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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들과 맞짱.

아파트 단지에 공터(라고 쓰고 흙바닥 깔린 농구장이라 읽는다)가 있어요.

저녁때만 되면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초딩들의 야구장이 되죠.
아파트가 사방이 마주보게 서있어 그냥 대화만 해도 울려 들리는 구조라,
초딩+야구=잠실야구장 플레이오프급 소음이 발생합니다.
기운도 좋아서 1주일 내내 2, 3시간쯤 떠들어대네요.

몇번 가서 '노는건 좋은데 좀만 조용해 주면 안되니?'라며 타일러도 봤지만,
내생각에도 초딩+야구-소음=성립되지 않는걸 알기에 이후로 적당히 참다 가서 해산시키곤 했어요.
학교 운동장에서도 할머니가 야구공에 맞아 금지시켰다 하더군요. 야구클럽은 너무 멀어 다니기 힘들다 그러고...
여기서도 펜스 넘어간 공이 차에 맞고 사람한테 맞는 사고도 있었다 들었지만 어찌 무마가 된건지...

그리고 오늘.
여느때처럼 "실컷 놀았으면 이제 들어가자~"며 해산을 시도했습니다.
몇몇은 이해해주고 그만하고 가려는데, 야구를 꼭 해야하는 101가지 이유가 있는 아이들이 있더군요.
어찌나 똑똑한지 조목조목 따져가며 반박을 하길래, 조목조목 따져가며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Q: 이 동네에 야구를 할만한데가 여기밖에 없다.
A: 아파트 주민들을 위한 시설인데 주민들 휴식을 방해하는 도를 넘는 소음때문에 이러는거다. 너희들이 공터에서 야구 하는 것을 방해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Q: 옆에 놀이터 애들도 소리지르지 않냐? 왜 우리한테만 그러냐?
A: 너희들은 어느정도 판단력이 있는 초등학교 고학년이다. 시끄러운 것 알면서 거기에 소음을 보태고 있고, 대화로 해결 할 수 있는 나이라 생각해서 그러는거다.
Q: 나는 학원 끝나고 좀전에 와서 얼마 놀지도 못했다. 억울하다.
A: 너희들 각자 모이는 시간이 다른건 내가 어찌 해 줄 수 있는게 아니다. 한명은 4시부터 한명은 5시부터 왔다는데 소음 듣는 입장에선 벌써 2시간30분째인거다.

그랬더니 마지막엔 엄마카드를 꺼내들어 "XX엄마 나와서 다 해결해주신데!" 이러며 의기양양.
애들 얘기하는거 들어보니 본인 엄마도 아닌 친구 엄마인듯, 전화건 아이는 아예 다른 아파트 주민....
경비분들 통해 들어보니 다른 아파트에서도 다 몰려와서 논다. 출입금지를 시킬까 하시길래, 그건 아닌듯 하고 말렸는데, 
 오늘 하는 거 보니 "니네 울동네 오지마"라는 초딩적 욕구가 솟아오르더군요.
속으로 "아... 어른 싸움으로 번지나... 시른데..." 이런 걱정.
이전에 경비분들께 애들 소음 제지 몇번 부탁했더니 한 아이 엄마가 경비실 전화해서 뒤집어 놓고, 전화번호 남겨서 문제 있으면 직접 전화달란 적이 있거든요.
전화를 했지만 바쁘다며 다시 전화준다 하고는 무응답이었던...

얼마 후에, XX엄마이신듯한 한 분 나오시더니, "야. 빠따 이리 내놔!" 이러시네요??
헐? 뭐지? 싶더군요.
"니들 이리 모여!" 이러시더니 내가 애들한테 했던 얘기들 정말 고대로 애들한테 하시고는
저한테 본인이 애들한테도 좀더 주의주고 말안들으면 바로 빠따들고 쫓아버릴테니, 조금만 이해해 달라고 하시는데 흠...

