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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웨딩사진 촬영장 가서 서브기사 된 썰. ㅋㅋㅋ

일단... 잼나는 이야기는 아니고....
몇 년전... 친구가 결혼한다고함.
친구가 강남 청담동 D모 스튜디오에서 (지금은 압구정으로 이전한 듯)
웨딩 앨범 촬영을 한다고 하는데 나보고 현장 스케치 정도를 좀 담아주면
안되냐고 함. 진짜 어린시절 절친이라... 구경도 할겸 갔음.
갔는데... 그 당시 현업에서 오두막을 많이 쓰고있었는데 난 회사 데스막삼임.
거기에 85미리 구계륵 50미리 챙겨감. 빨간줄. 혹시 몰라서 차에 400와트 조명 두개도.
카메라 딱 꺼내서 마운트하니까.... 메인 기사님이
'어? 뭐하시는 분이세요?'
- 신랑 친구인데요
'근데 장비가 저보다 좋으시네요? 혹시 사진일?'
- 아... 제품사진해요. 음식사진 같은거요. 사람은 안하구영
'아 그렇구나. 경쟁업체 간첩이면 쫒아냅니다 ㅋㅋ' 라고 하심.
그러다나... 사진 촬영을 시작하는데....
이런 웨딩사진 업체는 상당히 체계적이더군요.
일단 지하로 입장해서 거기서 옷 갈아입고 기본적인 배경지 놓고 찍는걸 함.
한복 촬영도 하구요. 그거 끝나면 한층 올라가서 찍고 또 한층 올라가고
그러다가 옥상가서 찍고 쭉 내려와서 마당에서 찍고 스튜디오 앞 길에서 찍고.
비행기가 순차적으로 이 착륙하듯이 신랑 신부가 한팀씩 입장에서
코스를 돌고 빠져나가는 식입니다. 오오!!! 엄청난 생산성이!!!
감탄하고 있는데... 메인 기사님이 역시 프로네 할 정도로
엄청나게 잘하심. 분위기도 잘 이끌고... 흥미로왔던건 포즈같은거나
신랑 신부 서는 위치... 이미 바닥에 테이프로 마크해놔서 어디어디에
딱 서라 어딜 잡아러 어딜봐라 하고 다 만들어놓음. ㅋㅋㅋ
마치 운전면허 시험에서 길은 안보고 옆에 블록 어디 보이면 핸들 몇바퀴반 돌리고
옆에 뭐 보이면 풀어라 이런식으로 되어 있는거임 ㅎㅎㅎ
오오... 웨딩은 이렇구나 하고 어리버리 잼나게 구경하는데.... 메인 기사님이 저를 보고
'그쪽 선생님도 사진하신다니 저보다 장비 좋으신데 한번 찍어보시죵?'
이라고 하심 ㅋㅋㅋㅋㅋ
친구도... 그래 너가잘찍나 여기 기사님이 잘찍나 한번 보자고 도발을 함..ㄷㄷ
헛... 그래서 갑자기 서브 기사로 현장에 투입됨. ㄷㄷㄷㄷ
서브기사가 한명 더 있었는데 나까지 서브가 둘이 됨
자기는 계륵 쓰니까 85미리 꺼내서 뒤에서 좀 잡아보라고 함.
여기는 순간광은 거의 안쓰고 자연채광 또는 지속광으로 많이 찍더군요.
그래서 동조기 없어도 뒤에서 찍음 되고 플래시 안써도 되니 메인에 방해가 안됨.
- 선생님!!(메인 기사님) 노출 어떻게놔여 여기서??
'몰라여 알아서 하세요 ㅋㅋㅋ'
라고 함...ㅋㅋㅋㅋㅋㅋㅋ
어..ㅋㅋㅋㅋㅋ
첨 가본곳에 뭐 별 수 있나여 감으로 때려야지. 갑자기 셤 보는 기분.
메인 기사님은 노출 다 알고 있으니 M놓고 장면에 따라 바꿔 찍음.
웨딩은 흰색 검은색 많아서 Av놓고 찍음 들쑥 날쑥이라
LCD창 확인하면서 M놓고 노출 맞춰서 계속 찍음.
벽 세면 정도 찍더니 메인 기사님 오시더니
'자 그럼 사진검사좀 합시다ㅋ'
으악!! 창피하게 갑자기 숙제검사를 ㅋㅋㅋㅋ
카메라 넘겨드리고 이리저리 검사를 당함...ㄷㄷㄷㄷㄷ
'네... 잘 찍으셨네요' 라고 하고 계속 찍으라고 함 ㅋㅋ
그러더니 갑자기 장소 옮기니까 역광 상황 나옴 ㅋㅋㅋㅋ
어... 이게 그건가보다 실루엣 사진 찍는거.
그래서 한장은 실루엣으로 모델 안보이게 찍음.
그리곤 또 검사당함 ㅋㅋㅋㅋㅋ
'이거 왜 일케 검게찍었어요?'
-역광 실루엣 하는거 같아서요 라고 했더니 오.. 어케알았지 스파이네 하면서 웃음 ㅋㅋㅋ
이런식으로 계속 계속 시험문제를 내고 여기서 뭐로잡아야함? 하고
문제 내고 맞추고 그런식으로 무료 교육을 받음 ㅋㅋㅋㅋ
어느새 진짜 서브 기사가되어서 조명 옮기라면 옮기고
나뭇잎 꽃잎 뿌리고 같이 촬영을 했음. 잉? ㅋㅋㅋ
