질유저 2019/03/24 01:34

    ㅎㅎㅎ 훈훈하네요; 아들이 참 크게 될 인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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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좀비야구 2019/03/24 04:05

    애를 잘 키우기도 했고 절제능력을 타고난 것일수도 있고. 하여간에 교육으로 절제하는 능력을 벌써 갖추게된게 축복임. 어른들도 못하는 사람 쌔고 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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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락길따라 2019/03/24 05:11

    [리플수정]우리집에도 7남아 있는데요.
    한글공부하라고 하니 싫다고하네요 이유를 물어보니 다음날 다까먹는다면서.
    신비아파트 귀신잡는게임만 푹빠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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