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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캐논 최고의 작품이었던 F-1 간단 리뷰

요즘 나오는 전자기기들은 몇년쯤 쓰면 노후되어 더 쓰지 못하도록 설계된다고합니다. 아무래도 소비자가 물건 하나를 천년만년쓰면
기업입장에서는 좋을리 없겠지요.
하지만 과거, 기업들이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해 상품의 내구도를 신경쓰던 시기가 있었으니.. 어쩌면 그 시절에 만들어진
플래그쉽 필름 카메라들이 요즘 나오는 보급기보다 더 오래 버텨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데세랄도 애정하면서 열심히 쓰긴 하지만, 확실히 캐논 F1에서 느껴지는 견고함과 든든함은
흔치않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 제가 리뷰할 모델은 차후에 개량된 F-1N이 아닌, 초기모델, 즉 100% 기계식으로 작동하는 모델입니다. 배터리를 사용한
측광도 가능하지만 어쨌든 배터리 없이도 완벽한 촬영이 가능합니다. 사실 예전에 썼던 미놀타 x-300이나 라이카 R4같이 배터리
의존도가 높은 카메라들도 사용에 딱히 불편함은 없고 배터리도 오래가는데다가 배터리를 사용한 유용한 기능들이 있는지라
저같은 라이트 유저에겐 딱히 기계식이라는게 메리트는 아닌 것 같습니다. 뭐.. 이런저런 감성적인 것도 메리트라면 메리트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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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해보이는 외형이 특징입니다. 거칠게 각쳐서인지 외부와의 마찰로 칠이 벗겨져 황동색이 드러난 부분들이 많네요.
렌즈는 50밀리 1.4f. 아직 학생인지라 이렇게 밝은 렌즈는 처음 써봅니다.
제가 쓴 미놀타 단렌즈가 2.0였고 니콘데세랄 단렌즈가 1.8입니다. 사실 1.8~2.0 정도면 제 형편에 준수하다고 생각합니다.
라이카 R4에는 2.8짜리를 물렸고 니콘 단렌즈 구입전 번들은 3.5였으니. 그 땐 그야말로 빛줄기의 노예..
여담으로, 0.95f라는 미친 조리개 수치의 렌즈를 처음 제작한 회사가 바로 캐논이라고하죠.
그런 고로 0.95f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천만원을 호가하는 라이카 노틸럭스 렌즈를 구하는 대신 오래된 캐논 렌즈를
알아보는 방법도 있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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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프리즘을 담는 윗쪽 철판이 충격에 약한 듯 합니다. 약간 찌그러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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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 좌측. 셔터속도 다이얼과 셔터버튼, 필름와인더레버가 있습니다. 1/2000초까지 촬영가능한게 장점.
이전에 R4나 X300s를 쓸 때 1/1000으로는 좀 아쉬울때가 있었습니다.
셔터버튼 잠금장치도 있습니다. 전문적인 쓰임을 고려한 장치인듯한데, 매번 잠그고 풀기 너무 귀찮아서 저는 그냥 항상
풀고다닙니다. 지나친 기능은 초보를 괴롭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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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보면 그저 카메라 온오프 스위치 같지만 사실 노출계를 켜고 끄는, 그리고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는 스위치입니다.
스위치를 C에 두고 ISO를 100에, 셔터속도를 1/2000에 둔 후에 뷰파인더를 봤을 때 바늘이 흔들거리고 있으면
배터리가 충분한 것.
스위치 위에 보이는건 필름감개.
필름감개를 당겨올리면 필름실이 열리는 전형적인 방식입니다. 다만 필름감개를 당겨올리려면 작은 은색 버튼을 눌러야하는데요,
전문가들을 위한 진지한 카메라라는 느낌을 주는 부분입니다. 저런 버튼 없다고 필름실이 쉽게 열리는건 아니지만 만약을 대비한
보험장치를 하나 더 넣어둔 것인데, 만약에 저같이 취미로 사진 찍고다니는 라이트한 포토그래퍼가 실수로 필름실을 열어서
필름 한롤을 망쳤다면 그저 친구들 사진, 풍경, 동물들 사진이나 몇장 날리는 것이 가능한 최악의 결과겠지만 1970~80년대
당시 전문사진사가 필름 한롤을 날린다면 어쩌면 그날의 일급뿐만 아니라 본인 평판까지 깎아먹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겠지요.
특히나 그게 결혼식 촬영처럼 타이밍이 중요한 (클라이언트에게 있어) 일생일대의 중요한 일회성 이벤트라면..
좀더 캐주얼하고 라이트한 쓰임을 가지는 동사의 AE-1에는 저 버튼이 없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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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파인더 내부. 오른쪽에 있는 길쭉한 막대가 노출표시입니다. 동그라미가 현재 조리개 수치를 보여주는 것으로,
조리개를 조일수록 동그라미가 올라갑니다.
막대 중간쯤에 있는 검은 수평 바늘이 ISO수치와 셔터속도 및 측정된 빛에 따라 움직입니다.
이 바늘과 동그라미가 일치되면 적정 노출된 것. 굉장히 낯선 방식이지만 생각보다 편리합니다.
쓰다보면 적당히 셔속, 조리개 세팅하고나서 뷰파인더 들여다보면 노출 맞아있는 경우도 자주 겪게되더군요.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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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점은, 뷰파인더를 교체할 수 있다는 것.
뷰파인더가 제거된 상태에서도 촬영이 가능한데, 이렇게하면 카메라를
낮게 두고 찍는 것이 가능해서 은근 편리합니다. 물론 떼어낸 뷰파인더(+펜타프리즘)은 먼지한톨 안묻게 조심조심.
요즘 이 모델 뷰파인더 이베이에도 많이 안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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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함정은 1.35 볼트 625 수은전지를 먹는다는 것 입니다. 요즘은 구하기 힘든 전지입니다.
국내에서 수소문해본 결과, 같은 사이즈인데 1.5볼트인 전지도 있고, LR44를 쓸 수 있게해주는 어댑터도
시중에 있긴하지만 어댑터를 써보니 높이가 미묘하게 높아서 배터리실이 안닫히더군요.
결국 1.5볼트짜리를 넣고 ISO감도를 속이는 식으로 측광을 맞췄습니다.
이후 이베이로 1.35볼트 수은전지를 구해서 넣었구요.
이제 결과물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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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1.4 렌즈덕에 지하철이나 레스토랑 등 광량이 부족한 곳에서도 셔터속도 확보가 어느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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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태어나기 전에 제작된 좋은 물건을 훌륭한 상태로 제 손에 넣게되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데세랄의 편리함과 샤프함도 좋지만 감성충만한 이 물건도 제 최애 아이템 중 하나입니다.

댓글
  • cihvirus 2017/09/13 03:45

    저도 한대 가지고 있습니다 ^^ 좋은 기종 이죠 ㅋ

    (X68jZu)

  • 211 2017/09/13 07:03

    사진 속 하늘색 스트랩 어디서 구할 수 있을지 정보 얻을 수 있을까요?

    (X68jZu)

(X68jZ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