그러다 옥상에 올라가서... 완전 역광 일몰사진에 하늘과 신부 담는거.
'노출 어떻게 잡으실래요?' 라고 물어오셔서
- 일단 조이고 스트로보 쓸래요. 했음. ㅋ
그러더니 씨익 웃으시더니 메인 기사님도 스트로보 꺼내심 ㅋ
엄지척.. ㅋㅋㅋㅋㅋ 이때부터 이미 한팀이다!!! ㅋㅋㅋㅋㅋ
좀 찍고 중간에 신랑신부 간식도 먹고 기사님하고 티타임을 가졌습니다.
명함을 주셔서 보니 D 스튜디오 이사 라고 되어있네요.
자기가 이 스튜디오를 셋팅했다고.
그러니 모델이 서는 위치랑 조명값 완전 다 알고계시죠.
제품 촬영이면 제한된 조건에서 찍는거라 이렇게 노출 변하는건
힘들텐데 장비값은 하시네요 라고 하심 ㅋㅋ 칭찬의 의미로.
그래서... 제가
아 이런 환경이면 포토들이 편하겠네요. 균일한 사진 나오고.
라고 했더니.... 그건 또 생각보다 그렇지 않다고 함.
내가 셋팅했지만 장면마다 다르게 찍거나 경력 적은 사진사는
여러 이유로 스튜디오가 원하는 품질 이하가 나오기도 한다고.
그럼 스튜디오에 맞길땐 어떻게 해야되냐 하니까
그 [스튜디오 셋팅한놈 잡아와서 찍는게 제일 좋겠]죠 라고 함.
그 담엔 경력.
그렇게 재미나게.... 강남 유명 스튜디오에서 이거저거 무료 체험하고
나중엔 메모리 카드 달라고 하심. 여기서 찍은거니 일단 받아두시겠다고.
넘겨드리고 제가 찍은건 어떻게 하냐 하니 맘대로 하라고 함 ㅋㅋ 어? ㅋ
그리고는 신랑 신부가 맘에 들어하면 사진 쓰시겠다고 함 ㅋ 오..ㅋㅋ
그래서 한 두컷은 셀렉되어서 친구 사진첩에 들어가는 쾌거를 이룸 ㅋㅋㅋㅋㅋ
일단 이렇게 체험 삶의 현장을 하고....
나중에 제가 결혼하면 이사님(메인포토)이 시간 내어 준다고함. ㅋ
오..ㅋ 뭐 결혼할 여자도 없는데? 하고 그냥 그땐 넘김.
그러고는 세월이 흐르고 까맣게 잊고 있다가 여친생기고 결혼하게 됨...
웨딩페어를 갔는데.... 스튜디오 샘플북을 보다보니 그 스튜디오꺼가 나옴.
오???? 했는데 예비신부가 그 D스튜디오 맘에든다고 제가 아무말 안했는데
거기로 하자고 하심. 오..ㅋㅋㅋㅋ
그러고는 명함첩 뒤져서... 전화를 걸음.
- 이사님 안녕하세요?
'네... 누구세용?'
- 아 저번에 제 친구 프랑켄슈타인 ㅋ 찍을때 서브로 갑자기 들어간 사람인데요 ㅋ
(프랑켄은 친구별명임 ㅋㅋ 잘 안웃기도 하고)
'아 제품사진 하시는 분?'
네..ㅋㅋ
- 결혼하는데 이사님 촬영 시간되시는지요? ㅋ
했더니 지금은 졸라 유명해져서 안되지만 찍어주겠다고 함 ㅋㅋㅋㅋㅋ
그래서...ㅋㅋ 그 인연으로 스튜디오 가서 찍고 사진은 엄청 만족스러웠어요.
그리고는... 이사님 사진 원본 파일 받아볼 수 있을까여? 했더니...
DVD 몇장으로 RAW파일로 그냥 구워서 택배로 바로 보내주심. 오.....
DPP로 열어 보았는데 손댄게 하나도 없는데 노출이 완벽합니다. ㄷㄷㄷㄷㄷ
보통은 로우 파일 잘 안주는데... 그리고 모든사진을 다 줬는데
A컷 B컷을 고르기 힘듬. ㄷㄷ
나중에 전화해서 어? 로우파일 다 주셨네요 했더니
귀찮아서요 그냥 알아서 편집하세요 라고 하심 ㅋㅋㅋ
이거 스튜디오 셋팅값 픽쳐스타일 다 있는데 갠찮냐고 했더니
아 여기 와서 찍어야 그게되는거지 갠차늠 이라고 함.
원본 파일 받아보고 여러가지로 놀랬습니다. 이게 바로 무보정이고
RAW 다 념겨주고 사진 삭제 안하고도 자신있는게 프로구나.
그리고는.... 본식 촬영 의뢰도 드리니
나가긴 하는데 자기들보다는 거기 식장 잘 아는 사람으로
뽑으라고 함. ㅋ 자기들이 망칠수 있다고. ㅋㅋㅋㅋㅋ
그렇게 촬영 무사히 마치고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네요.
지금은 전화해보면 많이 바빠서 일정이 잘 안나옴.
원본 로우 손 하나도 안대고 넘기는 모습에서
진정한 고수의 품격이 느껴졌음 ㅋㅋ
지금은 제가 결혼할 때랑 다르게 다른 컨셉으로...이전도 하고
네추럴 오가닉인가 뭐 그거로 도심에서 숲이나 자연 이미지로
순백과 녹색으로 컨셉 나온듯.
보통은 카메라 들고가면 메인하고 불편하고 안좋은데
유쾌하게 수업도 받고 그 인연으로 결혼 앨범 촬영까지 했네요 ㅋㅋ

