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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툰] 요리사(?) 정조 임금과 술꾼 오태증 이야기.jpg




정약용은 신하 요리사(?) 정조에게 된통 걸려 옥필통(玉筆筒)에 든 소주를 단숨에 마신 적이 있다. 


게다가 그것은 '주상 전하가 친히 제작하고 하사하는 술이었던 ' 삼중소주(三重燒酒), 즉 세 번 증류해서 만든 독한 소주였다고 한다. 


정약용은 이 때의 충격(?)이 컸는지, 유배 생활 때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에 이 일화를 언급하면서 '난 그 때 죽는구나 하고 생각했다'라고까지 표현하며 절대로 술을 마시지 말라고 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정조 16년(1792) 3월 2일 기사를 보면 정조가 성균관 제술시험에 입격한 유생들을 모아두고 잔치를 연 적이 있는데 오태증 이야기는 여기에 나온다. 




1792년 청 건륭(乾隆) 57년 성균관 제술 시험의 합격자들과 희정당에서 연회를 벌이다.


성균관 제술(製述) 시험에서 합격한 유생을 희정당(熙政堂)에서 불러 보고, 


술과 음식을 내려주고는 연구(聯句:서로 이어가면서 짓는 시)로 기쁨을 기록하라고 명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옛사람의 말에 술로 취하게 하고 그의 덕을 살펴본다고 하였으니, 


너희들은 모름지기 취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을 생각하고 각자 양껏 마셔라. 


우부승지 신기(申耆)는 술좌석에 익숙하니, 잔 돌리는 일을 맡길 만하다. 


내각과 정원과 호조로 하여금 술을 많이 가져오게 하고, 노인은 작은 잔을, 


젊은이는 큰 잔을 사용하되, 잔은 내각(內閣)의 팔환은배(八環銀盃)를 사용토록 하라. 


승지 민태혁(閔台爀)과 각신 서영보(徐榮輔)가 함께 술잔 돌리는 것을 감독하라."하였다. 


각신 이만수(李晩秀)가 아뢰기를,


"오태증(吳泰曾)은 고 대제학 오도일(吳道一)의 후손입니다. 


집안 대대로 술을 잘 마셨는데, 태증이 지금 이미 다섯 잔을 마셨는데도 아직까지 취하지 않았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이 희정당은 바로 오도일이 취해 넘어졌던 곳이다. 


태증(泰曾)이 만약 그 할아버지를 생각한다면 어찌 감히 술잔을 사양하겠는가.


다시 큰 잔으로 다섯 순배를 주어라."


하였다. 식사가 끝난 뒤에 영보(榮輔)가 아뢰기를,


"태증(泰曾)이 술을 이기지 못하니 물러가게 하소서."


하니, 상이 이르기를,


"취하여 누워 있은들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옛날 숙종조에 고 판서가 경연의 신하로서 총애를 받아 


임금 앞에서 술을 하사받아 마시고서 취해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였던 일이 


지금까지 미담(美談)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지금 그 후손이 또 이 희정당에서 취해 누웠으니 참으로 우연이 아니다."


하고, 별감(別監)에게 명하여 업고 나가게 하였다. 


그때 가랑비가 보슬보슬 내리니, ‘봄비에 선비들과 경림(瓊林)에서 잔치했다.’는 것으로 


제목을 삼아 연구(聯句)를 짓도록 하였다. 


상이 먼저 춘(春) 자로 압운하고 여러 신하와 여러 생도들에게 각자 시를 짓는 대로 써서 올리게 하였다. 


그리고 취하여 짓지 못하는 자가 있으면 내일 추후로 올리라고 하였다.



-정조실록 34권, 정조 16년 3월 2일 신미 1번째기사




한편, 오태증의 일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3년 뒤, 조선왕조실록에 그는 다시 등장한다. 다름아니라 술에 취해 제대로 출근을 못했는데, 그의 흑역사가 실록에 실리는 영광(?)을 얻게 되었던 것이다. 




1795년 청 건륭(乾隆) 60년 술에 취해 기주의 반열에 참여하지 못한 검열 오태증을 추고하라고 하교하다.


정원이 아뢰기를,


"검열 오태증(吳泰曾)은 입시하라는 명이 내려진 뒤에 인사불성이 되도록 취한 나머지, 


일어나려다가 도로 쓰러지곤 하여 기주(記注)의 반열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이렇듯 온 나라가 기뻐하며 축하하는 날을 당하여 취하는 것도 


상서로운 일에 방해가 된다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잠필(簪筆: 사초를 작성하는 사관) 의 임무를 수행하는 신하로서 


술을 조심해야 하는 경계를 소홀히 한 탓으로 이렇듯 예전에 없는 놀라운 일이 있게끔 하였으니, 


사체(事體)를 돌아볼 때 중히 처벌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본원(本院:예문관)에서 추고(지금의 시말서를 쓰는 것과 비슷한 처분)를 청하는 외에는 달리 적용할 처벌 규정이 없습니다."


