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생각해보면 저는 지금까지의 시간을 어정쩡하게 낭비하며 지내온 것만 같습니다. 초등학생 때는 누구나처럼 많은 꿈을 가지고 기대감에 부푼 나날을 보내던 중 우연한 계기로 연예기획사에 캐스팅 당해 짧은 연습생생활을 하다 가정형편으로 인해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꿈을 포기하고 중학생 때는 남은 길은 공부
밖에 없다는 생각에 국어교사를 목표로 학업에 매진했습니다. 그럭저럭 전교에서 전교1등을 노려볼 만큼 상위권을 유지하던 저는 좋은 성적을 얻는 대신 점점 지치고 공부에 질려하는 모습을 조금씩 아주 조금씩 느꼈습니다. 그리고 중학교에서 선생님들의 기대를 받으며(자신의 선택에 의해) 자사고에 진학했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이전과는 많이 다른 생활습관을 길들여야 했고, 학생회 지도부 차장으로 선출되면서 수면시간을 줄여가며 지도부 일에 열심히 임했습니다. 생활습관과 환경을 바꾼 것이 제게 많은 스트레스와 피로를 가져왔는지 입원하게 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입원으로 인해 진도에 맞춰 공부하기는 더욱 부담이 되었습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2학년이 되어 지도부장이 되어 학생회 부장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해야할 일은 배가 되었습니다. 매일매일이 피곤함과 스트레스의 연속이었고, 교내 행사를 준비하다 크게 다쳐서 원치 않게 또 입원을 해야 했습니다. 꽤 많은 시간을 회복에 쓰게 되었고 그로인해 또 성적은 오를 줄 몰라 자책하며 중압감에 시달린 시간을 보냈습니다. 3학년이 되고서 서서히 그동안 낭비해온 시간이 파도가 되어 저를 덮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할머니와 같이 살게 되었는데 할머니는 치매 초기 단계이시고, 어머니에게 흔히 말하는 시집살이를 시키려고 했습니다. (옛날에 시집살이로 인해 저희 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습니다.)학교에서 돌아와 공부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가 어머니에게 시집살이를 시키실까 눈치보며 어머니를 도와드려야 했고, 항상
산에 가서 썩어가는 쑥,밤,감,은행 등을 많이 싸오셔서 딪에서는 항상 쾌쾌한 냄새가 진동을 했습니다. 이런 가정형편을 봤을 때 학비가 무료인 사관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고 생각해 사관학교 시험을 쳤고, 그 결과는 낭비했던 시간만큼 좋지 않은 성적으로 제게 돌아왔습니다. 여태 살아왔던 시간 중 가장 크게 낙심하고 자존감이 깎였던 일이었습니다. 이후 일반4년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수시전형을 알아보니 낮은 성적으로 원하는 대학에는 진학하지 못하고 제 눈을 낮춰야 했습니다. 그리고는 지원했던 수시 4개에 불합격 통보를 받고, 정시를 수능 최저를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그리고 오늘 수능을 보기 되었습니다. 기대와는 달리 평소보다 더 안 좋은 성적을 받게 되었고 가채점 결과 최저도 맞추지 못했습니다. 정말 절벽에 몰려있었는데 밀쳐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루만에 다 나오는 그 등급들이 제 가치를 갉아먹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제 가치는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제가 자신을 과대평가한 것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저보다 성적이 낮았던 친구들이 대학에 합격했단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기뻐하며 축하해주었지만, 다름 한편으로 착잡해지는 제 마음을 보며 제 자신이 정말 혐오스럼고 역겨웠습니다.
지금 거울을 보면 같잖은 놈이 온갖 자격지심은 다 가지고 있고, 오르지도 못할 나무의 열매를 쳐다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시간낭비해오며 자존심만 강하게 갖고 있으려 하고 어느 한 분야에 집중하지 못하던 제가 너무 한심하고,뭐라 말로 표현해야 할지...
글에 두서가 너무 없어 죄송합니다. 그냥 하소연하고 싶었습니다..
요약
1. 오늘 수능본 고3
2.지금까지의 시간이 낭지였다고 느낌
3.수능 점수가 나라는 존재의 가치라고 느꼈음
4.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그냥 불필요한 존재가 된 것 같음.
5.이제 진짜 저 뭐하죠. 제가 뭘 할 수 있을까요...
https://cohabe.com/sisa/439732
고3 이젠 별로 살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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