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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의 썰전

오랜만에 집에 내려옴. 아빠는 충청도 시골에 혼자사심. 나도 혼자살기때문에 혼자는 외롭다는 걸 알기에 얼굴이라도 비추려고 내려옴.

난 문 지지자이고 아빠는 홍 지지자임. 시게에 많은 분들이 부모님 영업한 썰. 골수 보수 지지자 마음 돌린 썰. 많이 봤지만, 그리고 그 분들에게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난 아빠와 싸우기 싫었음. 가뜩이나 1년에 4~5번 얼굴보는데 서로 얼굴 붉히기 싫고 상처 주고 받는 거 싫어서 일부러 야구 얘기 하고 있었음. 근데 아빠가 훅 치고 들어 오는 사건이 발생..


아빠 : 너 페이스북 보니까 아직도 문재인 지지하더라?

나 : 난 늘 문재인이었고,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임

아빠 : 아이고 오늘도 친구들만나고 왔는데 내 친구들 다 문재인빨갱이라고 그러더라.

나 : 어르신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알고 있음. 여론조사를 봐도 60대 이상 문재인 지지율 10~20% 사이니까 당연할 듯. 그분들은 전쟁을 겪은 세대이기도 하고 빨갱이를 척결하는 게 애국이라고 배워왔기 때문에 마음은 이해함. 그렇지만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문재인이 1등을 달리고 있는 이유는 우리 청년들은 빨갱이를 척결하는 것보다 본인의 취업이 더 우선순위이기 때문. 외벌이론 힘들어서 맞벌이해야할 것 같은데 애는 어떡하지? 나라에서 유치원좀 늘려주면 좋겠는데.. 애 급식비라도 지원해주면 살림살이좀 나아지겠는데.. 이런 현실적인 것에 관심이 더 많은 것임.


아빠 : 홍준표는 귀족노조 없앤다잖아. 월에 천 만원 넘게 처먹으면서 더 달라고 데모하고.. 여기 요양원 직원들은 12시간씩 교대근무하면서 월에 120 받는다더라.

나 : 그럼 그 분들의 처우를 개선해줘야지 왜 다른 노동자들도 똑같이 어려워져야된다고 생각함.

아빠 : 노동자들 다 천만 원 넘게 받으면 나라 망함

나 : 고용노동부에 등록된 노동자 2천만명 중 1천만명 이상이 월급 200만원을 못 받음.


아빠 : 아무튼 지금 다들 문재인 눈치보느라고 세상이 다 좌파야.

나 : 그래도 아빠에겐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있지 않음?

아빠 : 조선일보도 죄다 빨갱이야. 박근혜 1원도 안 받았는데 죄인으로 몰아가는 거 봐.

나 : 내 생각엔 홍준표 지지를 철회하고 조원진을 지지하는 게 아빠 성향에 더 가까운 것 같은데 어떰?

아빠 : 조원진이 누구..?

나 : (당황하며 대충 설명해줌)

아빠 : 정유라도 말이야. 내 친구 골프 코치하는 애 있는데 걔 말 들어보니까 운동선수들 학교 다 안 간다더라. 정유라만 안 간 거 아닌데 몰아가는 거 봐라.

나 : 내가 도둑질하다 걸렸는데 나만 도둑 아니다. 다른 도둑들도 있으니 무죄다라는 논리가 설립됨? 도둑질한 나도 처벌받고 다른 도둑도 처벌받는 게 맞지 않음?

아빠 : 근데 그걸 안 하잖아. 정유라만 잡아가고.

나 : 그러니까 홍준표캠프한테 정책제안을 하세요. 누나는 오늘 문재인 캠프에 '길거리에 비둘기가 너무 많아 피해가다가 지각하는 경우가 많으니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문자하니까 1시간도 안 돼서 답변오고 국민의원으로 임명됐다던데 아빠말대로 홍준표가 상식적이고 소통하는 정치인이면 정유라를 제외한, 학교 안 가고 졸업장받은 스포츠 선수들도 조사해서 처발해달라고 제안하면 받아주지 않겠음? 그게 소통이고 정치란 그래야 하는 거 아님?


아빠 : 아휴. 다 똑같애. 박정희 전두환 때가 살기 좋았어. 잔다.. 너도 자라.


