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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글예뻐진 길고양이

렐라는 저희 집에 밥 먹고 쉬러 오는 고양이들 중 가장 더럽고 못생긴 애였습니다.


고양이가 워낙 깔끔한 동물이라 길고양이들도 건강하면 다 깔끔하고 예뻐요.
털관리를 못하고 지저분한 애들은 대개 치주염이나 구내염이라고 하더군요.
혀로 털 관리를 해야 하는데, 입이 아프다 보니 털 관리를 못하게 되는 거죠,
고양이가 치과를 다니는 것도 아니다보니 결국은 이빨 썩고 잇몸 상하게 되고
오래 산 늙고 노련한 길고양이가 죽게 되는 원인이 이 치주염 구내염이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치아건강도 유전이라 젊은 나이에도 이가 안 좋아질 수도 있고.


렐라는 밥을 그럭저럭 먹는 것 같긴 했지만 자연치유되는 병도 아니고 계속 나빠지기만 할 테니
아무래도 우리 집에 올 때 치료해줘야겠다 싶어 잡아서 병원 데려갔습니다,
치주염과 구내염이 입 전체로 확산되어서 이빨을 몽땅 뽑아야 한다더군요.
으응? 이빨을 몽땅 뽑으면 먹을 수는 있나?
먹을 수 있답니다. 오히려 아프지 않아서 더 잘 먹는답니다.
그래도 이빨 빠진 고양이? 를 만든다니?!!! 대단히 마음에 걸렸지만,
어렵게 잡아서 데려갔으니 이빨 뽑고 입원시켜 치료를 했습니다.



3월 병원 데려가기 전의 사진.



7월 초 이빨 다 뽑고 두세달 지난 다음의 사진.



9월 다시 두달이 지난(치료 후 5개월) 어제 사진.



정말 몰라보게 이뻐졌죠? ㅎㅎㅎㅎㅎ 보람을 막 느낍니다.
비록 이빨 빠진 고양이가 되긴 했지만, 털결이 매우 고와졌어요.

치료 후 한동안은 생각보다 살도 안 붙고 깨끗해지지도 않아서 실망했는데
역시 시간이 지나니까 많이 예뻐지더군요. 흐흐흐흐흐흐.



아, 이거 보고 우리 동네 길고양이도 치료해줘야겠다 하고 쉽게 따라 하진 마세요.
일단 치료비가 많이 듭니다. 백만원이 훌쩍 넘습니.....;;;;
경제력이 별로 없는 젊은이들이 하기는 어려운 일이고, 저에게도 사실 타격이 만만치 않....
어디 가서 말해봤자, 집고양이도 아니고 길고양이에게 그 돈 들였다고 하면
미쳤다는 소리 밖에 못 들을 테니 속으로 끙끙 앓기만 했.....
여기에서도 좀 욕 먹을 것 같지만, 렐라 이뻐진 게 너무 보람차서 올려보는 겁니다. ㅋ


그리고 돈도 돈이지만 길고양이는 잡는 것 자체가 무척 어렵습니다.
아무리 친해졌다고 하더라도 잡으려고 하면 난리난리칩니다.
전에 몇번 잡아서 병원 데려간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물리고 할큄당해서 피가 철철... 끙...
사실 아픈 고양이들 돈 들더라도 병원 데려가서 치료해 주고 싶은 마음 있어요.
그런데 잡는 것이 쉽지 않아서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이번에 렐라 얘는 결국 고양이보호협회에서 통덫을 빌려서 잡았습니다.
통덫으로 잡으니 그나마 깔끔하긴 하데요. 피 보지 말고 진작 이걸 사용할 걸. 쩝...



몇 년 전 겨울에 고양이들이 집 보일러실에 둥지를 틀면서 챙겨주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고양이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보니 착오도 겪고 슬픈 일도 있었지만
이제는 엄연한 고양이 집사가 되었습니다(밖에 살던 고양이가 낳은 애들 ;;;).

한두 마리는 보일러실에 마련해준 집에서 상주하고 밥 먹으러 오는 애들까지 합치면 서넛.
그래도 길어야 2년입니다. 매일 밥 먹으러 오던 애들 뿐 아니라 아예 상주하면서
집에 올 때마다 냥냥 반겨주던 애들도 최대 2년을 넘은 적이 없습니다. 어느날 사라집니다.
돌아다니다 사고를 당해서 죽었을 수도 있지만, 그냥 이사를 간 것일 수도 있겠죠.
이사가서 어디서든 잘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삽니다.
실제로 갑자기 안오는 애를 동네 다른 곳에서 보기도 하고
몇 달 오다가 한동안 안 왔다가 또 몇 달 후 다시 오는 경우도 적지 않고 하니까요.



고양이 싫어하는 사람도 많고 특히 길고양이 혐오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그걸 뭐라고 하진 않습니다. 다만 맹자 왈 측은지심이 인지상정이라고 한 것처럼
약하고 어려운 자들을 보면 연민을 느끼는 게 자연스런 사람 마음 같습니다.
저도 사실은 객관적으로 봐도 정말 가난하고 없는 사람이기는 한데 ㅋ
제 울타리에 들어오는 고양이들, 제 주변에 저보다 더 힘든 사람들,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 마음 가는 대로 도와주고 싶긴 합니다.
(그러니 길고양이 돌봐주고 치료해줬다고 너무 욕하지 마십.... ㅎㅎㅎ)


댓글
  • 베레타 2017/09/13 03:00

    이야..이렇게 좋은 분이!
    제가 15년 째 모시고 사는 냥르신도 최근 이가 안좋은지 통 사료를 못 씹는데 병원에 모시고 가야겠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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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름과자 2017/09/13 03:00

    착한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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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홍돼지^^ 2017/09/13 03:02

