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 정부를 통해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청와대가 9일 밝혔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앞서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45분동안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이같은 메시지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보니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진정성이 느껴졌다. 물론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김 위원장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미국이 받아주고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정 실장이 전한 것은 김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이며, 미국 언론들이 보도한 친서 형태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즉시 “좋다. 만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굉장히 수긍하며 그 자리에서 바로 ‘좋다. 만나겠다’라고 바로 수락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에게 사의를 표한 것에 대해 굉장히 고마워했다. ‘한국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측 배석자들을 둘러보며 “거봐라, 얘기를 하는게 잘하는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정 실장에게 “부탁이 있다. 여기까지 온 김에 한국의 대표들이 직접 오늘의 논의 내용을 한국 대표의 이름으로 이곳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를 해달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 제안이 워낙 갑작스러운 것이어서 정 실장도 한국에 있는 우리 대통령에게 보고드릴 경황이 없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일단 수락을 하고, 2시간 동안 맥마스터 보좌관의 방에서 미국 NSC(국가안보회의) 관계자랑 발표할 문안을 조율하고 합의했다”며 “그것을 마친 뒤에 관저에 계시는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해서 합의문 문안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정 실장과 문 대통령의 통화는 백악관과 청와대 사이의 ‘핫라인’을 통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