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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사랑이지나거나,진화하면..


평소에는 로그인을 안하고 눈팅만 하다, 가슴 벅찬 일이 생기면 결게에다 글을 씁니다.

삼포세대, 사포세대, 전포세대... 결혼이 갈수록 멀어지고 사랑이 전부가 아니게 느껴질 때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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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상한 우유사태와 더불어 작은 사고가 있었습니다.

아내가 새 차 옆구리를 잘 해놓았더군요.
카톡으로 사진찍어보내며 정말 잘못했다고, 화가 풀릴때까지 내가 뭐든 더 잘할게 말하길래
당신 안다쳤으면 됐다, 다른 사람 다친거 아니면 됐다. 하고서도 종일 기분이 찜찜했습니다.

결국, 집에 돌아와 1절로 조심성없는 성격이- 2절로 좋아하는 것만 신경쓰고 다른데 정신을 파네 안 파네
3절로 운전은 타인의 생명을 어쩌고저쩌고. 4절로 지난번에 우유만해도 그래- 피날레를 장식했지만
아내는 한 번 대꾸도 없이 내 말이 다 맞다. 미안하다 하더군요.

그리고 오늘 아기 철분제를 사려고 약국에 들렀더니, 약사님께서 철분제를 그냥 가져가라 하시더군요.

아내가 제 지사제를 사려고 약국 앞에 차를 대 놓고 들어온 찰나, 폐지 줍는 어르신 리어카가 빙판길 때문인지
제대로 차 옆구리를 박았답니다.
그 길로 아내는 달려나가 어르신 확인하고, 약국으로 모셔와 청심환과 파스를 사서 드렸다고 합니다.

어르신께서 너무 당황하셔서 차가 이래가 어쩌냐며 우셨는데
아내가 순간 '어르신~ 그거 어르신이 긁으신거 아니에요- 제가 얼마전에 주차하다 긁은거에요' 하더랍니다.
아닌것같지만, 아내가 계속 전에 긁은거라고 우기니 알겠다하고 가셨다는군요.

어르신 가신 뒤에야 아내는 차를 확인하고 들어와 후시딘을 차에다 바르면 긁힌게 낫지 않을까 그 와중에도 농담하더랍니다.;;
약사님께서 선생님께 자초지종 설명하면 화는 안 내시겠다며 본인이 증인서준다고 했다는데
아내가 남편한테는 얘기하지 말라고, 사정알면 어디다가 속풀이도 못하고 힘들거라며 지사제를 사서 그냥 가더랍니다.

제가 속끓일까 싶어서 그냥 혼자서 못난 사람하고 며칠을 비위맞춰준거지요.
10년된 중고차를 계속 타다 큰 맘 먹고 처음 신차 풀옵션을 구입했던터라 애정이 워낙 컸던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테지만
참 부끄러웠습니다.

약국에서 얘기 다 들었다고 했더니, 약사님이 입이 싸다며 아무래도 차에 메디폼을 붙여야겠다고 슬쩍 넘어갑니다.

부부가 한 이불을 덮고 살면 살수록, 보이는 부분은 잘 보이지만 모르겠는 부분은 더 모르겠습니다.
콩나물 하나만 무쳐도 양념을 바꿨다며 있는대로 생색을 내고 칭찬을 하라고 강요하는 사람이
이런 일은 입 꾹 다물고 유유자적인것이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이런 식이라면 저는 평생동안 부끄러울테지만
항상 배우면서 살아가겠지요. 



댓글
  • 풍족한꿀단지 2017/02/08 00:54

    아니 이런 동화같이 아름다운 이야기가 ♡_♡
    따듯함에 미소짓고 갑니다 가족 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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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은고냥이 2017/02/08 00:59

    아내분 따뜻하게 한번 안아드리세요. 작성자님 전생에 뭐 큰일 좀 하셨나보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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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sang 2017/02/08 00:59

    아내분이 너무 멋지세요!! 또한 마찬가지로 작성자님도 좋은 분이기에 이런 아내분을 만나신거겠지요. 두 분 모두 항상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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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illluvu 2017/02/08 01:00

    아내분이 참 큰사람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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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꼽꼬비 2017/02/08 01:02

    어우 너무 매력있으시고 멋있으시다.
    나도 누군가에게 저런 사람이 되고 싶은데 왜 나에겐 남편도 애인도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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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예언자 2017/02/08 01:04

    아내분도 너무 마음이 넓고 깊고
    그런 아내분 보면서 배워가고 느끼는
    글쓴님도 멋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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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융키융 2017/02/08 01:09

    아름답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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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칫ᕙ()ᕗ 2017/02/08 01:09

    진짜 아내분이 참 존경스럽네요. 저는 촐랑촐랑 다 얘기하는 스탈이라. .왼손이 잘하면 오른손까지 칭찬해달라 하는지라. . .
    참 어진 아내,어머니, 등등이 되시겠네요. .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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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HUR 2017/02/08 01:14

    멋있다는 말이 자칫 가볍거나 단순한 말처럼 보일 수 있는데, 글 읽고나서 멋있다라는 말만 가득 맴도네요. 멋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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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으다흔들다 2017/02/08 01:35

    연탄길의 단편 하나 읽은 기분이네요
    훈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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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도리스 2017/02/08 01:36

    댓글을 잘 안다는데 아내분께서 정말 존경 스러운 분이시네요.
    저는 평소 결혼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데 제 견해가 바뀔 정도로 멋지신 분이세요 행복하세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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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etuoadgj 2017/02/08 01:45

    아내분...정말 그릇이 크신분이시네요.
    저런아내분같은 배우자를 얻으려면
    어떡해야되나요???정말 그릇이 크신여자분이시다~
    반할거같아요.
    가정내 두루평안하시고 행복하시길바래요♥
    진심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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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카엘C 2017/02/08 01:46

    1. 이야기가 너무 흐믓해 미소를 지으면서
    2. 그런 아내분을 둔 글쓴이가 너무 부러우면서.
    3. 나는 그런 사람이 없다는것이 너무 분노가.
    근데 너무 이쁜 아내분이시네요. 많이 많이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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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찌니 2017/02/08 01:49

    이 집 풍경이 따듯하고 아늑할꺼같은 느낌이에요ㅎㅎ 아내분도 너무 멋지시고~ 잘못한거 인정하고 부끄러워하는 남편분도 멋지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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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쩌다여기까지 2017/02/08 01:50

    섬기면서 사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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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사는세상 2017/02/08 01:55

    아..내 속은 접시물 같구나...반성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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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을 2017/02/08 01:57

    저 근데 감동했어요 진짜..
    이때까지 살아온게 부끄러워질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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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울푸드카레 2017/02/08 01:59

    또 한가지의 배움을 얻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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