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w 파일 보정을 하기 시작하면서 일어난 변화들

사진 찍기 시작한 지는 20년째이지만, 한달 전부터 캡쳐원으로 raw파일 보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보정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사진을 찍는 일상이 확 바뀌는데, 좋은 변화인지 나쁜 변화인지 잘 모르겠어요.
1. 사진 찍을 때 신경을 덜 쓰게 됩니다.
촛점이나 노출에 신경을 덜쓰게 되었습니다. 기본이 1스탑 이상 언더 노출로 찍게 되고, 최대한 안 흔들리기만 하면 촛점도 예전처럼 편집적으로 신경을 안써도 됩니다. 예전엔 다이나믹레인지를 어떻게 하면 맞춰야 할지 전전긍긍하면서, 3장 연속으로 찍어서 맞추는 것까지 시도했는데, 요즘엔 전혀 신경을 안씁니다. 반면에 구도나 피사체의 배치 같은 것에 훨씬 더 신경을 쓰게 되네요.
2. 될 수 있으면 사진을 적게 찍게 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진을 적게 찍을뿐 아니라, 찍어놓은 사진들도 사진기 안에서 리뷰하면서 충분히 건질 수 있는 사진이나 전혀 실패하지 않은 사진들도 느낌이 겹치거나 더 괜찮은 사진이 있으면 그냥 과감히 지워버리게 됩니다. 사진 한 장 한 장에 보정을 하느라 들이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사진 많이 찍어봐야 보정하느라 시간만 더 걸리던지, 막상 가져오기 해놓자 마자 지워버리게 되네요.
3. 좋은 렌즈에 대한 뽐이 조금씩 줄어듭니다.
a6000에 selp1650의 조합, 그리고, sal1650에 a7m2의 조합,,, 솔직히 빛이 충분한 상황에선 보정해놓고 나면 별 차이를 못느끼겠어요. 오히려, 해상도가 더 많으니 a6000이 더 나을때도 있는데, 점점 a6000에 번들 활용도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4. 사진 찍는 시간보다 보정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네요.
이건 정말 의도하지 못했던 부작용입니다. 이러면 곤란한데, 보정에 시간을 들이면 들이는만큼 결과물이 나오다보니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들이게 되는데, 내가 이걸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러다가 포토프린터라도 사게 되면 들어가는 시간은 더 늘어날텐데, 일과 다른 생활에 필요한 시간까지 좀먹고 들어가는건 아닌지 걱정이 되니까 더더욱 사진 찍는 양도 더 줄어들게 됩니다.
5. 사진을 찍고 나서 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며칠씩 지연됩니다.
예전엔 당일에 사진을 골라서 인터넷에 올렸는데, 지금은 일주일에서 보름까지 밀려있는 보정을 하고 올리느라 올릴때쯤이면 이미 이슈가 안되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찍은 것 중에서 한두개만 먼저 보정을 하게 되면, 나머지 사진들은 영원히 스킵될거 같아 불안해요.
확실히 보정을 하기 시작하면서 사진을 찍는 패턴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