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출근길에 항상 와이프를 지하철역까지 모셔다 드리고 회사로 옵니다.
덕분에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대화가 많아지기도 했구요...
와이프는 요리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와이프가 맡은 과정은 '고교직업교육위탁반' 과정이네요..
작년에도 가끔 집사람이.. 자기가 맡은 아이들 중에 유독 안쓰러운 아이가 하나 있다며, 그 녀석의 가정사나 상황을 이야기하곤 했더랬습니다.
3남매중 막내에
부모는 이혼 했고
사는건 조부모와 같이 사는데...
이혼한 어머니는 거의 연락되지 않고
아버지는 집에 거의 안들어오는데다가... 여자를 만나는지... 원래 있던 빚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그 빚과 생활비를 벌고자 조부모는 밤낮없이 일하고 있고...
형은 폭행시비에 휘말려서 배상해준 돈이 천단위가 넘고... 계속 사고치는 중이며
누나는 대학생이라고는 하는데... 기숙사 생활한다면서 집에 연락 끊고 살고있고..
막내인 이 아이는 고작 고3의 나이에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면서...생활비며, 형이 저지른 사고 뒷수습에 아버지가 진 빚을 보태며 생활한다고 하대요..
그런 가정상황에서도 밝고 성실하다고...
어느날인가는 수업중에 자신의 꿈은 집안에서의 탈출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독립자금으로 스스로가 계산한 최소한의 돈 200만원을 모으는게 목표라고.. 이제 목표 달성이 코앞이라며... 행복해 했다고 하대요..
그러나...
그랬던 그 아이는... 본인의 독립을 위해 힘겹게 모은 그 돈을 또다시... 돈돈돈... 거리는 조부모에게 바쳐버렸다고 하대요..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아마도 아버지의 부채상환에 일부 보탰거나... 형이 저지른 폭력사건에 합의금으로 갔던가 했던것으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시간은 흘러... 이 아이가 졸업할 때 즈음...
본인이 계획한 인생의 전환점을 포기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나름 경쟁률이 있는 것으로 아는... '일학습병행제도'에 선발되어서... 대학교육과 취업을 통한 돈벌이를 병행할 수 있는 대상이었지만..
가난의 굴레에... 최소한 본인에게 필요한 금전적 기준에 모자라는 것을 고민하다가...
일학습병행제도.... 이걸 포기하고 군대에 입대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하더라구요..
지긋지긋한 집에서 도망치고 싶었다며... 갈 곳이 군대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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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까지 간간히 듣던 이 아이의 소식은 제게는 그저 형편어려운 사회 빈곤층의 생생한 생활담... 정도였던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출근길에 와이프가 잠시 잊고있던 그 아이의 이야기를 꺼내대요..
어제 몇몇의 아이들이 찾아와서 선생이었던 자신에게 식사대접을 했다며...
그 중에 그 아이도 있었는데..
너무 안쓰러워서 어쩔줄 모르겠다며... 눈시울을 붉히네요..
졸업하고 몇달 지나지 않았지만..
그 아이의 현재 상황은...
결국 일학습병행제는 포기했고
졸업이후 지금까지 택배상하차 알바를 하면서... 또다시 독립을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고 하대요..
저도 수년전에 며칠 해보고... 넌덜머리를 냈던... 그 택배상하차...
그걸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맘편히 쉴곳도 없는 어린놈이..
문제는 노동강도에 따른 후유증인지 손을 덜덜덜 떨고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번에 알게된건데... 이 아이가 귀 부분에 적인 장애도 있다고 하네요...
귀 쪽에 문제가 있는 아이가 안좋은 영양상태에 힘든일... 정신적 스트레스 등 때문인지... 귀에서 피고름을 흘리고 있더랍니다.
귀에서 피고름이 흐르고 있고... 그걸 휴지로 닦아가며..
병원진료도 못받고 있고...
얼마전엔 우울증 진단받고 약도 먹고 있다고 하는데.. 그런 녀석이
선생이었던 자신에게 밥한끼 대접하겠다고 찾아와서는...
병원은 조부모가 걱정할까봐 아직 이야기 못했다라고 말했다지만... 결국은 돈 때문일거란 생각밖에 안들었네요..
하...
짧은 순간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이프가 왜 출근길에 이런 무거운 이야길 내게 하는걸까?'
'엇인가 허락을 구하는 건가?'
뭘 원하지???
에서부터
내가 뭘 도와줘야 하나?
내가 여유가 있는 삶인가?
아... 씨.... 남아 있는 빚이 얼마더라???
등등의 생각까지 머릿속에... 파바바바박... 복잡하게 스쳐가대요..
잠시 정적이 흐르다가...
" 녀석 병원치료 받게 하자... 목표가 독립이고.. 그 독립자금을 모으느라 그 개고생을 한다면... 내가 모자란 군자금을 대주마... 택배일은 그놈 몸상태로는 하면 안된다... 죽는다..."
마눌님은 아마도 제 이런반응을 예상하고 기다렸던게 아닐까... 낚인게 아닐까...
암튼 일단 그 녀석에게는 당장 전화해서.. 주거지 관할 주민센터부터 찾아가서 도와달라고 이야기 하라고 했습니다.
잘 모르면 내게 연락하게 해라... 내가 손잡고 같이 가 줄 수 있다고도...
당장 오늘이라도 연락해서 병원부터 데려가라고 했습니다.
삶이 여유가 있는 삶은 아니어서... 정말 어려운 아이의 이야기를 들었을때 진작에 도와줄 생각을 못했던게 부끄럽기도 하고..
이런 어려운 녀석의 상황을 타개할만한 묘안은 없을지, 실질적인 복지혜택을 받도록 안내할 방법등에 형님들의 고견도 듣고 싶고..
아침부터 출근해서 일도 손에 안잡히고... 해서
주저리 주저리 글 남겨봅니다.
죄송합니다.ㅠㅠ 막짤을 본 후 님의 글은 이내 내기억에 잊혀졌습니다.ㅠㅠ
따뜻함니다 춘천
(막에 짤이 감동파괴군유..)
마음은 너무 따뜻하신데 2백만원이 없어서 탈출을 못한게 아니라 가족을 져버리지 못하는게 아닐까요 그전에도 모앗다가 가족한테 들어갔다는거보면 그아인 본인 스스로 가족을 완전히 끊기전엔 탈출을 못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
그 아이가 너무 안쓰럽긴한데 모질게 마음먹고 자기삶을 살지않는이상 평생 저렇게 가족들 뒷바라지나 하지않을지 걱정이네요
추천하고갑니다~
내 내 내용이 머였죠?
ㅊㅊ
착한사람 ㅜㅜ
막짤은 뭔가요.. 감성 파괴자
짤이 최고네요~~
아차 내용이 뭐 였죠..
ㅜㅜ 글에서 감동받고
막짤에 도~~~끼에 와 탄호성 나오고 ㅡ.ㅡ
짤에서 멍
글도좋고 짤도좋습니다
이형 멋있네..
복 받으실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