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의 방문은 예상외로 정중했다.
[ 지구인 여러분, 우주 주민에 등록하십시오. 지구인 여러분, 우주 주민에 등록하십시오. 지구인 여러분, 우주 주민에-. . . ]
갑작스러운 우주선의 등장에 깜짝 놀랐던 사람들은, 그 제안에 최소한의 안도감을 느꼈다. 적어도 침공은 아니었으니까.
같은 말을 반복하는 우주선을 향해, 급한 대로 꾸린 인류 대표단이 다가갔다.
곧, 우주선에서도 외계인들이 마중 나왔는데,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먼저, 인간과 너무나 닮은 형태의 외형에 놀랐고, 그들이 모두 쌍둥이처럼 똑같이 생긴 모습에 또 놀랐다.
긴장한 채 앞으로 나선 인류 대표가 그들과 마주하여 물었다.
" 우주 주민에 등록하라는 게 무슨 뜻입니까? "
[ 말 그대로, 우주의 지적생명체로서 주민 등록을 하라는 말입니다. 우주에 수많은 종족이 서로를 인정하며 외교관계를 쌓기 위해선 주민 등록이 필수입니다. ]
" ...만약 등록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지요? "
[ 그러면, 당신들 종족은 '일반 동물'로 취급됩니다. 솔직히 말하면, 지구인을 '가축'으로 키울만한 종족이 우주에는 아주 많습니다. 당신들도 원숭이 고기를 먹지 않습니까? ]
" ... "
이렇게 되자, 인류는 우주 주민 등록을 거부할 수 없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거부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다.
다른 우주 종족들과의 교류는 어마어마한 발전을 불러올 것이 분명했다.
" 저희 지구인도 우주 주민으로 등록하겠습니다. "
[ 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등록을 위해 '통일'을 해주셔야겠습니다. ]
" 통일? "
인류는 통일이라는 단어에, 전 세계 하나의 통합 국가를 떠올렸다. 한데, 우주인이 말한 통일은 달랐다.
[ 표준 지구인을 정하여, 모두 그의 모습으로 통일하시면 됩니다.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
" 예? 그게 무슨...? "
[ 쉽게 말해, 저희처럼. 여러분들도 모두 똑같은 모습을 가지게 된다는 겁니다. ]
" 뭐야?! "
인류는 그제야 왜 외계인들의 외모가 모두 똑같은지 알게 되었다.
" 아니, 어째서 그런?? "
당연한 질문에, 외계인은 잠깐 고민하다가, 이해하기 쉽게 말해주었다.
[ 수십억 명의 개체가 있는 당신들의 모습이 모두 다른 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서로를 구별할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우주 주민으로서 살기 위해선 그럴 수 없습니다. ]
" 아니 왜...? "
[ 우주 주민으로 등록된 종족이 수백억 개가 넘기 때문입니다. ]
" 수,수백억?! "
[ 그러니, 우주의 주민으로 살아가기 위해선 통일이 필요한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구별하지 못합니다. 통일을 거부한다면... 등록이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
" 아... "
[ 지구인들은 성별이 두 가지이니, 각각의 대표를 뽑아주십시오. 그들로 여러분 모두를 통일시켜드리겠습니다. ]
" ... "
인류는 어쩔 수 없이 통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수백억 개의 종족이라는 거대함에 압도되기도 했고, 주민 등록 거부 시에 일어날 재앙에 대한 공포 때문이기도 했다.
인류는 고민했다.
어떤 기준으로 표준 인간을 선택해야만 하는가?
처음 거론된 건, 역시 외모였다.
" 이왕에 통일할 거, 잘생기고 예쁜 사람으로 합시다! 항상 꿈꿔왔지 않습니까?! "
" 맞아! 잘생기고 예쁜 게 최고지! "
반면, 다른 것을 더 중시하는 의견도 나왔다.
" 어차피 모두가 똑같이 생긴 세상에서는, 외모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건강한 운동선수 중 하나로 통일합시다! "
" 맞아! 우월한 신체 능력이 가장 중요해! 그러면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잘할 수 있겠지! "
거기서 또다른 의견은 감각이었다.
" 신체적 근력만이 아닌 시각, 미각, 후각같은 감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십니까? 사람마다 볼 수 있는 색의 제한이 다른 건 알고 있는지요? 미각은 또 어떻고요? "
" 맞아! 일 할 생각만 할 게 아니라, 세상을 즐기는 게 중요해! "
또 누군가는 먼 미래를 바라보기도 했다.
" 지구의 식량을 생각해서 연비를 따지자면, 적게 먹는 작은 신체가 유리하지 않겠습니까? "
" 맞아. 지금도 지구의 총 식량은 줄어들고만 있다고. "
수많은 의견이 난립하는 가운데, 각종 논란도 함께했다.
" 백인이야, 흑인이야, 황인이야? 어떤 인종이 앞으로 지구를 대표할지는 중요한 문제라고! "
" 과학적으로 혼혈이 가장 우수하다는 것을 아십니까? "
" 솔직히 말해서, 성적인 부분도 생각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중요한 문제라고! "
" 누구든 인류 대표로 후보에 오른다면, 모든 신체적 결함을 고백해야 할 거야! "
" 유당분해효소나 알콜분해능력이나 알레르기는? 그리고 혹시, 입맛도 달라지는 거 아니야? "
이런 논란은 절대 단시간에 해결될 수 없는 문제였고, 결국 외계인이 나섰다.
[ 현재 지구의 시스템은 투표를 권장하고 있군요. 저희 기술로 도와드리겠습니다. 투표로 결정하십시오. ]
외계인은 빠짐없이 행사할 수 있는 1인 1표를 보장했고, 하루를 정해서 투표를 시작했다.
