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사막으로 가는 도중에 통행 허가를 받기 위해 '아이야나'라는 마을에 20분 간 정차했다.
더운 지역이고 본디 유목민이라 그런지 집 짓는 방식은 단순해 보였다.
나무로 골조를 세우고 비가림을 할 수 있는 지붕이 덮히면 끝이다.
번쩍이는 황금색 시계를 차신, 마을에서 '좀 산다' 하는 어르신인 듯하다.
아버지가 아들의 머리카락을 손질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새벽부터 오프로드를 달려온 우리는 다소 지쳤다.
소금사막 근처 마을의 아이들이 지친 우리에게 에너지를 듬뿍 안겨 주었다.
나와 처음으로 조우한 소녀다.
의상도 헤어스타일도 멋진 소녀였다.
아침 도시락에 딸려 나왔던 과일 주스팩과 과자를 건네었다.
소녀는 감사의 표시로 K팝 아이돌의 앤딩 포즈(?)를 잡아 주었다.
여행 사진에서 가장 몹시 무척 대단히 어려운 난제는,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의 촬영도 아니고,
번개불에 콩 구워 먹듯이 빠른 시간 안에 잡아야 하는 초점도 구도도 아니다.
바로!
내국인이다.
여행 사진은 가능하면 내국인이 아닌 현지인이 담겨야 한다.
그러나 22 명이 전용버스에서 내리면 좀체로 프레임 안에서 일행을 비켜갈 수가 없다.
순발력과 발 빠른 이동과 고도의 눈치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도 안 되면.. 우리에겐 포토샵이 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을 정도면 그 결과물은 포기할 수 밖에 없다.
'비켜달라'느니.. 이런 말은 마음 먹고 찍는 기념 사진이라면 몰라도 크나큰 실례다.
아이들은 밝고 명랑했다.
그 중에서도 몇 명의 아이들은 연예인 기질이 엿보일 정도로 명랑발랄했다.
카메라 앞에서 열정적으로 춤도 추고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일행들이 자이리톨 껌과 캔디를 나눠주었고 나는 홍삼젤리를 주었다.
'우리에게 절대 공짜는 없다.'는 생각에서인지
관광객으로부터 원하는 걸 얻는 방법을 터득한 것인지..
춤 추는 영상을 촬영한 후에 카메라 모니터로 영상을 보여 주었다.
모두들 몰려와서는 눈동자를 반짝이며 춤 추는 영상을 모니터에 구멍이 뚫어져라 관람했다.
아이들이 진심으로 깊은 관심을 보이길래 2~3회 반복 실행했다. ㅎ
그 모습을 보면서 느낀 점.
아.. 이 아이들은 이방인 앞에서 춤을 추면서 진짜로 즐기고 있었구나..
에티오피아인의 눈빛을 보면.. 자존심이랄까.. 특별한 뭔가를 느끼곤 한다.
그리고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가난하고 그 가난때문에 불행하다는 느낌을 나는 전혀 받지 못했다.
일행 중에는 '가난한 나라,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말을 자주 입에 올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심지어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을 찍는 게 그렇게 좋으냐?"
"부자 나라 선진국에 가서도 그렇게 찍을 수 있느냐?" 며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사진 기피현상과 맞물린 인식의 연장선 상에서 시비를 거는 것 같다.
외국에 나가 보면 바로 알게 된다.
예외인 국가도 있지만 대부분 사진의 피사체가 되는 걸 비교적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가난한 나라가 아닌 부자 나라에 가서도 그렇게 찍을 수 있느냐?"는 시비가 무색하게도
소위 부자 나라라고 하는 미국과 유럽은 사진에 있어서 초상권보다는 표현의 자유 쪽에 손을 들어준다.
법과 규범은 '공공장소에서 사진 찍히기 싫으면 집콕해라.' 쪽이다.
초상권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법률로 엄격하게 수호하고 있음에도 그렇다.
몰래 찍은 사진을 언론사에 판매하는 파파라치라는 직업이 엄연히 존재한다.
대놓고 들이대지 않으면 스트리트 포토는 자유로운 편이다.
미유럽 작가들의 스트리트 포토 명작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유명한 스트리트 포토 사진은 그 인물이 자신이라며 나서는 사람이 여러 명 있을 정도다.
사진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점은 정말 부럽다.
그렇다해도 로마에서는 로마법이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에 두세 다리만 건너면 누군지 알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밀집 사회다.
웹 상에 노출이 되어 이슈가 될 경우 그 사람은 물론 가족까지도 가차없이 발가벗겨진다.
내 일보다 남의 일에 관심이 더 많다.
어떤 이유로 일단 찍히면 온 국민 댓글러에 펌글러가 되는 기이한 사회가 우리 사회다.
그러니 ㅡ 사진 찍히는 걸 누구라도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https://cohabe.com/sisa/4186449
에티오피아 (20) - 소금사막 근처 아이야나 마을에서 만난 아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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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팔방 나무 한그루 안보이는 곳에서...
어디서 저런 통나무를 구했을까요????
에티오피아는 식생이 다양한 것 같습니다.
다나킬 지역은 사막이긴 한데 지프로 다니다 보면
농사 짓는 마을도 많이 보이고 숲도 흔하게 보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을 콕 집으셨습니다.
유럽에서도 스트리트포토 촬영시, 카메라에 손가락 대고 눈빛만 교환해도 거의 O.K 싸인이 나옵니다.
에티오피아 아이들에게 좋은 일만 생겨서, 밝은 그 모습이 계속 유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스트리트 포토는 국내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길에서 마음 편하게 찍으려면 외국으로 나가는 수 밖에 없겠어요.
에티오피아 아이들의 하얀 치아가 드러나는 웃음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ㅎㅎ
경쟁이 치열 합니다 ~ ~ ~ 3등 ~ ㅎ
내는 처녀귀신님이나 만나러 ~ ㅎ
요즘은 걷다 뛰다 합니다 ~ 돌격 ~
산에서 뛰면 다쳐유~
등산 많이 다니던 남편 친구가 산에서 급하게 뛰다가 인대 나가고 근육 파열 되어서 몇 달 간 고생했어요.
조심하시길~
초상권에 대해 명쾌하게 집어 주셨네요.
그래서 저는 필카 시절 주로 스냅 쇼트 수법으로 인물 촬영을 해왔는데
디지탈로 접어들면서 접었습니다.
어쩌면 그런 기법이 몸에 베어서 인지 조류 촬영에도 적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요.
명랑하고 밝은 아이들 모습을 보니 정감이 갑니다.
저도 스트리트 포토에 관심이 많은데..
국내에서는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해외로 나가니 마음 편하게 촬영할 수 있어서 너무 좋네요.
에티오피아 아이들은 학원 뺑뺑이 이런 것도 모르니 명랑발랄했어요.
뭐.. 근처에 마트도 없으니 운 좋으면 캔디와 과자도 맛 볼 수 있지요.
우리 어릴 때도 건빵만 먹어도 어찌나 맛있는지.. ㅎㅎ
어디나 아이들은 다 비슷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