하니, 추고하라고 하교하였다.


정조실록 42권, 정조 19년 6월 17일 1번째기사 





실록을 작성하던 사관이던 '예문관 검열' 오태증!


아이러니컬하게 본인이 작성하던 실록에 자신의 술주정이 기록된 것이었다. 


과연 그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정말 궁금하다. 

댓글
  • 트라부세 2017/11/03 03:05

    와 라이브 업데이트 직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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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란맛 2017/11/03 03:05

    최악의 직장상사 유형인데 하필 그게 왕이라서 거부도 못하고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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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팅팅곰곰 2017/11/03 03:08

    [리플수정]정조대왕이 적폐셨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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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스차 2017/11/03 03:12

    일단 좌측담장가게 추천눌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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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찬 2017/11/03 03:13

    트라부세//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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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찬 2017/11/03 03:13

    파란맛// 정조 임금이 신하들을 참! 못살게 굴긴 했죠!!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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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찬 2017/11/03 03:14

    팅팅곰곰// 나름대로 적폐(?)이시긴 했죠. 버릇없던 사대부들을 혼내주던 착한 적폐라고 생각해 봅니당! 감사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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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찬 2017/11/03 03:14

    야스차// 정말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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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무부장관 2017/11/03 03:15

    간만에 라이브 직관 !! 늘 재밌게보고있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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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써모 2017/11/03 03:18

    그래서 나도 이리 술맛이 좋은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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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찬 2017/11/03 03:21

    애무부장관// 매번 읽어주셔서 무척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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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찬 2017/11/03 03:22

    써모// 해주오씨 이시군요!! 명문가이십니당! 읽어주셔서 감사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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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뇽이 2017/11/03 04:11

    리플은 안남겼지만 역사를 좋아해서 항상 즐겨보고 있습니다.
    좋은 글과 만화 감사드려요!
    (그리고 만화체(?)도 어릴때 어디선가 본 느낌이라 정감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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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거즈 2017/11/03 05:50

    저번에도 새벽시간에 라이브로 뵌 것 같은데 이번에도 새벽시간에뵙네요. 영광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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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찬 2017/11/03 13:01

    깜뇽이// 정말 감사합니당!!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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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찬 2017/11/03 13:02

    라이거즈// 과찬의 말씀이셔요! 제 만화를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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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ajra 2017/11/03 14:46

    잘봤습니다.. 저같이 술 잘못하는 사람으로써는
    최악의 직장상사로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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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냄비의 요정~ 2017/11/03 21:47

    진짜 재밌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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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_┭┮ㆀ 2017/11/03 22:31

    와 오늘꺼 겁나 웃기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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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문구단 2017/11/03 22:59

    추천하려고 로그인했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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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찬 2017/11/03 23:05

    Vajra// 정조 임금의 심술은 유명하죠! 약골인 문신들에게 활쏘기를 시켜 망신을 주기도 하고, 독주를 주고 취한 모습을 보며 낄낄 거리기도 하고..아무튼 재밌는 왕이심...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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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찬 2017/11/03 23:05

    냄비의 요정~//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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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찬 2017/11/03 23:06

    ┭┮_┭┮ㆀ// 실록에 이런 코믹한 일화가 의외로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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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찬 2017/11/03 23:06

    명문구단//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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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c05 2017/11/03 23:08

    재밌어요 추천드립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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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cCutchen 2017/11/03 23:19

    정조가 단명할만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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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an99 2017/11/03 23:24

    항상 재밋게 보고 있슴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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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 2017/11/03 23:31

    [리플수정]술멕이는 상사가 임금ㅋㅋㅋㅋㅋ 너무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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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욱 2017/11/03 23:50

    재밌어요 ㅎㅎ 잘봤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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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ygoyang 2017/11/03 23:52

    넘 재밌게 읽었어요.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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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직마 2017/11/04 00:12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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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르륵 2017/11/04 01:25

    재밌게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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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고탁만세 2017/11/04 01:44

    정말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오늘도 추천하려고 로그인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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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걸어서가자 2017/11/04 02:38

    임금이 주는 술이니 거절할수도 없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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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해잠수정 2017/11/04 03:02

    드립력이 점차 만랩이 되어가시는 거 같아요..ㅎㅎㅎ
    오늘도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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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뭐다 2017/11/04 04:07

    일단 선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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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차 2017/11/04 07:59

    음. 그러니까 상사가 억지로 술멕이는 쑤레기 문화는 일제것이 아니라 조선에도 있었다는 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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