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cohabe.com/sisa/755218
간만에 나온 초 명문 추석 칼럼...ㅎㅎㅎㅎ
[사유와 성찰]“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
밥을 먹다가 주변 사람을 긴장시키고 싶은가. 그렇다면 음식을 한가득 입에 물고서 소리 내어 말해보라. “나는 누구인가.” 아마 함께 밥 먹던 사람들이 수저질을 멈추고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당신을 쳐다볼 것이다. 정체성을 따지는 질문은 대개 위기 상황에서나 제기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평상시 그런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내가 누구인지, 한국이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해하기보다는, 내가 무엇을 하는지, 한국이 어떤 정책을 집행하는지, 즉 정체성보다는 근황과 행위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자신의 존재 규정을 위협할 만한 특이한 사태가 발생하면, 새삼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내 친구가 그 좋은 예다. 그의 부인은 일상의 사물을 재료로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인데, 얼마 전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된 작품 중에는 오래된 연애편지를 활용해서 만든 것도 있었다. 특이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앞에서 작품의 소재가 된 옛 연애편지를 읽어보았다. 그런데 그 내용과 표현이 내 감수성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느끼해서 그만 그 자리에서 토할 뻔했다. 혹여 내가 연애편지를 쓰게 되는 상황에 다시 처한다면, “영민”이란 이름을 한 글자로 줄여서 “민”이라고 자칭하지는 않으리라. 나 자신을 3인칭으로 부르지 않으리라. “민은 이렇게 생각한답니다”와 같은 문장을 쓰지 않으리라. “사랑하는 나의 희에게, 희로부터 애달픈 사랑을 듬뿍 받고 싶은 민으로부터”와 같은 표현은 결코 구사하지 않으리라.
심정지가 올 정도로 느끼한 문장으로 가득 찬 그 연애편지가 하도 인상적이어서, 그 작품을 만든 친구 부인에게 이거 대체 누가 쓴 편지냐고 물었다. 그러자 천연덕스럽게 “대학 시절 연애할 때 제 남편이 제게 보낸 편지예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 과학자의 탈을 쓴 그 친구에게 이와 같은 면모가 있었다니! 며칠 뒤, 그 친구를 만날 기회가 있었을 때 급기야 “그거 네가 쓴 연애편지라며?”라고 묻고 말았다. 그랬더니 평소 감정의 큰 기복이 없던 그 친구가 정서적 동요를 보이면서, 자신도 전시회에서 그 편지를 보고 그 내용과 표현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놀리고 싶어진 나는 왜 그런 느끼한 표현을 썼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그 친구는 갑자기 과학자다운 평정심을 잃고 고성을 질러댔다. “그 편지를 쓰던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 내가 왜 그랬냐고 묻지 마!” 그러고는 벌떡 일어나 괴성을 지르며 나를 할퀴었다. 그 더러운 손톱에 할퀴어지는 바람에, 내 손목은 진리를 위해 순교한 중세 성인처럼 피를 흘렸다.
그 친구의 이러한 난동은 정체성의 질문이란 위기 상황에서 제기되는 것임을 잘 보여준다. 자신이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과거를 부정하기 위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기 정체성을 스스로 파괴하려 들었던 것이다. 하나의 통합된 인격과 내력을 가진 인간으로 살아가기를 포기한 것이다. 오늘도 그는 그 느끼한 연애편지를 쓰던 자신과 현재의 ‘쿨한’ 자신을 화해시키고,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정체성을 구성하기 위해 ‘인문학적으로’ 씨름하고 있으리라.
추석을 맞아 모여든 친척들은 늘 그러했던 것처럼 당신의 근황에 과도한 관심을 가질 것이다. 취직은 했는지, 결혼할 계획은 있는지, 아이는 언제 낳을 것인지, 살은 언제 뺄 것인지 등등. 그러나 21세기의 냉정한 과학자가 느끼한 연애편지를 쓰던 20세기 청년이 더 이상 아니듯이, 당신도 과거의 당신이 아니며, 친척도 과거의 친척이 아니며, 가족도 옛날의 가족이 아니며, 추석도 과거의 추석이 아니다. 따라서 “그런 질문은 집어치워 주시죠”라는 시선을 보냈는데도 불구하고 친척이 명절을 핑계로 집요하게 당신의 인생에 대해 캐물어 온다면, 그들이 평소에 직면하지 않았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게 좋다. 당숙이 “너 언제 취직할 거니”라고 물으면, “곧 하겠죠, 뭐”라고 얼버무리지 말고 “당숙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추석 때라서 일부러 물어보는 거란다”라고 하거든, “추석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엄마가 “너 대체 결혼할 거니 말 거니”라고 물으면, “결혼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거기에 대해 “얘가 미쳤나”라고 말하면, “제정신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아버지가 “손주라도 한 명 안겨다오”라고 하거든 “후손이란 무엇인가”. “늘그막에 외로워서 그런단다”라고 하거든 “외로움이란 무엇인가”. “가족끼리 이런 이야기도 못하니”라고 하거든 “가족이란 무엇인가”. 정체성에 관련된 이러한 대화들은 신성한 주문이 되어 해묵은 잡귀와 같은 오지랖들을 내쫓고 당신에게 자유를 선사할 것이다. 칼럼이란 무엇인가.
