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12일간 유럽여행(런던-파리)을 다녀왔습니다.
유럽여행 렌즈구성에 대해 수없이 찾아보고 고민하다가
결국 24gm + 55.8z + 135gm 구성으로 다녀왔습니다.
대체로 의견을 보면 1635가 대세고, 2470 또는 24105도 상당히 많습니다.
당연히 어떤 구성 하나가 무조건 옳다고 할 순 없구요,
다른 분들을 위해 대세에 따르지 않은 자의 최후(?)에 대해 간단히 남겨두고자 합니다.
저의 경우 아내와 둘이서 떠난 여행이었고,
인물촬영이 80% 이상이었다는 점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위스와 같이 광활한 자연이 펼쳐지던 환경은 아니었다는 점도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동일한 구성을 가지고도 저와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냥 한 사람의 의견으로 받아들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제가 단렌즈 구성을 선택하게 된 것은 줌렌즈가 성향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줌렌즈는 1635gm, 2470gm, 24105g 모두 사용해봤지만, 사용할 때마다 뭔가 위화감을 느끼게 되더군요.
그래서 편의성을 포기하고 과감하게 단렌즈 구성으로 도전했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을 장단점 구분 없이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쓰고 보니 그냥 일반론에 가깝기도 합니다만..ㅋ
두서가 없더라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인물촬영에 있어서는 굳이 줌렌즈가 아니어도 된다.
아내를 촬영할 때 대부분 24gm을 사용했습니다.
배경과 같이 찍다 보니 55mm는 아무래도 좀 좁더군요.
간혹 더 넓은 장면이 끌리기도 했지만, 24mm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적당했습니다.
R3를 쓰고 있다 보니 크롭모드로 36mm를 사용한 경우도 절반 가까이 됩니다.
24mm와 36mm면 인물사진에서는 부족함이 없더군요.
그리고 일단 가볍습니다 ㅎㅎ 좋아요.
2. 대도시는 24mm로 충분하다.
1635gm을 추천하시는 의견 중 대부분이 "24mm로도 좁다"였습니다.
그러나 런던이나 파리같은 대도시에서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에펠탑처럼 큰 구조물도 바로 앞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충분히 담겼습니다.
물론 루브르 박물관과 같이 넓은 건축물 전체를 담기에는 부족하겠지만,
"건축물 전체를 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24mm 단렌즈로도 충분했습니다.
에펠탑의 경우 사진 찍는 스팟이 여럿 있는데, 개선문 옥상에서 찍기에는 오히려 135mm가 딱 좋았습니다.
3. 무거운 렌즈에는 손이 잘 안간다.
함께 가져갔던 135gm의 임팩트는 어마어마했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찍더라도 사진이 주는 느낌 자체가 차원이 다르더군요.
그런데 일단 무겁구요,
무겁구요,
무거워요...
마운트하기가 정말 싫습니다.
게다가 자주 쓰는게 아닌데 들고다니려면 정말 어깨가 뽑혀나갑니다 ㅋㅋ
개선문 옥상에서 에펠탑 찍을때 옆에서 70200gm으로 찍고계시던 진사분 정말 존경합니다....
4. 인물에 중점을 둔다면 55mm가 정말 좋다.
55.8z의 위력은 대도시에서도 충분히 통합니다.
배경도 어느 정도 살리고, 동시에 인물에 집중하도록 합니다.
24gm이 주지 못하는 집중 느낌을 55.8z가 채워줬습니다.
특히 사람 많은 곳에서 가볍고 빠른 55.8z는 정말 유용하더군요.
다만 음식사진 찍을 땐 좀 아쉽더군요.
접사 잘되는 바티스 40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5. 저조도 환경과 배경날림만을 고려해 단렌즈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
이 부분은 좀 의아하실 수 있습니다.
보통 단렌즈를 선택하는 이유가 저 두가지니까요.
단렌즈의 조리개값이 줌렌즈보다 낮기 때문에 저조도에서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유리한 것'일 뿐이지 만능은 아니더군요.
부끄럽게도 사진에서 중요한 것이 노이즈와 배경날림만이 아니라는걸 이제야 제대로 체감했습니다.
특히 소니처럼 노이즈 억제력과 손떨방이 뛰어난 바디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저조도 환경, 또는 어두우면서 복합광인 상황에서 다른 조명 없이는 어차피 뭘로 찍어도 망하기 쉽습니다.
빛이 어지러운 상황에서는 배경을 날려봤자 주 피사체 자체가 엉망이 되고,
노이즈를 낮추고 셔속을 확보하기 위해 조리개를 열다보면 배경이 마구 날아가 촌스러운 사진이 되기 쉽습니다.
차라리 노이즈가 좀 있더라도 의도한 바를 살리는 편이 좋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다못해 레스토랑에서 음식 사진을 찍더라도 조리개를 F4 이상으로 조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음식 일부가 날아가 버리니까요.