아빠가 들어가고 나서 설득을 하려한 게 아니라 아빠를 이기려고만 한 것 같아서 괜히 죄송하고, 한편으로 답답하고.. 에휴 투표합시다!


댓글
  • 꿈이힘이다 2017/05/01 11:35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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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박이 2017/05/01 11:36

    그 심정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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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들320데이 2017/05/01 11:41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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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드아이언 2017/05/01 11:45

    저도 비슷합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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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두대한 2017/05/01 12:04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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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쓸모있겠지 2017/05/01 12:31

    울 엄마한테 안철수 뽑으면 조카들 학제개편 때문에 고생한다고 기술 걸었는 데 묵묵부답이시네요. ㅜ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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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iff 2017/05/01 13:01

    고생이 많으셔요. 집안 전체가 문재인 야당표인 저는 별로 힘들지 않아 그 힘듦을 전부 이해하지 못하지만, 주위사람 설득으로 그 힘듦 같이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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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ICKNAME 2017/05/01 13:02

    홍준표는 박정희도 빨갱이라 했어요 ㅋㅋ 전해드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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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nt3 2017/05/01 13:08

    저도 어버지랑 많이 싸워서 정치얘기를 아에 안하다가 이번에 탄핵국면 들어오면서 자꾸 박근혜는 엄청난 지략으로 이걸 미국이랑 짜고 좌파를 몰아낼려고 하는거다란 말을 하더라구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정규재 유튜브 보면서 그 말에 현혹 된게 아닌가 하는데..  이때만큼 세대차 느낀적이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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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랩플래야... 2017/05/01 13:10

    나이드신 어르신들도 보통은 대충이라도 맞는정보가 어느정도는 있으신데 와..... 뭘보고 들으신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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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tterbox 2017/05/01 13:17

    기적의 순환논리 ㄷㄷㄷ 누가 가르쳐주기라도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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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잔 2017/05/01 13:17

    시간걸리는 듯요...
    저의 부모님도... 처음에는 빨갱이니 모니 하시다가 탄핵되고 나서 그네잘못없다고 하시는거 그러시냐고 하고
    문후보빨갱이라고 하는거에는 ... 눈처다보면서 제가 좋아하는 사람 내 앞에서 헐뜻지말라고 한마디 하니 아무 말 안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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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키D루피~ 2017/05/01 13:33

    노인들에게 30만원씩 드린다고 공약했다고
    하셨음 팍 넘어왔을겁니닷~화이팅~
    전화로라도 그 말씀 드려보세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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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니초보 2017/05/01 13:35

    문 후보님이 당선되면 빨갱이 세상이 와서 적화통일 된다...
    이거 참 웃기는 이야기지요.
    이미 증거가 있습니다.
    빨갱이 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님,
    그의 똘마니 1번인 노무현 대통령님 시절 다 지났지만
    적화통일 되었나요?
    빨갱이 세상이 왔나요?
    그것도 아니니까 이번에는 국방력이 저하되었나요?
    국방력이 가장 신장된 시기가 노무현 대통령님 시절입니다.
    그 이후에는 방산비리를 생계형비리 라고 하는 시절입니다.
    외교는 제대로 되었나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보다 우리나라 외교 위상이 높았던 적이 없습니다.
    에휴...
    저도 부산이 고향인 60대인데, 글쓴분의 아버님은 참 심각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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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오렌지 2017/05/01 13:36

    아읔ㅋㅋ...ㅜㅜ
    울아버지가 여기 계시네ㅋㅋ..
    새누리는 싫어하지만 문재인도 싫어서
    안철수 뽑는 낼 모레 60 울아버지랑 싸우면
    꼭 이런 패턴이더군여...ㅎ..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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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대입술 2017/05/01 13:37

    안철수 찍겠다는 아빠,
    그럴거면 홍준표가 낫다고 해 놨는데..
    문재인은  이도 안들어 갈 것 같고..
    오늘 가서 유승민으로 돌려야 하나 생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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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상과망상 2017/05/01 13:38

    저희 집이랑 똑같아서 소오름...;; 무슨 말을 해도 문재인은 빨갱이야, 빼앵애애애액! 이러시니
    정치 이야기만 하면 서로 언성 높아져서 집에서는 정치 이야기 안하고 집에서만 샤이 문재인 지지자
    노릇하느라 너무 힘들어요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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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나엘 2017/05/01 13:40