댓글
  • 그럼2만 2018/01/30 10:24

    오..문장력이 좋은신데요. 엄지 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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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lanA 2018/01/30 10:27

    사진 보고싶어요 ㅠ.ㅠ 몇장이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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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찹쌀도나츠 2018/01/30 10:29

    재미있네요~^^,, 두분 사진 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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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ritz1212 2018/01/30 10:29

    긴글이지만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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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J. 나스 2018/01/30 10:34

    고수가 고수를 만나면 일어나는일.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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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오블루™ 2018/01/30 10:37

    고수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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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IGIC2 2018/01/30 10:39

    글 내용에 빠져들어 정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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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니라미 2018/01/30 10:40

    잼나는 글 잘봤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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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D2]크로아상 2018/01/30 10:41

    재밌게 읽었습니다 ㅎㅎ 훈훈하고 웃음나오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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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논총판 2018/01/30 10:45

    프로의 여유가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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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ukudy 2018/01/30 10:53

    공장형식이라 들으니...지인 일하는 강남 모 스튜디오가 생각나네요. 거기도 웨딩인데...
    말씀하신 옥상 실루엣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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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남 2018/01/30 10:54

    사진을 좀보여주시지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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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니님 2018/01/30 11:00

    얼굴은 가리더라도 분위기 정도 알수 있는 사진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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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wangking 2018/01/30 10:56

    님 글 쭉 읽어보니 다큐3일 한편 본것 같네요ㅎㅎ
    결혼사진 하나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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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선 2018/01/30 10:58

    ㅋㅋㅋ 작가님 정보좀 얻을수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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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푸곰돌이 2018/01/30 10:59

    재밋게 잘 읽었습니다.ㅋ 진짜 어쩌다가 서브가 되셔서.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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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경이 2018/01/30 11:01

    재밌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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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야 2018/01/30 11:03

    혹 그레이스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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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enuto895 2018/01/30 11:05

    달스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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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h8001 2018/01/30 11:12

    오랜만에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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