    눈물이...감동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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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핑키보이 2017/09/13 03:05

    저는 그래서 길냥이 잡을라고 통덫을 아예 하나 사버렸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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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핑키보이 2017/09/13 03:07

    근데 이빨이 없으면 어떻게 씹어 먹는데요?? 걍 삼키는 건가?? 제가 주는 길냥이들은 걍 사료를 마셔버리긴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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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리퍼즈 2017/09/13 03:08

    고양이를 대신해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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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정없는세상 2017/09/13 03:09

    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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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차니스트 2017/09/13 03:13

    핑키보이// 이 대신 잇몸...일까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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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주갈매기 2017/09/13 03:13

    좋은일하시네요 복받으실 겁니다.
    그리고 2년 넘지 않는건...잘 살펴보시면 어미가 새,끼들한데 영역 물려주고 가는 것도 있어요.
    아니면 다른 고양이들과의 영역 싸움에서 밀려서 가는 경우도 있구요..
    저도 본가에서 10년 넘게 고양이 대를 이어서 키웠는데 새,끼 낳고 독립시킬때쯤되면 어미 냥이가 한동안 안보이고 새,끼들만 있다가 다들 나가고나면 어느새 또 어미냥이와서 밥달라고 야옹하는데...참 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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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차니스트 2017/09/13 03:20

    음주갈매기// 출산이나 영역싸움 같은 건, 제가 늘상 살펴보는데, 그런 것 같지 않아서요. 참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뭐 고양이는 고양이 나름의 논리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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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뭉치에요 2017/09/13 04:03

    최고에요
    최고의 복 받길 ㅠ.ㅠ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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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샤키레또 2017/09/13 12:56

    존경합니다!!! 저도 4년넘게 밥주고 있는데 아직까지 구내염 약 먹일정도면 되는 과정이긴 하네요...돌보던 고양이 한마리는 집에 데려갔는데 유전적 구내염이라 평생 관리가 되야 한답니다 ㅎㅎ 지인은 몇달전에 밥주던 길고양이 직접 발치수술 시켰더라구요...어떠한 생명이든 소중하지 않은것은 없습니다...생명의 무게는 모두 동일하다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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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이꿀이 2017/09/13 21:41

    정말 귀엽습니다. 추천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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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멈포드 2017/09/13 21:49

    와 너무 귀엽네요 정말 복 받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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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뽀뽀누나♥ 2017/09/13 22:05

    추천드립니다~ 짱짱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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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purdy54 2017/09/13 22:12

    복 받으실겁니다
    자자손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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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duler 2017/09/13 22:36

    좋은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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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드키위 2017/09/13 22:51

    중성화수술도 했나보네요. 신데렐라의 렐라?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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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요마요 2017/09/13 23:10

    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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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커룸 2017/09/13 23:11

    갠적으로 길냥이들한테 시간 돈 써가면서 정성들이는거 이해못하는 1인이지만, 마음이 참 따뜻하신 분인게 느껴지네요.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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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수킹 2017/09/13 23:31

    성인이시여 축복을 받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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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근4 2017/09/13 23:52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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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uteMaggie 2017/09/13 23:58

    저도 피똥을 싸 엉덩이에 파리가 덕지 덕지 달라 붙은 유기묘를 구조해 병원에 가 치료를 해줬는데 병원에서도 원인을 몰라 200정도가 깨진적이 있어서 님 마음 잘 압니다.
    누가 들음 미쳤다고 할거에요.ㅋ
    제 경우 이 버려진 고양이가 얼마나 살려는 의지가 강한지..
    막 저보고 자기 버리지 말라는 눈빛을 그 아픈 와중에도 달라 붙어 떨어지려 하질 않더라고요.
    치료후 유기묘 센타에 데려라 줬지만 아무래도 완치가 안된 상태라 마음에 걸려 사흘후 다시 가서 데려 와 지금은 저희 집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어떨땐 왜 내가 이일에 발을 들여 놓았나 할때도 있지만 이젠 어쩔수가 없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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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차니스트 2017/09/14 00:12

    헉, 이게 담장에 왔네요. 불펜에 아픈 길냥이 구조하고 치료해주시는 분들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그분들 보기 민망하게스리... ㅋ 전 그냥 그렇게 더럽고 못생겼던 애가 점점 이뻐진 게 뿌듯하고 흐뭇해서 올린 건데요. 렐라에게 귀엽다고 해주신 분들, 제게 복 받으라고 해주신 분들 다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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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weetDay 2017/09/14 00:21

    헐..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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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nimal 2017/09/14 00:23

    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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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쉬라이먼 2017/09/14 00:26

    길냥이 집에 들인 집사인데, 길냥이가 못먹어서도 털이 안좋은거 같아요.
    친구 공장에 죽어가는애 데려온건데, 처음 나타난날은 정말 첫 사진 같았는데, 캔 2일 정도 주니 새하얗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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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멍순이랑 2017/09/14 00:28

    천사세요. 복 많이많이 받으세요. 힘든 일 있었는데 위로도 되고 서럽던 마음이 덕분에 따뜻해졌어요. 고맙습니다. 귀차니스트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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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식조아 2017/09/14 01:08

    복 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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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사랑엘지 2017/09/14 01:25

    대대손손 축복받으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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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9ers 2017/09/14 01:34

    당신같은 따뜻한 분들이 있어서..
    세상이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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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할타자 딩요 2017/09/14 01:38

    천사님이시네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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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기사하 2017/09/14 02:07

    와.. 이 분 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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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샤방한 곰! 2017/09/14 02:24

    천사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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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SKY 2017/09/14 02:40

    진짜 천사시네요~!!
    냥이가 넘넘 이뻐졌습니다. 복 받으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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