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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여행기-윤봉길 의사의 마지막 흔적을 찾아서, 일본 카나자와.

 



1932년 4월 29일 상하이에서 윤봉길 의사는 상하이사변 전승기념식에서 폭탄을 투척하였습니다.


육군 대장 시라카와 요시노리 등이 사망하고, 육군 중장 우에다 켄키치, 일본 공사 시게미츠 마모루 등이 부상당합니다.


그 후 윤봉길 의사는 체포되어 일본으로 이송됩니다.


그리고 1932년 12월 19일 아침 7시 30분경, 24세의 나이로 일본 육군 9사단 주둔지인 카나자와의 한 야산에서 사형당합니다.


그 후 일본군은 윤봉길을 이 근방 묘지에 암매장하게 되는데 


광복 이후인 1946년에 백범 김구 선생과 박열 선생의 주도 아래 유해를 찾아 효창공원에 이장합니다.


그리고 현재 윤봉길 의사가 사망한 카나자와에는 윤봉길의사 암장지와 순국기념비가 세워져있습니다.



그리고 올 겨울에 카나자와를 방문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전에 세워진 도시는 똑같지만


일본은 철도역을 중심으로 교통체계가 갖춰져있습니다.


철도, 버스 등 어떤 방법으로 카나자와를 방문하더라도 그 입구는 카나자와역이라고 보면 됩니다.







카나자와역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노다산(野田山)에 있는 공동묘지 지역으로 갑니다.


21번, 22번 버스를 타고 노다(野田) 정류장까지 가면 됩니다.


일본의 시내버스 요금 체계는 우리나라와 다르고


이곳 버스는 여행객들이 자주 쓰는 교통카드 Suica가 호환이 안되니 


요금 내는 방법은 인터넷을 참고하시는게 좋습니다.









카나자와는 중간 정도 크기의 도시입니다.


버스를 타고 약 20분을 가면 교외에 있는 '노다' 버스 정류장에서 하차를 합니다.


시내를 빠져나가면 한산한 주택가 지역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노다야마 공동묘지로 이동을 합니다.











구글맵을 잘 따라가면 노다야마 공동묘지 근방까지 갈 수 있습니다.


참고로 겨울의 카나자와는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길거리에 눈이 쌓여있어서 걸어다니기 좋은 편은 아닙니다.


이날 역시진눈깨비가 많이 내린 편이라서 가기에 좋지는 않았습니다.


산쪽으로 갈수록 더 심하더군요.











언덕길을 올라가다보면 공동묘지의 입구가 보입니다.









공동묘지 입구에는 지도가 표시되어있는데, 윤봉길 의사 암장지는 표시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위치가 궁금하시다면 제가 오른쪽 화살표 표시해놓은 곳의 끝이 암장지입니다.


참고로 저 화살표는 만약에 차로 오실 때나 길찾기에 별로 자신없는 분을 위해 제가 추천하는 경로입니다.


구글맵은 저 경로로 안내해주지 않고, 공동묘지를 가로질러 가도록 표시해놓는데


공동묘지가 꽤 크고 복잡하기 때문에 안에서 고생하는 것보다 저 길로 가는 것이 나을 겁니다.















산쪽으로 올라갈수록 길에 눈이 쌓여있고, 진눈깨비도 많이 왔기 때문에 


언덕을 올라가는 길이 편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이런 날씨에 사람 구경이란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길거리에는 자동차라도 다니지, 


공동묘지는 사람도 하나 없어서 은근히 으스스한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언덕을 오르면 '이시카와현 전몰자묘원'이 나옵니다.


카나자와시가 속한 이시카와현의 전몰자들을 기리는 묘원인데


메이지유신부터 태평양전쟁 때까지 전쟁에 참전한 이시카와 현 사람들을 추모하는 곳이라고 보면됩니다.


보면 알듯이 넓직하고 으리으리하게 지어놨습니다.


심지어 러일전쟁 때 잡혀온 러시아군 포로들을 위한 묘소도 마련되어있습니다.




 





넓고 으리으리한 전몰자묘원 구석에는 관리사무소가 있고, 관리사무소 옆에는 작은 계단이 있습니다.


윤봉길 의사는 저 계단 밑에 있는 의자 건너편 조그만 공터에 암매장당합니다.