    간혹 영업 성공한 썰 보면 대단한 분들 많구나 싶지만, 님같은 경우가 더 보편적인 우리내 현실이 아닐런지... 저도 아버지 설득하는데 근 20년 가까이 걸렸어요. 처음 몇년은 님보다 더 심하게 싸웠었고... 울아버지도 젊은 자식이 가르치려든다는 느낌이 들어서인지 화도 많이 내시고... 근데 그런 과정들이 쌓이니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변하시더라구요. 당장은 아닐지라도 그런 노력의 과정들 쌓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포기하고 아예 아무것도 안하는 사람보단 어떻게든 시도하고 노력하는 과정이 결국 부모님도 사회도 나라도 조금씩이나마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아닐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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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옥 2017/05/01 13:41

    기승전-다 똑같애 결론..;; 저희 엄마도 아무리 설명해봤자 결론이 저거예요. 그럼 다 똑같으니까 여당야당 번갈아가며 뽑아도 되지 왜 죽으나사나 구여당인지..ㅠㅜ 다 똑같은데 왜 문재인은 안되는거냐고요.
    저희엄만 그래도 이번엔 제 읍소에 넘어가 문재인 찍어주기로했지만요. 이제 새누리계열은 싫어하고 홍준표는 되도않은 놈이라고 생각하세요. 인간이 워낙 이상한 소릴 많이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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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굴은책임못짐 2017/05/01 13:53

    경주 산골출신 우리어머니 보는 줄...
    우리 어머니는 말씀하다가 안되면
    "어이구~ 그리 잘난 놈이 정치하지 머하러 여깄노?"
    이런씩으로 나오더라구요. ㅠ,.ㅠ;
    이번에는 작년에 김경수 의원이랑 운좋게 같이 찍은 사진 보여주면서
    "이사람이 지금 국회의원이고 문재인 비서같은 사람인데, 내가 좀 안다.
    문재인 되면 아들 앞길 좀 풀릴거다. 엄마는 이번에는 싫더라도 아들위해서 문재인 콱! 찍어뿌라."
    그러고 왔는데 정말로 제말대로 해줄 지는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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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가루소년 2017/05/01 13:56

    그래도 말은 통하는 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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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biggi21 2017/05/01 14:07

    아빠 : 정유라도 말이야. 내 친구 골프 코치하는 애 있는데 걔 말 들어보니까 운동선수들 학교 다 안 간다더라. 정유라만 안 간 거 아닌데 몰아가는 거 봐라.
    나 : 내가 도둑질하다 걸렸는데 나만 도둑 아니다. 다른 도둑들도 있으니 무죄다라는 논리가 설립됨? 도둑질한 나도 처벌받고 다른 도둑도 처벌받는 게 맞지 않음?
    여기서 사실 관계가 맞지 않은게 있네요.. 운동선수들은 학칙이나 법이 정한 범위 안에서 정당하게 학교 수업에 빠진것인데... 도둑질은 정유라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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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로리형님 2017/05/01 14:12

    배틀신청합니다
    작성자님 아버지 받고
    제 아버지는 + 사이비종교 까지 들어가 있어요
    민주주의의 주가 주님의 주 랍니다
    읽는책이라고는 사이비 성경같은거 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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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망등불 2017/05/01 14:13

    문재인 후보가 빨갱이가 아니란걸 말씀드려야죠. 빨갱이 같은거 젊은세대는 신경안쓴다가 아니라.. 제대로된 안보관 가진 사람이라는걸 전 어머니께 꾸준히 알려드리고 군시절 일화나 사진보내드려서 설득했네요 어르신들은 잘못된 정보에 세뇌되어서 '빨갱이'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민주당이나 문재인에 관해 어떤 좋은 얘기를 해도 들으려하지 않는 것 같아요 기회가 되신다면 차분히 시간을 갖고 대화나눠보시길. 건승을 빕니다 !!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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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리동물이다 2017/05/01 14:13

    보는 제가 죽겠네요
    전 전남 사는데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른들에 친구들에 와이프까지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말을 바꿀수가 없어요
    그냥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틀리다고 생각하는듯 (저의 능력부족도 있겠지만)
    도대체 왜 보석을 못 알아보는건지 이해할수가 없음
    저렇게 빛나고 있는데!
    저런 돌댕이들하고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데 뭐가 똑같다는거냐!!
    진짜 비등비등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억울하지라도 않다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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