인류는 과연, 어떤 기준으로 결정을 내렸을까?
투표 다음 날, 모두가 궁금해하던 결과가 발표되었다.
압도적인 몰표는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자기 자신에게 던진 1표가 가장 많았다.
그래서 결국 인류가 결정한 대표의 기준이란 건-,
" 하! 결국에는 외모야? "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배우들이 선정되었다.
효율성을 따지던 몇몇 사람들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대다수 표를 던진 사람들은 은근히 기대가 컸다.
" 이제 더는 외모 때문에 차별받는 일은 없겠네! "
" 오! 더는 다이어트 할 필요도 없잖아? "
" 입고 싶었던 옷들 다 입어봐야지! 사진 왕창 찍어야지! "
" 하하 영화 주인공이랑 같이 살게 생겼네! "
사람들의 기대 속에, 외계인은 인류 표준 대표 남녀를 불러들였다.
[ 이 표준으로 지구인 암수를 우주 주민으로 등록하겠습니다. ]
우주선이 대표 남녀를 스캔하고, 다음 순간, 지구 전체로 빛무리가 뻗어져 나갔다!
" !! "
전 세계의 모든 인류가 빛에 휩싸이고, '표준 인간'으로 변형됐다!
세상에서 가장 잘생기고 예쁜 인간으로 변신한 수십억 인류는, 하나같이 깜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 이건... 나잖아? "
인류는 통일되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심지어는 그 '두뇌'까지 전부.
수십억의 인류가 똑같은 외모, 똑같은 기억, 똑같은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 환영합니다 지구인 여러분. 이제 여러분도 우리와 함께 이 우주의 한 개체입니다. 어딜 가든 당신들을 지구인이라 불러줄 것입니다. ]
" ... "
[ 그럼, 우주에서 여러분을 다시 뵙게 될 그 날을 기대합니다. ]
우주선은 떠났다.
남겨진 '지구인'들은, 그들이 떠나든지 말든지 관심이 없었다.
그저 주변을 둘러보며, 처음 보는 낯선 환경에 혼란스러워할 뿐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잘생긴 연예인이었던 그들은 이제, 뭐든지 되어야만 했다.
세상에서 가장 잘생긴 농부, 가장 잘생긴 배달원, 가장 잘생긴 택시기사, 가장 잘생긴 의사, 가장 잘생긴 경찰, 정치인, 상인, 선생, 과학자-. . .
뭐든지.
무의식적으로 믿고 있는, 영혼이나 마음 같은 부분을 깡그리 무시한 이야기?! 흐하하..
항상 댓글 남겨주시는 것 행복하고, 감사하게 보고 있습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인류가 70억명에서 2명으로 줄어드는 순간인가요..!
ㅊㅊ
복날님 혹시 제가 독자로서 하나만 말씀드려도될까요?
제가예전에도 복날님글에 많이댓글달았었고 최근에까지도 꾸준히 재밌게 챙겨보고있는데요ㅎㅎ
한번 언급드린적이있는데ㅠㅠ
단편으로끝나는 얘기도 좋지만 한번쯤은 1, 2, 3화 이런식으로
장편을 하나보고싶어요 애독자로서....
물론 훨씬 어려운일이고 스타일에 안맞을수 있지만
항상 복날님글을보다보면 짧은게 아쉬운 편들이조금 있거든요.
근데 또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편에선 조금 아쉬울때도 있구요.
그래서 호흡을 짧게 시리즈물 여러편은 어떠신가 해서요ㅎㅎ
챙겨보는 독자의 사소한 바람이었습니다... ㅎㅎ
저는 성별까지도 통합될줄 알았어요.
어쩌면 줄세우기 하는거네요.
아름답고, 똑똑하고, 뛰어난 인종, 우세한 성별, 생존이나 생활에 유리한 유전학적 특질을 줄세우고..갑자기 외계인이 말을 바꾸어버린다면.. 통일에서 분열로..?
일단 성형외과는 망하겠네요.
그 와중에도 외모 바꾸고 싶은 사람도 있을텐데, 우주주민 규정에 어긋나겠죠?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주연 조연 엑스트라 다 똑같이 생겨서 구별하기 어려울테고,
범죄자들 찾아내기도 힘들어지겠네요.
끔찍하네요...
어딜봐도 나와 100퍼센트 같은 인간이라니.
잘봤습니다 복날님~
단일개체가 되면서 단일 기억이 되니까, 이전의 기억은 사라지므로 죽는거나 다름없겠네요 ㄷㄷ
근데 외모가 같아도 사는 방식에 따라 천차만별 달라질텐데 그럼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이렇게 되면 족외혼(?)을 지향할 수밖에 없을 듯...
이성적으로는 같은 지구인 말고 다른 우주인종들과 교제하게 될 것 같아요. 오늘도 복날님 상상력에 감탄하구 갑니다! 소재가 레알 화수분이신 듯..
오~ 외계인이닷!!
어머..ㄷㄷㄷ 번식은 끝이네요..
설정부분에서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어 몰입을 할수 없었네요.. 죄송합니다.
음 그러면...이제 각 개체들이 생활하면서 달라지는 모습이나 기억은 어떻게 되는걸까요? 주기적으로 통일 과정을 거쳐야 하나...
왠지 저 우주인이란것들이 뻥을 친게 아닐까
수십억종의 외계인은 구라고 단지 겁주기 위해 저렇게 말한..
개연성은 부족한듯..
종족이 하나로 통일되면 2세는? 태어나는순간 다른종족 탄생인데..
그래도 재밌게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