현재 윤봉길 의사가 암매장당한 곳에는 윤봉길의사 암장지 기념비가 있습니다.


일본군은 윤봉길 의사가 암매장당한 곳을 쉽게 찾을 수 없게 


계단길 바로 옆에 윤봉길 의사를 묻는데, 그곳은 전몰자묘원에서 행사를 하고 남은 쓰레기를 태우는 소각지였다고 합니다.


러일전쟁 당시 러시아군 포로조차 전몰자묘원에 묘소를 마련되어있으나


윤봉길은 아예 흔적을 지워버리고 모욕하려 했었던 것이죠.




1946년 윤봉길 의사의 유해를 찾기 위해 재일조선인들이 노다야마 공동묘지에 도착했으나


문제는 윤봉길 의사가 정확하게 어디에 묻혀있는지 알지 못해서 3일동안 땅을 파봤으나 허탕이었다고 합니다.


3일간 헛수고 끝에, 조선인들은 관리사무소와 실랑이를 벌였는데


결국 관리사무소에서 암장지의 위치를 아는 스님을 소개해줬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스님도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는 것은 아니고 '까만 재가 많은 곳을 찾아봐라.' 식으로 이야기했고


결국 쓰레기 소각지 밑에 묻혀있던 윤봉길 의사의 관을 발견합니다.


하필 그 위치가 조선인들이 일을 하다가 쉬고 있던 곳이었다고 하네요.


관을 발견되자 지금껏 여기에 계신 것도 몰랐다며 발굴 작업에 참여한 조선인 인부들이 모두 울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설명해주신 분은 '윤봉길의사 암장지보존회'의 회장인 박현택씨로 재일한국인이십니다.


암장지에 조그만 화이트보드로 설명이 필요하신 분은 금방 찾아오겠다는 글과 연락처를 남겨놓으시고


연락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근방에서 찾아오셔서 여러 설명을 해주시곤 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날도 눈도 쌓이고, 진눈깨비도 많이 내려 왕래하기 어려운 와중에도 설명을 해주시기 위해 달려오셨습니다.



박현택씨의 큰아버지와 아버지께서 윤봉길 의사의 암장지 수색 작업에 참여하셨고


그 때 참여하지 못하셨던게 한이 되었던 작은아버지 박인조씨는 이후 암장지 보존에 크게 헌신하셨다고 합니다.


나중에 이 공동묘지에 교포들과 수많은 사람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근방에 윤봉길 의사 순국기념비가 세워집니다.





정식 순국기념비는 제가 찍은 사진이 없어서 '국외독립운동사적지' 홈페이지에서 퍼온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그러나 암장지에는 그냥 울타리를 쳐놓는 식으로 보존하고 있었는데


박인조씨는 암장지에도 추모비와 비석을 세워야한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카나자와시에서 당연히 부정적이었던데다, 한국정부와 민단과 조총련 역시 추모비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박인조씨는 뜻이 맞는 사람들과 사재를 털어 암장지에 추모비를 세워버립니다.


다행히 당시의 카나자와 시장이 우익이 아니라서 그냥 묵인해줬다고 합니다.


현재 윤봉길의사 추모비와 암장지, 고인이 되신 박인조씨의 묘 모두 근방에 있다고 합니다.




박현택씨는 그외에도 슬픈 이야기, 씁쓸한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를 저에게 해주셨습니다.


현재 카나자와 시장은 우익이라 저 암장지와 추모비를 눈엣가시로 여겨서 온갖 트집을 많이 잡는다고 하고


정작 교포사회는 민단과 조총련으로, 한국의 윤봉길 의사 기념사업회쪽도 파벌이 갈라져서 잘 안뭉친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일본의 윤봉길 의사 추모모임에는 정작 회장인 본인보다도 더 자주 참석하시는 일본인도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박현택씨도 생업이 있으시기 때문에 이런 일을 같이 하기 쉽지 않으실겁니다.



올해 개인적으로 찾아온 사람은 제가 처음이라고 하시면서 부끄럽지만 칭찬도 해주셨습니다.


