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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국. 아니, 팔식이.

방 안 생김새는, 통로보다 조금 높게 설득자들이 앉아 있고, 호구는 왼편에서 들어와서 바른편으로 빠지게 돼 있다. 네 사람의 아빠백통 리뷰어들과, CPS스트랩을 맨 가방단 대표가 한 사람, 합쳐서 다섯 명. 그들 앞에 가서, 걸음을 멈춘다. 앞에 앉은 가방단이,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한다. '
"호갱, 앉으시오."
찍사는 움직이지 않았다.
"호갱님은 어느 쪽으로 가겠소?"
"팔식이."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고 하던 가방단이,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호갱, 팔식이도, 마찬가지 단렌즈요. 발줌이 우글대는 낯선 렌즈를 사서 어쩌자는 거요?"
"팔식이."
"다시 한 번 생각하시오.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지름이란 말요. 화각조절이라는 이점을 왜 포기하는 거요?"
"팔식이."
이번에는, 그 옆에 앉은 장교가 나앉는다.
"호갱, 지금 캐논에서는, 아빠백통 신형을 냈소. 호갱은 누구보다도 먼저 사은품을 가지게 될 것이며, 캐쉬백도 받을 것이오. 전체 직원은 호갱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소. 장롱의 구계륵도 동무의 아빠백통을 반길 거요."
"팔식이."
그들은 머리를 모으고 소곤소곤 상의를 한다.
처음에 말하던 가방단이, 다시 입을 연다.
"호갱의 심정도 잘 알겠소. 오랜 찍사 생활에서, 발줌주의자들의 간사한 꼬임수에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도 용서할 수 있소. 그런 염려는 하지 마시오. 줌렌즈파는 동무의 하찮은 쩜팔을 탓하기보다도, 호갱이 계륵과 백사에게 바친 충성을 더 높이 평가하오. 일체의 가격 장난 행위는 없을 것을 약속하오. 호갱은……"
"팔식이."
총판 대표가, 날카롭게 무어라 외쳤다. 설득하던 사원은, 증오에 찬 눈초리로 호구를 노려보면서, 내뱉었다.
"좋아."
눈길을, 방금 도어를 열고 들어서는 다음 호갱에게 옮겨 버렸다.
아까부터 그는 설득 자들에게 간단한 한마디만을 되풀이 대꾸하면서, 지금 다른 천막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을 광경을 그
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도 자기를 세워 보고 있었다.
"자넨 어디 출신인가?"
"……"
"음, FD마운트군."
설득자는, 앞에 놓인 서류를 뒤적이면서,
"팔식이라지만 막연한 얘기요. 제 마운트보다 나은 서드파티가 어디 있겠어요. 서드파티에 가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지만, 밖에 나가 봐야 네이티브가 소중하다는 걸 안다구 하잖아요? 당신이 지금 가슴에 품은 울분은 나도 압니다. 캐논이 과도기적인 여러 가지 모순을 가지고 있는 걸 누가 부인합니까? 그러나 캐논엔 만투가 있습니다. 캐논 찍사는 무엇보다도 캐논 단렌즈가 소중한 것입니다. 당신은 계륵과 백사를 통해서 이중으로 그걸 느꼈을 겁니다. 캐논엔……"
"팔식이."
"허허허,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내 카메라 내 포럼의 한사람이, 타향 만리 서드파티에 가겠다고 나서서, 동족으로서 어찌 한마디 참고되는 이야길 안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이곳에 2천만 만투 유저의 부탁을 받고 온 것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건져서, 만투의 품으로 데려오라는……"
"팔식이."
"당신은 CPS 인증까지 받은 상업사진사입니다. 오막포는 지금 만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위기에 처한 만투를 버리고 떠나 버리렵니까?"
"팔식이."
"현직일수록 불만이 많은 법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사진을 관둬 버리겠습니까? 구라핀이 났다고 말이지요. 당신 한 사람을 잃는 건, 무식한 사람 열을 잃은 것보다 더 큰 캐논의 손실입니다. 당신은 아직 젊습니다. 우리 캐논에는 만투 재고가 산더미 같습니다. 나는 당신보다 나이를 약간 더 먹었다는 의미에서, 친구로서 충고하고 싶습니다. 캐논의 품으로 돌아와서, 단렌즈를 재건하는 일꾼이 돼주십시오. 낯선 브랜드에 가서 고생하느니, 그쪽이 당신 개인으로서도 행복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대단히 인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뭐 어떻게 생각지 마십시오. 나는 동생처럼 여겨졌다는 말입니다. 만일 만투로 오는 경우에, 캐시백을 제공할 용의가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호갱은 고개를 쳐들고, 반듯하게 된 천막 천장을 올려다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이 말할 것이다.
"팔식이."
설득자는, 손에 들었던 연필 꼭지로, 테이블을 툭 치면서, 곁에 앉은 미군을 돌아볼 것이다. 미군은, 어깨를 추스르며, 눈을 찡긋 하고 웃겠지.
나오는 문 앞에서, 서기의 책상 위에 놓인 USB독을 들고 천막을 나서자, 그는 마치 재채기를 참았던 사람처럼 몸을 벌떡 뒤로 젖히면서, 마음껏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찔끔찔끔 번지고, 침이 걸려서 캑캑거리면서도 그의 웃음은 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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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방.jpg
물론 전 85.4를 샀습니다.

댓글
  • 여해♬ 2018/07/19 15:18

    이 소설에서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되는 부분은 팔식이행을 택한 주인공이, 결국 z3000이 있는 바다로 가는 것인가요...

    (vhDIwX)

  • [350D]와운 2018/07/19 15:19

    크 이거 명작인데요 ㅋㅋㅋㅋㅋㅋ
    from SLRoid

    (vhDIwX)

  • 훌라! 2018/07/19 15:23

    ㅋㅋㅋㅋ 재미있는 카메라 소설이네요. 출판하신다면 "팔식이" 정도의 후원은 해드리겠습니다.

    (vhDIwX)

  • 필카사고싶오 2018/07/19 16:25

    저는 지금 만투, 아트팔식이 둘다 있스니다 ㅠㅠㅠㅠ 그냥 첨부터 만투 샀어야 하는데 ㅠㅠ

    (vhDIwX)

  • 바압 2018/07/19 18:11

    대단한 정성 이십니다. 끝까지 안 읽을 수가 없네요..

    (vhDIwX)

(vhDIw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