커뮤니케이션의 불통을 너무나 흔하게 경험하고 봐왔던지라 꽤나 신선했던 경험이었네요. 
결론이 뭐이래... 
사이다 맞나 싶기도 하고...
댓글
  • 유지나 2017/09/27 03:35

    엄마가 정상아니었음 멘붕인데
    그래도 좋은 결말이라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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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뿌뿌 2017/09/27 07:50

    아주머니가 빠따 가져와 하는 순간 애들이 익숙한듯 자연스럽게 엎드렸다면 공게행 ㅎㄷㄷ...
    는 뻘소리고 아주머니가 그래도 현명하신듯하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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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이독경 2017/09/27 08:25

    집앞에 운동기구가 있어요.
    새벽부터 장갑끼고 철봉을 손으로 두드리는 노인..
    쌍으로 몰려나와서 운동은 안하고 깔깔거리는 아주머니들..
    오밤중에 자기 잠 안온다고 나와서 통화하거나 시끄럽게 떠드는 인간들..
    운동기구 없애버리고 싶은데..
    그래서 요즘엔 비오는날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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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이독경 2017/09/27 08:27

    아, 집 뒤쪽엔 운동장과 놀이터가 있어요.
    주말엔 어른들이 꼬맹이들 데리고나와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축구교실도해요.
    그래도 운동장과 놀이터는 오밤중과 새벽에는 조용해요.
    집앞 운동기구는.. 정말 젠장..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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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냐콩4 2017/09/27 08:47

    옛날엔 초등학교마다 운동장이 엄청 크지않았나요? 몇가지 철봉같은 운동기구도 있고..
    요새 산책하면서 보면 주차장만 번듯하고 운동장이 안 보여요 애들은 어디서 노나 싶더라고요
    그러니 죄다 피씨방 가서 욕이나 배우나 싶고.. 그 에너지를 어디다 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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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ffeLatte 2017/09/27 09:17

    우리 아파트도 ㄷ자형에.. 딱 놀이터가 우리집앞..
    집뒤쪽은 베드민턴장인데요..
    살다보니... 놀이터 소음에 적응이 되나 싶더니...
    우리 아들이 고래고래 지르는소리에 미치겠습니다..
    내아들 목소리라 더 잘 들려요.. ㅠ.ㅠ
    좀 조용히 놀라고 매번 얘기해도.. 그게 안되나봐요..
    괜히 제가 죄송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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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돌슨 2017/09/27 09:29

    제목이 초딩과 맞장이라서 아주머니가 빠따들고 작성자를 공격하라고 해서 경찰서가는 전개인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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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dosa 2017/09/27 09:30

    요즘 아이들은 학원다니느라 못놀고
    집에서 컴터에 폰만가지고논다고 문제다
    이러는데 막상 저런거보면  에매하다고해야되나ㅎ
    작성자님 입장엔선 불편하고 애들은
    뛰어노는게 맞고 전 원룸살때 옆에 초등학교있었거든요
    학교니 어쩔수없지만 체육시간인지 점심시간인지
    뛰어노는소리에ㅎㅎ야간근무하고오면
    한잔해야 푹잣던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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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굴꾼 2017/09/27 09:35

    어렸을때 야구많이했는데ㅋ 야구선수가 꿈이었음ㅋ
    지금은 빵만들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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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장자자장 2017/09/27 09:38

    아들가진 아줌마 박력 쩌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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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닉넴고민 2017/09/27 09:39

    학교 운동장에서 왜 못하게 하지... 애들이 뛰어 놀곳이 진짜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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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뽀찰 2017/09/27 09:47

    여담인데 아파트 구할 때 놀이터 앞뒤로 낀  동은 피해야 해요. 애들 노는 거 참아야지 생각하지만 진짜 힘듭니다. 특히 여름 주말이나 방학 때는 돌아버려요. 8차선 대로변 차도 소음보다 더 견디기 힘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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