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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공무원이 본 공무원들의 일상

대전 여자공무원 클라스(?) 라는 글이 베스트에 가 있다보니,

공익 출신이라고, 공무원들의 일상을 묘사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조직 내 조직 외 분들이라 그러신지 몰라도, 단편적으로 인지하고 계신 것 같아 의외라는 생각이 들어 글을 남깁니다.

 

많은 분들이 꼴보기 싫어하는 공무원 조직 내 인간들은 저도 같이 꼴보기 싫어하는 편이라, 저희 조직 실상을 가감없이 알려드리고 싶네요.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뭐하는 사람인가 간단히 소개하면...

채소 장사하다(6개월) 망하고,

연구소 보조사무원으로 근무하다(2년) 때려치고,

영업뛰다(2년) 회사망해서 쫏겨(권고사직)나고,

현직 기초지자체 지방직 공무원(5년차)입니다.

가급적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1. 정말 공무원들 다 저렇게 허위로 근무했다하고 초과수당 타 내는가?

- 당연히 다는 아닙니다. 하지만 소수도 아닌 것 같습니다. 여기서 말씀드리는 소수는 20% 미만을 말하는 것 입니다.

- 물론, 저희 조직에서 저렇게 근무 달아놓고 집에가서 당당하게 자러가시는 분은 못 봤습니다만... (꽤) 있긴 있을 것 같습니다.

- 정말 일하다 몸이 달아서 초과근무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당장 저희 팀의 한 분은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해서, 하루종일 눈빠지게 일하다 저녁 8시쯤(매일) 퇴근하시는데도, 일이 밀릴정도로 업무량이 많으신 분도 있습니다.

- 저희 조직 기준으로 굳이 수치화 시키자면, 꼴보기 싫은 퇴출 당해야 할 땡보 초과근무자 (20%), 주말에 나와서 적당히 늘어지게 일하는 직원들(40%), 죽어라 죽어라 일해도 일이 줄지 않아 주말에 나오는 분들(20%), 내 사전에 초과근무는 없다(20%)... 대강 요정도?

 

2. 공무원이 왜 초과근무 하러 나오나?

1) 말시키지 마삼... 토나와 ㅠㅠ; (20%)

2) 주말에 집에 있자니 마누라 눈치보이고 사무실나와서 일이나 하지 뭐. 일중독 (20%)

3) 주중에 숨막히는 것 좀 풀어보자. 지금 조금 해 놓으면 평일에 여유있게 일할 수 있겠지. 중간중간 인터넷도 좀  하고(20%)

4) 와서 노가리까고 뉴스나 보는데, 돈도 주네? 올레~!(20%)

5) ..... 언제 왔다갔지? (흔적도 안보이는데 초과근무가 되어있는???) (10%)

6) 기타(10%)

 

3. 공무원들 일 많아요?

1) Case by case : 바쁜 사람만 겁네 바쁨

- 조직 구조에 문제가 있음. 공무원들 인력배분 및 업무분장 권한이 과장과 팀장에게 있는데, 이들 입장에서 보면,

 일 맡기면 사고치는 놈 > 일을 준다 -> 사고 친다 -> 민원이 걸린다 -> 시장한테 쫏아감 -> 내리갈굼(시장->국장->과장->팀장) -> 짜증남 -> 일을 잘하는 놈한테 넘김 -> 일 못(안)하는 놈의 일이 줄어듬

  이런 구조인데, 이래도 월급이 안 깎이니 조금만 뻔뻔하면 세상 편해짐.

 

정리하자면 일반 공무원의 선택지는,

 

 (1) 얼굴에 철판깔고, 일하면서 사고치면 -> 일이 다른 사람한테 가서 일이 줄고 -> 쾌적한 삶

 (2) 일 잘하면 -> 일이 늘어나고 -> 일이 많아지면 감사도 많이 받고, 실수도 늘고 -> 징계 -> 진급누락+스트레스

 

... 합리적인 개인의 선택이라면 1번을 택해야 할 것 같죠? ㅎㅎ

다행히도 조직에 합리적인 선택(?)을 하시는 분이 많지는 않더라구요.

 

결국 이런 구조때문에 20%정도가 얼굴에 철판을 까는데,

이 20% 덕분에 나머지 엄청나게 고통받는 20%가 생기고, 적당기 견딜만큼 고통받는 60%가 생기는 것인듯 싶습니다.

 

2) 업무량 적지 않음

- 저도 몇가지 직종정도는 경험해보 들어왔습니다만, 공무원들의 기본 업무량이 절대 적지는 않습니다. 뭐 아침 9시에 출근해서 빡시게 일하면 6시에 퇴근할 정도 되는 적당한 업무량인데, 다들 요령것 줄이고 늘리고 하더라구요.

제가 하는 업무 기준으로는 연중 굴곡없이 바쁘네요. 그냥 일과중 간단히 티타임 몇번 할 정도 여유는 있습니다.

 

4. 주로 누가 바쁜가요?

- 위에서 언급했듯... 열심히 일하는 분이 바쁩니다 -_-;;;;; 참 짜증나는 현실이죠.

- 일반화 시키기 어렵지만, 굳이 일반화 해서 기준별로 나눠보면 젊을 수록, 남성이 더 바쁩니다.

- 제도 및 시스템이 고도화 되면서, 나이드신 분들이 적응을 못하는 것이 이유고,

- 여성 특유의 개인주의적인 성향과, 비상시 남성이 상대적으로 쉽게 동원된다는 것, 과중한 업무에 대한 내구성이 남성이 낫고, 여성은 육아의 문제 고려되기 때문인 듯 싶습니다.

-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바쁜사람은... 역시... 열심히 하는 직원이죠.

 

5. 이런 농땡이 공무원들을 왜 조직 내에서 관리하지 않나?

- 기본적으로 '동료'라는 의식이 깔려있고, 이건 나이가 드신분들일수록 강합니다.

- 짐작하시겠지만, 맘에 들지 않아도 인정사정없이 쳐 낼만큼 모진 사람이 없기도 하고, 그정도로 모진 사람들은 위에서 언급한 합리주의자 대열에 끼시더군요.

- 또, 공무원집단의 나서기 싫어하는 조직문화 때문에, 누구도 문제라고 생각해서 '누가 저것좀 어떻게 해줬으면' 싶음에도, 자기가 하지 않는 분위기가 꽤 만연한 듯 싶습니다. 부끄럽게도 저도 그런 것 같군요.

- 그리고, 다들 자신또한 완벽하지 않다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 어쩌지 않는 분들도 많습니다. 거 성경에도 뭐라고 뭐라고 되어있는 것 같더군요. '죄 없는자 돌을 던지라'

- 한가지 더... 기초지자체가 민선으로 바뀌면서, 시장이나 군수가 그런 문제가 발생하면 그 조직 자체를 조져버리는 경향이 있어 왠만하면 덮고 넘어가려는 것도 좀 있습니다. 비유해보자면, 다들 긁어 부스럼 만들기 싫다는거죠.

 

제가 보기에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은게 공무원 조직입니다.

과연 누가 이것을 어떻게 개선시킬 수 있으려나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신가요? 이만 글을 줄입니다.

 

애 둘 아빠인 관계로 덧글을 잘 못씁니다. 간만에 잠이 안와서 글을 씁니다만, 궁금하신게 있으시면, 나중에라도 확인해서 덧글 달아보겠습니다.... 너무 많으면.... 못 쓸수도 있구요. ㅎㅎ

 

두서없이 쓴 글을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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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FRw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