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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심평원으로부터 삭감당한 후기.txt

 

요새 불펜에서 의레기 따위가 불평불만하면 안되는거 같긴한데..

최근 심평원에 삭감 당해서 꼭지가 돌아 전화로 싸우고 난리쳤던 기억이 나서 적어봅니다.




전 수술밖에 할줄 모르는 정형외과 의사이고요.

큰 종합병원이 아니라서 수술후 할머니, 할아버지들 입원해 있는 동안 생기는 문제들도 당연히 제가 다 보고 있는데요.


노인들 수술후 누워있다보면 요로감염이 흔히 생깁니다. 특히나 할머니들..

몇달전, 회진을 도는데 어떤 할머니가 수술후 7일째 열이 나길래 소변검사를 나가봤더니 요로감염이 왔더라고요.

늘상 쓰던대로 항생제를 썼습니다.

'시프로바이'라고 하는 항생제이고요. 사실 제 전공이 아니다보니 요로감염 이런쪽 잘 모릅니다.

학부때 배운거, 레지던트 시절 주워들은걸로 처방하는거예요.

모든 의사들 다 마찬가지로 저도 제 전공 아니면 잘 몰라요. 네. 몰라서 죄송합니다.

뭐 어쨌든, 요로감염일때는 저 '시프로바이'라는 항생제를 쓰는게 당연한거고, 여태까지도 그래왔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지나갔죠.


근데 이후에 이 항생제 처방건으로 삭감을 당했습니다.

저 할머니만 그런것도 아니고, 비슷한 시기의 모든 요로감염 환자들을 상대로 썼던 '시프로바이' 항생제가 일괄적으로 삭감당한거죠.

심평원에 전화를 했습니다.

담당자가 그거 쓰면 안된다고 그러더군요.

오히려 저를 과하게 항생제 처방하는 의사로 몰아가며 '박트림' or '오그멘틴'이라는 1차 항생제를 먼저 쓰고, 안들으면 2차 항생제인 '시프로바이'를 썼어야 된다며..

제가 알고 있는 짧은 식견으로는 우리나라는 이미 '박트림'이나 '오그멘틴'은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흔해서 써봐야 안듣는걸로 알고 있고, 그래서 내과 및 비뇨기과 및 산부인과 등등 요로감염 환자들을 보는 의사들은 다들 2차 항생제인 '시프로바이'를 먼저 우선적으로 쓰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차피 써봐야 내성인데 왜 그걸 써야되냐고 따졌습니다만, 돌아오는 말은 1차 항생제 먼저 쓰라는 소리였습니다.

빡이 쳤습니다.

아니 그럼 여태까지는 저 '시프로바이' 쓴거 갖고 암말도 안하고 있다가 이제와서 삭감 시키는 이유가 뭐냐고 큰 소리로 따져 물으니,

제가 이 병원에 온 이후로 처방했던 모든 같은 건수에 대해 일괄적으로 소급적용해서 삭감 시키겠다고 하더군요.



그 이후로 또 몇달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요로감염 왔던 환자들은 심평원이 시키는대로 1차로 '박트림' 쓰고 안들으면 2차로 '시프로바이' 썼고요.

당연히 내성때문에 환자들은 열도 안떨어지고 피검사도 좋아질 기미가 없었고..

그동안 요로패혈증까지 와서 대학병원으로 전원 시킨 환자들도 몇 생겼고,

대부분의 요로감염이 온 환자들은 입원 기간이 그만큼 더 늘어날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또 삭감이 들어왔습니다.

아 또 왜? 전화를 다시 했습니다.

이번엔 1차로 '박트림'을 쓴거 가지고 트집을 잡았습니다.

쓰라는대로 1차로 '박트림' 썼는데 그게 왜? 라고 물으니..

당신 정형외과 의사 아니냐..왜 정형외과 의사가 요로감염 환자를 보냐?

답답했습니다.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차근차근 설명했죠.

내가 요로감염 환자를 본게 아니라, 내가 수술해놓은 환자들 입원해있는 동안 요로감염이 생겨서 그거 해결할려고 그런거다..

- 아몰랑 넌 그런 환자 보지마..

아니, 무작정 보지 말라고 하지말고 그럼 어쩌란 소리냐?

내과 의사한테 넘기래요.

협진보면 그거 비용 환자가 부담해야 되는데?

무조건 넘기래요.


그래서, 요즘엔 요로감염 생기면 다 내과 과장한테 컨설트 씁니다.





요약

1. 요로감염때 남들 다 쓰는 2차 항생제 삭감당함

2. 심평원 - 존말할때 내성 흔하디 흔한 1차 항생제 써라

3. 1차 항생제 쓰고 나서도 삭감당함

4. 심평원 - 너 정형외과 의사니까 니가 쓰지마

5. 입원비 증가 & 입원날짜 길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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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8Uj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