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모님이 안계신다.
정확히는 계시지만 초등학교 3학년때 고아원에 버려져서 지금껏 살아왔다.
어렸을땐 밤마다 먼 하늘을 보며 울고불고 엄마 아빠를 찾았지만 시간이 약이었다.
점점 엄마 아빠의 얼굴은 잊혀져가고 난 고아원의 생활에 익숙해졌다.
그래도 좋은 고아원이었다.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고 공부시켜주고....덕분에 무사히 고등학교까지 졸업했다.
마음 한구석엔 언제나 엄마 아빠를 미워하는 마음이 가득했지만 다른 마음 한구석엔 고맙게 생각되기도 했다.
이곳에 버려주지 않았다면 난 고등교육도 못받고 어디서 양아치 짓이나 하며 살았을테니.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장실습을 마치고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였다.
엄격한 기숙사제로 인해 학창시절 100원 하나 갖고있으면 욕먹고 두드려 맞았던 그 때.
첫 월급 180만원.
10년가까이 100원 한개 만져보지 못했던 나에게 덜컥 180만원이 주어졌다.
노동의 대가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학교선배가 졸업하는 졸업생들을 모아 강연하는 식으로 졸업하면 반드시 해야할 일 등을 설명해준 적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첫 월급을 저축하지 못하면 그 이후 어지간한 마음가짐 아니면 절대 저축하지 못한다는 거였다.
역시 인생선배의 말은 틀린게 없었다.
돈은 정말로 달콤한 물건이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뭐든지 갖게 해주었다.
선배의 말은 내 뇌에서 증발된지 오래였고 이것저것 사서 놀고 즐기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술 담배등은 극도로 싫어해서 절대 건드리지 않았다는 점.
게임 좋아하고 전자기기 좋아하고 옷좋아하고.....돈이 허락하는 한 다 샀다.
한달 개처럼 일하고 보상 받은 돈은 이러한 나때문에 절대 모이지 않았다.
그저 퇴근하면 기숙사에서 겜하면서 놀고 PC방가서 겜하고 놀고 일하고 일상의 반복이었다.
어차피 내가 챙겨야 할 가족따윈 없었다.
철저한 나 혼자였기에 그럴 수 있었다.
회사가 힘들고 맘에 안들면 그냥 퇴사하고 옮기면 그만이었다.
회사는 많고 널렸었기에 아무 생각없이 이곳 저곳 다녔다.
부산에서 시흥으로, 시흥에서 오산으로, 오산에서 수원으로, 수원에서 구미로, 구미에서 인천으로, 인천에서 홍성으로, 홍성에서 천안으로....
그렇게 난 20대 초반을 흘러다녔다.
책임질 것이 없었으니 부담될 것도 없었고 미래는 생각도 안해봤었다.
그렇게 26살이 되고 널 만났다.
나와는 다른 세상 사람이었다.
너는 내가 고아라는 걸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너와 연애하고 웃고 떠들고 박터지게도 싸워보고 헤어지기 일보직전까지도 가보고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6년 가까이 연애했다.
처음 너희 부모님을 뵈러 가던날 난 미치는 줄 알았다.
내가 맘에 안드시면 어떻게 하지...내가 고아라는걸 아시면 너한테 뭐라고 하실까....모아놓은 돈도 없고 미래도 없던 놈한테 귀한 딸 맡기실까...
전 날 몰래 약국가서 청심환을 두개 샀다.
혹시나 처음 먹어보는 청심환인데 효능에 대해서 약사에게 여쭈어보니 자기 지인들이 장례식장 들어가기전 먹고 들어갔더니 차분해져 아무도 안울었단다...
역시 약은 약사에게 물어야 믿음이 간다.
아버님과 어머님과 너와 나의 저녁식사...
솔직히 난 그 자리가 너무나 불편했고 긴장됐다.
아버님께선 식사 전 나와 TV를 보시며 이것저것 물었고 난 거짓없이 솔직히 아버님께 말씀드렸다.
다행이 별말씀 없으셨다.
그렇게 저녁식사가 끝나고 난 다시 너와 집으로 돌아갔다.
이후에 들어보니 날 좋게 보신모양이었다....참으로 다행이었다.
처음엔 날 쳐다도 안보시던 어머님.
먼저 말 거신 적도 없으셨고 내가 말걸면 눈도 안마주쳐주시고 존대로 답해주시던 어머님.
시간이 지날수록 내게 마음을 여시고 내가 말할때 눈도 마주쳐주시고 자주 웃어주시고 농담도 건네셨다.
무뚝뚝하신 아버님.
시간이 지나서 우리 XX이 라고 해주신 날 그날 저녁 집에서 울었다.
너의 부모님을 찾아뵌 이후...나에겐 가족이 생겼다.
네 부모님 집도 가까워서 자주 찾아뵙고 밥도 얻어먹고 그랬다.
점점 가까워짐에 난 너무나 즐겁고 감사했다.
그리고 너와 결혼한 지금 이 시점.
나에게 너를 내려준 하늘에 감사한다.
내일 넌 10시에 퇴근하겠지만 난 5시에 퇴근해서 어머님과 같이 트레이더스 쇼핑하고 저녁먹을꺼다.
요즘 아버님 발이 자꾸 부으셔서 너 몰래 걷는데 좋고 통풍 잘되는 신발 한켤레 사둬서 차 트렁크에 쟁여놨다.
그리고 어머님이 자기보다 날 더 챙긴다고 투덜투덜 대는 네 모습을 보니 그저 웃음밖에 안나온다.
아무것도 없이 너와 만나 너에겐 34평 아파트. 나에겐 27평 오피스텔이 각자의 명의로 있다.
물론 은행대출로 일궈낸 집이지만 그건 시간이 해결해줄꺼다.
이제 행복하게 살 일만 남았다.
네가 내 인생을 바꿔준 은인이다.
항상 너에게 감사한다.
사랑한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적어봤어요.
말이 정리 안되는 점 사과드려요~
힘든 환경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오신게 느껴져요 잘살아왔다고 기특하다고 쓰담쓰담하고 싶네요 멋진 배우자분과 부모님과 앞으로도 행복하세요!!
이제 달콤하고 행복하시기만 바랍니다^^
아픔도 슬픔도 기쁨도 행복도
사랑 모두 가족이 되어 가감없이 누리시길 바랍니다!
그마음 변치말고 가족들과 항상 행복하고 건강한 날들만 보내길 바랄게요
그리고 자라온 초중고 학교를 잊지말고 그곳에서 배운 좋은정신을 가슴속에
꼭 새기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항상 꽃길만 걸으시길...
꼭 행복하세요
부럽네요, 저도 그렇게 되고싶네요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이 세상 마지막 순간까지 꼭 happily ever after 하시길 바랍니다
해피엔딩이라 너무 훈훈한 이야기네요
행복하세요 노여움도 이젠거두시고 마음편안해지셨으면좋겠습니다
행복하세요
아...아... 꼬릿말에서 찌릿!!!!
쵝~오!!!!!
너무 아름답네요... 힘드셨던것의 양보다 제곱으로 더 행복하신거 같습니다!
더욱더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행복함에 감사하실줄 아시는 작성자님 모습에 하트뿅뿅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