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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양이는 열여덟살입니다.

햇수로 18년...
난 날을 몰라 내 생일과 같은 날을 생일로 정했던 아이...
손바닥에 올라갈 정도로 작았던..
고등학교 때부터 결혼한 지금까지 제 반 평생을.. 늘 함께 해온...
첫 아이였고, 아기 때부터 키운 유일한 아이였고, 나도 너무 어렸고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도 별로 없어 모르는게 많아 해준게 부족해 미안한게 많았던 아픈 손가락같은 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픈 곳 큰 병없이 17년을 지내준 아이...
언제부턴가.. 같이 나이가 들고.. 나보다 더 빠른 아이의 시간을 느끼게 된 뒤로는 좋아하는 락밴드의 노랫구절을 바꿔말하며 웃었더랬죠. 내 엄마같고 형제같고 연인같고 아이같은 존재라고...  
올 해 6월 신부전 말기 진단을 받고..
10월까지 늙은 몸으로 귀찮은 여러 처치며 약도 잘 받아주던 아이는 10월 말에 견디기 힘든 상황을 맞아 소풍을 보냈습니다.
마약성 진통 패치를 붙이고도 고통이 줄지를 않아 자기 머리를 앞발로 때리며 괴로워하던 모습을 보고... 제가 해줄수 있는 건 고통을 줄여주는 것 뿐이었어요.  
투병 중에도.. 더 어리고 수치가 좋은 아이도 곡기를 끊는 와중에 떠나기 일주일 전까지도 밥 잘 먹으며 힘냈던 고마운 아이였네요. 
잠도 며칠 제대로 못자 눈도 잘 못 뜨던 아이가 마지막으로 병원을 가던 날.. 볕이 좋고 하늘이 참 파랬어요.
온전하게 동그란 눈으로 냐옹하고 울더라고요.  
그렇게 좋은 날...
아이를 보내주고 오늘이 꼭 49일 되는 날이네요.
열여덟해를 함께 했던 내 늙은 고양이는 이제 영원히 나이를 먹지 않을 거예요.     
아이가 제법 나이들고 오유에 새해마다 생존신고처럼 인사를 했었던게 기억에 남아 아이 작별인사 드립니다.   
내 현명하고 성숙했던 작은 친구야...
나는 잘 버틸게...
아프지 말고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다가 언젠가 내가 가면... 전처럼 멀리는 말고 문앞에 마중 나와줘.
고마워 내 고양이.... 

댓글
  • 똘이애비 2017/12/17 00:26

    전그래서 똘이나이를 모른체 살아가고있어요 생일은 나에게온날로하고있지만 몇번째생일인지모르게...요즘들어 조금씩 똘이에게 나이가보이는거같아 가슴한편이 저리긴하지만..저도가기전까지 제가할수있는 최선을 다해 사랑해주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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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goon 2017/12/17 00:26

    아가 좋은곳에서 편안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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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리마로 2017/12/17 00:27

    좋은추억 많이가지고 좋은곳으로 갔을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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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키울래 2017/12/17 00:28

    이제 고양이별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거에요
    작성자님 걱정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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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인죠스바 2017/12/17 00:29

    ㅜㅜ 편히 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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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2017/12/17 00:35

    아가야, 그리고 곰이님. 비슷한 나이의 노란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이예요.
    삐약 거리는 어린 고양이를 만원돈에 박카스 박스에 담아왔다는 글까지..
    어쩜 첫만남조차 저희 아이와 같은지..저희 아이의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이예요.
    아이가 참 예쁘고 예쁘네요.
    집사닝과 한 평생 행복한 묘생을 살고, 또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여행을 떠나고,
    아이가 정말이지 행복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의 명복을 빌고..또 집사님께서도 잘 추스르시기를 바라며..
    그냥 아주아주 같은 마음으로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말보다 마음으로 오롯이 전달해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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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구두신고 2017/12/17 00:57

    제 고양이도 얼마전 멀리 떠났어요..
    오늘따라 유난히 더 생각나서 즐기지 않는
    술까지 마셨더니 많이 보고싶네요ㅠ
    우리집에곰이님 아가도 제 아가도
    좋은곳에서 편안히 잘 쉬다
    언젠가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요
    잘가 천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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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irehohoho 2017/12/17 01:16

    쓰니님 아이도 저 위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을거여요.
    쓰니님과 함께한 쓰니님 아이도 행복해 할거여요.
    행복하세요. 쓰니님.  너무 공감되는 말들이 많아서 글 읽고
    펑펑 울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이런글들을 읽으면 너무 힘들어요.
    제 첫째가 지금 15살 인데, 너무 뭐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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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oulGuardian 2017/12/17 01:38

    저하고 사춘기때부터 청춘의 대부분을
    함께보낸 푸들이있었는데 약16년..?
    같이지냈나그래요.
    녀석죽던날 얼마나울었는지..
    그때 그마음이 너무아파서.. 그후로
    반려동물은 안키워요..
    글말마따나 키우다기보다.. 어느세월이되니
    내친구가되고 내가 혼자서 울때 와서
    다독거려주던 기억도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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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빵깨두무구 2017/12/17 01:52

    밑에 아이 사진 보는 순간 눈물이 나네요. 아이는 눈색깔과 같은 고향별에 쉬러 갔고요.
    신나게 뛰어 놀면서 작성자님 기다릴꺼에요. 빨리 기운내시고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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