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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원한 생맥주가 그리울 때 생각 나는 곳.JPG
저처럼 낮술을 마다하지 않는 주당들에겐 날씨도 좋은 핑계거리가 되곤 합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엔 적당히 우울하다고 한 잔 땡기고 날이 개면 더워서 열 좀 식히겠다며 한 잔 땡겨야 하는 법이죠. 날이 좋아서, 날이 적당해서, 날이 좋지 않아서...;;;
자고로 낮술은 독주로 시작하면 안 됩니다. 도수 낮은 술로 적당히 예열을 거쳐야 저녁에 본격적인 질주가 가능하니까요. 그런 이유로 제게 낮술의 정석은 누가 뭐래도 생맥주입니다. 아~ 키보드 자판을 연신 두드리는 와중에도 군침이 도네요.
수제 맥주와 수입 맥주에 치여 여전히 쭈구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국산 맥주라지만 차갑게 얼린 잔에 가득 담겨 나온 국산 생맥주의 시원함 만큼은 맥주 고유의 풍미를 차치하더라도 인정해 줄 만 합니다. 그게 전부라는 것이 함정이긴 하지만.
그 국산 생맥주의 지존이라 불리던 곳이 바로 을지로입구역 하나은행 본점 지하에 있던 오비호프였죠. 인근 직장인들과 저처럼 낮술을 시도때도 없이 들이 부어 대던 치들에겐 참새 방앗간 같은 곳이었습니다. 대체로 연식이 좀 되신 양반들 틈새에 제가 있었더라는...;;;
을지로 노가리 골목이 생맥주 메카로 유명하긴 했지만 태양이 작열하는 무더운 여름에는 닭살이 돋을 정도로 빵빵하게 에어컨을 가동해 주는 오비호프가 최고였습니다. 게다가 저처럼 안주빨 즐기는 입장에서 노가리 따위는 애초에 선택지에 없었습니다.ㅋ
모그룹 직영이라 관리도 잘 되고 당시에 저처럼 낮술 즐기는 사람들이 넘쳐 나서 순환이 빠르니 그만큼 생맥주의 질이 좋을 수 밖에 없었죠. 거기에 맥주와 잘 어울리는 다양한 안주 구성도 한 몫. 그 중에서도 저는 훈제 족발과 깐풍 새우가 제일 좋았던.
그렇게 추억이 깃든 오비호프가 10년 전에 지금 자리로 이전하면서 비어할레로 이름까지 갈아 버린 뒤로는 어쩐지 발길이 닿지 않게 되더군요. 을지로 나갈 때 종종 들러보면 맛이야 별반 달라진게 없었지만 추억이 통째로 사라진 느낌이랄까.
오비호프에서 생맥주로 낮술 때리고 근처 다동 사우나에서 땀 빼고 나와 원흥에서 짬뽕과 고기튀김으로 다시 달리던 시절 뒤로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 훌쩍 지나버렸고 저도 빌어먹을 탈모와 함께 어느새 불혹을 맞았네요. 양 손 가득 500잔을 들고 나르던 재기발랄했던 그 알바도 지금은 아줌마가 됐겠군요.껄껄껄
그래... 결심했어. 오늘은 낮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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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호프 진짜 좋죠 ㅎㅎ 막걸리 땡기면 원조녹두, 마지막엔 만선..
크 필력 좋네요
저도 맥주 마시고 있슴다
저기도 좋지만 주변 직장의 애주가들은
저 건물 밖의 포장마차들을 애용했었죠
껄껄껄
크으...주당의 내공과 연식이 깃든 글이네요!
추천합니다. 주공이 3갑자 수준이시네요.
고광렬// 추억 돋네요.ㅋㅋㅋ
국.뽕한사발// 부끄럽사옵니다.
11111// 일찍 시작하셨군요.ㅎㅎㅎ
김판호// 성숙미가 느껴지나유. 나이값 하는거죠.ㅋㅋㅋ
pridesun// 포차는 중국대사관쪽 여행사 라인으로 야밤에 홍합탕 찾아 부나방처럼...ㅋㅋㅋ
[IU]제닉// 슬슬 녹이 슬어 가는군요.
엘리혜성// 주(?)화입마에 빠지기 직전입니다.껄껄껄
요새 유수님 글 몇개 스크랩 하고 있습니다 시간 나실 때마다 술에 대한 리뷰 부탁 드립니다 ㅋ
일년에 마시는 술을 다 합해도 맥주 1000이 될까말까한 비주류 인생인데도 이 글을 보니 시원한 생맥주 한 잔 하고 싶어집니다그려.
vonin// 그저 술이라면 일단 입 안에 털어 넣고 보는 한낱 미천한 주당에 불과한 관계로 전문가적 식견은 전~혀 없음을 미리 알려 드리는 바입니다.ㅋㅋㅋㅋ
베레타// 저와는 180도 다른 세상을 살아 오셨군요. 존경합니다.ㅠㅠ
비어할레죠? 여기 너무좋음 ㅠㅠ
말 위에서 장수의 맛이 변함없기에, '우리집은 무탈하구나' 하면서 지나간 김유신 장군처럼 한마디 해주시는 것도...
나서스짱// 짤은 오비호프 시절인데 2007년에 지금 자리로 이전하면서 비어할레로 바뀌었죠.
[식윤RanomA탱율팁]// 예전의 추억이 깃든 장소는 날아갔어도 목젖을 때리는 생맥의 시원함은 여전하니 그리 생각토록 하지요.껄껄껄
캬 비어할레 추억 돋네요 ㅋㅋ
예전 회사 댕길 때 생각나네
와 여기 대학생 때 알바했던 곳인데.. 오랜만에 보네요
스위스농협// ㄷㄷㄷㄷㄷ
流水不爭先// 어쩌면 제가 맥주 가져다 드렸을 수도 있겠네요ㅋㅋㅋ
스위스농협// 댓글 보고 그 생각에 소름이 쫘악~ ㅋㅋㅋㅋㅋ
다동 사우나라.. 사우나가 끝인데는 아닐텐데요 ㅎㅎㅎ
글을 정말 맛깔나게 쓰시네요~잘 읽었습니다.
시원한 생맥주 한잔이 하고싶어지는 무더운 여름밤입니다ㅎㅎ
삼성동삼빠// 전 사우나 밖에 모르흫니다.
감시와처벌// 요즘 같은 날씨에 딱이쥬.
오비호프는 족발과 부추김치죠.ㅋㅋㅋ
아아, 경남에 있지만 당장 ktx타고 서울로 뿅!하고 날아가고싶어지는..ㅠㅠ
이분 디엘 강제로 보내야합니다.
을지로 호프 골목이 제가 아는 그곳이 맞나 모르겠네요. 전 서울서 태어나기만하고 오래 안살아서 서울 잘 모르지만 누가 만선호프 생맥주가 그렇게 맛있다고해서 찾아갔고 달렸던 기억이 나는데 여기도 을지로3가역 주변이었던 것 같습니다.
길을 헤매는데.. 을지로입구에서 3가까지 이어지는 최첨단의 대로변에서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도 옛도시 골목의 정취가 팍팍 느껴지는게 인상깊었죠. 그 골목 만선호프가 생각납니다
추억 돋네요,,,
뭐 그래도 지금의 비어할레도 기본은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