사실 궃은 날씨에 찾아오기도 힘든데 전화를 한 게 죄송스러웠는데,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더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더욱 고맙게도 공동묘지에서 카나자와역까지 본인의 자동차로 태워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이곳을 갔다오면서 든 생각은 결국 식상한 표현이지만


'역사란 기억하는 사람들의 몫이다.'라는 것입니다.


윤봉길 의사의 암장지를 발견하기 위해 애썼던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


그리고 암장지에 추모비를 세우고, 기념하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는 수많은 재일한국인과 함께 해주는 일본인들.


또 이것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방해하고 있는 또다른 일본의 세력들.


역사가 과거라는 마침표가 아니라 현재까지 이어져온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한번 더 느꼈습니다.


삼일운동 100주년이라는 현재를 생각하며, 남아있는 사람들의 몫이란 무엇인가.






카나자와를 방문하면 겐로쿠엔이나 21세기 미술관도 좋지만 이곳도 한번 방문해보시길 바랍니다.


윤봉길 의사를 기억하시고, 윤봉길 의사를 기억하기 위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댓글
  • 뒤져도꼴빠 2019/03/02 03:08

    이런곳들을 찾아가야지 찾아가야지 말은 하면서도 직접 찾기 쉽지 않은데 멋진 여행을 하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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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rk61 2019/03/02 03:08

    훌륭합니다
    저두 서울 살면서 윤봉길의사기념관을
    최근에야 가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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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rgelang 2019/03/02 09:33

    닉과 글 사이에 괴리가....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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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닐숀 2019/03/02 11:05

    와우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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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heagles 2019/03/02 11:08

    존경의 마음을 담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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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rgeous1 2019/03/02 11:32

    글도 잘 쓰시고 마음까지 훈훈해집니다. 전 일본여행에 부정적인 입장(왜놈들 돈 벌어주는 일)이라 아직 한 번도 가본적이 없지만 이런 여행은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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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당오리 2019/03/02 11:50

    정독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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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rgeous1 2019/03/02 12:31

    원글님 혹시 괜찮으시다면 타 카페로 퍼가도 될까요?? 불펜에서만 보기에는 너무너무 아까운 글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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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ewblue 2019/03/02 12:38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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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히토미 2019/03/02 12:49

    역사란 기억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눈물이 나는 문장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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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터프런트 2019/03/02 13:29

    믿고 들어오는 새폴더님 평소와 색다르지만 감동 백만배 받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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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끊어보자 2019/03/02 13:50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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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글 2019/03/02 14:15

    직접 사형집행이있었던 장소는 일본이 막고있더라구요. 저희 교수님이 윤봉길의사관련으로는 국내 최고 권위자셔서 이야기 많이해주셨는데 몇번찾아가니 ja위대에서 라인막아놓고 출입막고 감시했다더군요..
    지금도 재일교포분들과 연락 많이하고계신다했는데 정말 좋은일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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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마즈 2019/03/02 14:32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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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늘푸른노을 2019/03/02 16:17

    역사란 기억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눈물이 나는 문장이네요222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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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쓰윙 2019/03/02 19:03

    칭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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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글쎄 2019/03/02 19:39

    감사합니다
    역사란 기억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눈물이 나는 문장이네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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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SK 2019/03/02 20:48

    가나자와에 산지 3년이 되어가는데 여태 한번 가보질 못했네요..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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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드라이브 2019/03/02 21:09

    추천합니다. 글만 읽고 사진만 보는데도 눈물이 나네요.
    역사는 잊으면 안 됩니다. 두고 두고 환기해 후대에 물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봉길 의사의 투철했던 의거를 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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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emonseye 2019/03/02 21:13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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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희힝 2019/03/02 23:35

    추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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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iverool 2019/03/02 23:56

    [리플수정]정말 좋은글에 감사합니다. 몸을 아끼지 않고 나라를 지키신 국가유공자 분에게 고개 숙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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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가컸으면 2019/03/03 02:16

    추천 누르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문득 생각이 난 게, 식도락 위주의 그저 즐기기 위한 일본여행은 개인적으로 영 탐탁치 않아했었는데
    이런 형식으로 일본에서 스러져간 한국인의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한 취지의
    역사 탐방 형식의 일본 여행은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네요 패키지 같은 것도 생기면 좋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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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다가 2019/03/03 06:15

    감사하다는 말 밖에 드릴게 없어서 미안하네요. 글쓴분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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