저는 24105g를 쓰다가 처분했는데, 여러 이유가 있지만 조리개값 F4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 부분만큼은 어리석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6. 사진실력이 조금은 좋아진 것 같습니다.
줌렌즈를 쓰면서 느꼈던 위화감이 뭔지 이제 확실히 알았습니다.
저만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줌렌즈를 쓰면서 구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줌을 땡겨서 적당히 맞췄던 것 같습니다.
되돌아보면 좌우로는 많이 안움직였던 것 같아요.
근데 단렌즈만 쓰니까 구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앞뒤양옆으로 열심히 움직이게 되더군요.
물론 피로감은 몇배로 증가하지만 사진 찍는게 더 재미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7. 줌렌즈가 아쉬운 순간은 분명히 있다.
12일 중에 10번 정도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센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움직이면 맞은편 건물을 담고 싶어도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피로도가 극에 달했거나 짐이 많을 때 렌즈교체는 정말...ㅋㅋ
그나마 24gm과 55.8z는 가벼운 렌즈라 괜찮았네요.
만약 2875를 데리고 왔다면 어땠을까? 하고 상상해봤는데,
귀차니즘 때문에 단렌즈는 꺼내지도 않았을 것 같습니다.
단렌즈만으로 완벽하다!는건 거짓말이구요.
다만 줌렌즈 하나면 충분하다!는 것도 사람에 따라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봅니다.
결론
단렌즈만으로 구성했던 것에는 후회가 없습니다.
오히려 좋은 사진을 생각보다 많이 건졌고, 사진 실력도 약간은 좋아진 것 같아 보람이 있네요.
많은 분들이 조언하셨듯 본인이 편한 화각으로 준비하는게 가장 좋고,
여행 목적(풍경 위주 또는 인물 위주)에 따라서도 달리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4mm로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것처럼 24mm가 너무 넓다고 느낄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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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렌즈 사용 소감입니다.
1. 24gm
광각단렌즈로서 이보다 훌륭한 렌즈가 더 있을까 싶을 만큼 좋습니다.
화질은 말할 것도 없구요, 광각의 공간감을 확실히 살려주는 느낌입니다.
단점이라면 저조도 상황이나 동영상 촬영 시 AF가 좀 버벅댄다는 점입니다.
어두운 곳에서 얼굴은 잡히는데 정작 초점은 배경에 맞아있는 경우도 많구요.
평상시에는 준수한 편인데 특정 상황에서는 그렇더군요.
일단 1.4 조리개가 최대 장점입니다.
전신 나오는 거리에서 1.4로 찍으면 공간감이 어마어마더군요.
아내도 24gm으로 찍은 사진(특히 세로사진)을 좋아해서 흐뭇했습니다.
근데 저는 바티스 25로 바꿀겁니다 ㅋㅋㅋ
특히 풍경에서는 1.4를 많이 쓰지는 않게 되구요, 배율이 조금만 더 높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그리고 바티스로 바꾸면 차액이 생기니 그걸로 90마를 들일겁니다 ㅎ
2. 55.8z
듣던대로 가볍고 빠르고 화질좋고 끝장입니다.
후드 끼우면 나름 멋있기도 하고, 가벼우면서 결과물까지 좋으니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전신으로 찍어도 배경이 어느 정도 정리되구요, 색수차랑 회오리가 있다고는 하지만 한눈에 다 보일 정도는 아니라 괜찮습니다.
최소초점거리 때문에 그동안 들이는걸 꺼렸는데, 어차피 실외 인물 위주로 찍으니 그것도 별 문제가 되지 않네요.
24mm로 찍다가 55.8 마운트하면 갑자기 망원 분위기가 ㅋㅋ
3. 135gm
이건 써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묵직한 한방이 강렬하기도 하고, 반셔터 누르는 순간 착착 감기는 AF도 깔 곳이 없습니다.
저도 그렇고 아내도 그렇고 85gm의 결과물보다는 이쪽이 더 좋더군요.
다만 촬영할 때 조금 힘들긴 합니다. 멀어서 대화가 안되거든요 ㅋㅋ
============
이상 허접한 소감문을 마칩니다.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이라 어지럽겠지만 필요하신 분들께 참고가 되면 좋겠습니다.
https://cohabe.com/sisa/1120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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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저의 현재조합과 미래의 조합이 포함되어서 긴글 여러므로 와닿는게 많았어요.ㅎ
저또한 24랑 55, 그리고 100400 3개 가지고 오키나와 미야코지마에 갔었는데
렌즈마운트가 조큼 귀찮앗었지만 정말 좋은 결과물 많이 건져와서
줌렌즈의 매력을 못느껴 아직까지고 영입을 안하고 있었습니다.