---------------------
간만에 칼럼 보면서 웃다가 배쨌네요....ㅎㅎㅎ
- 남북정상회담에서 기레기가 욕도 했네 [73]
- 연중무휴 | 2018/09/22 12:37 | 3770
- 신급 난이도 AI를 가진 프랑스망가.manga [37]
- 사진이사진읠픽쳐 | 2018/09/22 12:35 | 5668
- 아파트 조망 [11]
- wildbill | 2018/09/22 12:35 | 3871
- 간만에 나온 초 명문 추석 칼럼...ㅎㅎㅎㅎ [24]
- 다크하프★ | 2018/09/22 12:32 | 3849
- EF-M 32.4 사신 분들 참...;;; [11]
- 수원빠 | 2018/09/22 12:30 | 5425
- 정치3차남북 회담후 외신반응 ㄷ ㄷ ㄷ ㄷ ㄷ ㄷ ㄷ [23]
- 20년집권 | 2018/09/22 12:29 | 2774
- 이쯤에서 다시보는 일본의 외교방식 [60]
- 볼트 드웰러 | 2018/09/22 12:28 | 2821
- 치킨왕 앙리 4세 [33]
- 심포닉 베스트매치 | 2018/09/22 12:26 | 3542
- 첫 여성 히어로이긴 한데…'캡틴 마블' 여전히 성차별적 [9]
- Film KING | 2018/09/22 12:23 | 4462
- 이사벨2 생산 연도 문의드립니다. [9]
- [5Dmk4]SoLLpa | 2018/09/22 12:21 | 3234
- 정치(공유)남북 정상 내외 덕담중 욕설하는 기레기.에이브이i [22]
- 타지마할 | 2018/09/22 12:21 | 2291
- 정치'지ㄹ하네' 기레기 잡아달라는 청원. [33]
- 세트스 | 2018/09/22 12:17 | 4812
- 선인장의 생존방법.gif [34]
- 씹덕애니프사 | 2018/09/22 12:15 | 2795
- 정치문대통령이 케이블카로 부른 사람.jpg [20]
- matemusic | 2018/09/22 12:14 | 5136
ㅋㅋㅋㅋ명쾌하다
오유란 무엇인가?
다신 안물어 보겠다.
마지막에 반박못하게 실드 지대로 치네요ㅋ "칼럼이란 무엇인가"ㅋㅋㅋㅋ
푸하하하
금세기 최고의 명문이라고 단언합니다.
글쓴 양반의 신박한 발상이 너무 욱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마감은 오는데 쓸말은 없으니가 그냥 막 의식의 흐름대로 쓴 거 같은데 괜찮은건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고료 도둑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변화해가는 생활방식과 명절에 대한 고찰일거라 예상했는데..?
마지막 문장 ㅋㅋㅋㅋ
댓글이란 무엇인가
“취직은 언제 할거니?”
- “걱정만 하지 마시고 취직 좀 시켜 주시죠”
“결혼은 언제 할 거니?”
- “말로만 그러지 마시고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좀 시켜 주시죠”
“애는 언제 낳을 거니?”
- “애 낳고 키우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드네요. 애 낳게 돈이라도 좀 보태 주시죠”
“내집 한칸 마련해야지”
- “요새 집값이 너무 비싸서요. 갖고 계신 집 저한테 싸게 넘기세요”
“우리애는 이번에 대기업에 들어갔단다”
- “그거 정말 축하할 일이네요. 이제 돈도 잘 버니 한턱 내라고 해야겠네요”
“우리애 연봉이 얼만데, 돈도 잘 벌고 나 쓰라고 용돈을 얼마나 많이 주는지...”
- “정말 효자네요. 그런 의미에서 돈 잘 버는 사람이 한턱 내야죠”
친척 어른들 입 다물게 했던 마법의 주문입니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예의를 갖춰서, 정중하게 얘기하니까
친척 어른들 대부분 입 다무십디다.
간혹 취직 시켜준다고 되도 않는 일 추천하는 분들이 계신데요...
“너 이거 한 번 해봐라. 요새 직업에 귀천이 어디 있냐? 이것도 잘 하면 돈 된다”
- “에이... 그렇게 돈 되는 거면 OO이 더러 하라고 하시지. 그렇게 좋은 걸 왜 저한테 시키세요?”
“OO이는 지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그러지”
- “그럼 저라고 하고 싶은 일이 없겠어요? 제가 그거 하려고 대학 4년을 몇천만 원씩 써가면서 뼈빠지게 공부한게 아니잖아요. 내자식한테 안 시킬 일은 남의 자식한테도 시키지 마세요.”
ㅋㅋㅋㅋㅋㅋㅋ 정말 효과적일거 같애요
미친 필력이다 ㅋㅋㅋㅋ
부장 : "너의 밥줄"
ㅠㅠ
나 이런 거 왜 좋지....ㅋㅋㅋㅋㅋㅋㅋㅋ
무엇인가라고 묻는 행위는 또 무엇인가?
나는 어딘가? 또 여긴 어딘가?
좋은 글이네요.
헛소리같긴 한데 추석 스트레스땜에 공감 많이 받는 듯 ㅋㅋ
핵심은 "추석도 과거의 추석이 아니다"
늬네는 ..
아 그렇구나..
돌아가면서 애 언제 낳을꺼냐는 소리와 질타를
내내 들어야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내가 성모마리아도 아니고..
나한테 물어보지말고
당신네 후손한테 물어보셔들!!!
시부럴.
여러분 위에 나온 질문의 연속은 산파술이라고 하여 철학계에서는 뭔가 대단한 것처럼 말하지만
말그대로 질문받는 사람에게 출산의 고통을 선사하여 딥빡하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철학계의 거장 소크라테스께서 아테네에서 이짓을 하다가 결국 사형당했음을 기억하시길...
ㅋㅋㅋㅋㅋㅋㅋㅋ제정신이란 무엇인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간만에 배 째졌어옄ㅋㅋㅋ
마법의 문장
○○○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