24랑 55는 정말 만족했는데 백사금은 정말 마우트 할려면 와이프랑 저 둘다 각오하며 찍어야 하는 느낌이라 횟수가 많이 줄더라구요. 망원효과는 정말 좋아하는데...ㅎ
나중에 135를 영입해볼까 하며 원기옥 모으고 있습니다.
24와 55는 최고의 조합인 것 같습니다 ㅎ
백사금 부럽네요. 저도 언젠가...ㅋㅋ
135가 용도는 정말 한정적인데 그 용도에서만큼은 최강이라 버릴래야 버릴 수가 없네요 ㄷㄷㄷ
동감하는 내용이네요.
저도 최근 여행에선 batis 25 하나로 다 커버했습니다.
짐도 줄어들고 오히려 여행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광각 단렌즈 하나만 가져갈것 같네요.
단렌즈 너무 좋습니다 ㅎㅎ
저도 나름 용기를 내고 구성해본거였는데 잘한 것 같아요.
근래에 포럼에서 읽은 글 중에서 제일 유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허접한 글을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여행 갈 때 좋은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습니다^^
여행중이라 그동안 안보이셨던거군요~
사진은 영 젬병인데 그럼에도 135gm은 제가 봐도 현존 GM 렌즈 중
최고인거 같습니다. 135gm이 무겁다 느껴지실때 금령 한번씩 번갈아가며
마운트해주면 135gm이 가벼워지는 효과가 있으니 같이 들이세요 ㅎㅎ
오호 그런 효과가 ㄷㄷㄷ
....금령 지르려면 총알을 좀 모아야겠군요.
그나저나 옆에서 금령으로 찍던 분 보고 아내가 솔깃하긴 하더라구요ㅎ
유럽 가면 사진 찍는게 즐겁죠 ㅋㅋㅋ
다만 저는 다음에는 무조건 줌으로 ㅠㅠ
25 35 55 들고 다니려니 너무 불편하더라고요 무겁진 않은데
날씨 좋을 땐 뭘 찍어도 작품이더라구요 ㅋㅋㅋ
ㅎㅎ 고생하셨습니다 왜 단,줌 렌즈를 분별하며 단렌즈 만의 우월함을 강조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본인이 좋다면 된거죠
단렌즈가 우월하다기보다는 단렌즈로도 충분히 좋았다 정도로 받아들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피로도가 극에 달했거나 짐이 많을 때 렌즈교체는 정말..."
여행에서는 사진촬영만이 아니라 여러가지를 함께해야하니 금방 지치니까요. ㅎㅎ 그래서 어느정도 줌렌즈를 추천드리는 거 같습니다. 요즘같은 날은 슬링백을 매고 렌즈 바꾸겠다고 가방을 앞으로 돌리는 행동하나만으로도 땀이 삐질..;;;
그래서 저는 16-35 + 85 구성에서 현재는 20 + 55 단렌즈만 남겼네요. ㅎㅎ
줌렌즈의 편의성은 정말 유혹적이죠 ㅎ
다행히 이번 여행은 반쯤 사진여행으로 떠난거라 감수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을 잘 정리하시는 분이네요. 나중에 진득한 상상의 에세이 한편 기대해 봅니다.
전 6개월 정도 독일에서 주재한적이 있는데 풀프레임에 50미리 하나 들고 별 문제 없이 다녔습니다.
그 아래화각이던 그 위의 화각이 필요하다 싶은 적도 있었지만 답답하다는 생각은 안 들더군요.
감사합니다 ㅎ
사실 적응의 문제인 것 같아요.
주어진 화각 내에서 사진을 어떻게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지 렌즈 자체가 중요한게 아니라는걸 크게 배웠습니다.
훌륭한 리뷰입니다.. 사진도 보고싶네요^^
실력이 미천해서...ㅋㅋ
보정좀 끝나면 조금씩 올려볼게요 ㅎ
렌즈는 철저히 본인 취향인데 여행지를 말하며 렌즈추천 해 달라는 글 보면 의미가 크게 없죠 본인이 안좋아하는 화각이고 익숙지 않으면 어차피 손이 안갑니다 투철한 사진 정신이 없고 평소에도 잘 안찍는 사람이면 걍 핸드폰 하나로 동영상 사진 다 찍는게 낫죠 전 꽤 무거운 렌즈라도 렌즈교체해가며 바리바리 찍고 오기 때문에 줌렌즈 단렌즈 이렇게 두발 이상은 항상가져갑니다 심지어 삼각대까지요
작년에 장가계를 다녀왔는데 저야 주 목적이 사진이라서
1224+24105 투바디에 55.8 단렌즈 하나 챙겨가니
풍경과 인물 모두 커버 되더군요. 여행용 800g짜리 삼각대로
동굴 사진까지 모두 담고 다녔습니다. ^^
이유는 알겠는데 사진 한장 없는 렌즈 리뷰글이라
읽다가 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