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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사람을 궁금해 한다는 것(feat. 잡정범)

 너는 도대체 어느 정범이냐는 댓글들을 최근에도 좀 봤습니다.

 

저는 근 30년 동안 누구와 뭘 좋아하는지 남이 궁금해 하지 않았던 사람이기 때문에 사실 그런 글 보면 ‘뭐 그런 게 궁금하실까’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제가 누구를 본진으로 두고 있는 진 하등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거든요. 베라 가서 민트초코를 먹을지, 체리쥬빌레를 먹을지 보다도 별거 아닌 이슈인 셈이죠.

 

근데 그런 글을 보다보니 하고 싶은 얘기가 생각나서 글을 적게 됐습니다. 바로 제목에 있는 것처럼 ‘사람을 궁금해 한다는 것’입니다.

 

연예계는 모든 면에서 빈부격차를 많이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사실 제가 이런 글 쓰는 거조차도 데이터 낭비일 정도로 당연한 얘기죠.

 

근데 눈에는 잘 안 보이지만 빈부격차가 나는 분야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질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주로 아이돌 친구들의 미디어 쇼케이스 얘기 위주로 하겠습니다.

 

아이돌을 포함해 꽤나 많은 아티스트들이 이 ‘질문 빈곤’에 시달립니다. 형편이 어렵고 상황이 절실하고 인지도가 부족한 아티스트들일수록 더하죠.

 

좀 심한 경우에는 제가 무슨 정범인지 물어보는 댓글보다도 그 빈도가 적은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연예인도 아니고 그냥 연예부에서 서식하는 D급 기자나부랭이A에 불과함(=딱히 네임드도 아닌)에도.

 

질의타임에 흐르는 적막한 공기는 당사자도 아닌 저조차도 고통스럽게 만들 때가 있습니다. 특히 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는 미디어 쇼케이스일 때 이게 더합니다. 차라리 인원이 소수인 단독이나 라운드 인터뷰인 경우엔 좀 낫죠.(이게 제가 정말 질의를 잘해서 하는 소리가 아님을 미리 밝혀둡니다)

 

사실 연예부에서 제가 하는 순기능은 딱히 별거 없는데, 하나 있다면 그래도 입을 떼기는 뗀다는 겁니다. 한 10번 정도 나가면 8.5번 정도는 하는 편이죠. 아이즈원 데뷔 쇼케이스 때는 거리가 워낙 멀어서(...) 못했고, 다른 그룹의 몇몇 쇼케이스 때는 어쩌다보니 너무 구석자리에 앉아서(...) mc분이 미처 못 봐 못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경우가 아니면 어지간해선 하려는 편입니다. 잘한다고 하는 얘기는 아니고 그냥 그렇긴 하다는 거죠. 질문하다 꼬이거나, 헛발이 나간 적이 없다고 얘기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하기는 한다. 딱 이정도.


이러는 이유에 덕질이 포함 안 돼 있다고 하면 100% 거짓말이겠습니다만, 그거 말고도 몇 가지 이유가 더 있습니다. 하나는 존재 이유의 문제고, 나머지 하나는 그 자리에 있는 친구들에 대한 걱정 때문이죠.


전자의 경우에는 단순합니다. 공식적인 연예현장에는 볼펜(=글 쓰는), 사진, 영상 이 세 부류의 기자가 가고 질문은 볼펜만 합니다.(사실 이건 현장마다 케바케긴 합니다) 사진 기자가 사진을 찍고, 영상 기자가 영상을 찍 듯이 글을 쓰고 입 떼는 게 볼펜 기자의 임무인 셈이죠. 그니깐 하는 겁니다. 단순하죠?

 

후자는 현장에서 질의에 임하는 친구들의 멘탈 문제. 미디어 쇼케이스는 데뷔 내지 컴백 첫 일정입니다. 이걸로 스타트를 끊는 것이죠. 심지어 팬보다 기자를 먼저 만납니다.(통상 미디어 쇼케하고 나서 팬 쇼케를 하니)


근데 바로 당일 ‘내가 궁금할만한 사람인가’에 대해 의심할 일이 생긴다면 어떨까요. 물론 오후 6시 음원 공개 이후 대중이 주는 냉엄한 성적표를 받긴 하지만, 그건 또 다른 문제라 생각합니다. 

 

다만 이 부분은 개개인의 애디튜드 문제라고 하기도 힘든 게, 사실 이렇게 쇼케이스처럼 여러 사람에게 오픈된 현장에서 질문을 한다는 건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고 하는 겁니다.

 

이게 왜 손해냐. 제가 그럭 저럭 쓸 만한 질문을 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이 무조건 그 내용으로 먼저 쓰게 되거든요. 질의를 할 때 상황을 상상하면 쉬운데, 질의도 대화인지라 얘기가 시작되면 사람 눈을 봐야 됩니다. 노트북이 아니라. 근데 그럼 속도전에서는 완전 아웃이죠.


근래 가장 대표적인 예가 드림캐처 ‘PIRI’ 쇼케이스였습니다. 한 번도 본적 없는 드림캐쳐컴퍼니라는 단어가 포토월에 뙇하고 있어서 질문했더니 그게 그날 드캐 쇼케이스의 메인 이슈가 됐죠.(해피페이스->드림캐쳐컴퍼니 사명 변경)

 

근데 제가 쓴 거는 순서상으로 치면 거의 뭐-_-;; 소위 아웃링크 매체다보니 뉴스스탠드 매체와 경쟁하면 메인 잡기도 힘들어서 그냥 뭐 아예 늦게 쓸 생각하고 질문 지르는 경우가 있는데, 그날이 딱 그런 날이었습니다.


아참 오해하실까봐 설명 좀 달자면 드캐 쇼케이스는 질문 많았습니다. 드캐는 쇼케하면 질의타임이 꽤나 충실한 팀 중 하나입니다.(물어보는 쪽이나 답하는 쪽이나)


여튼, 저는 현장에 간 이상 ‘사람을 궁금해 하는 것’이 저의 일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이 말하는 ‘체급’과는 무관하게요. mc분들이 질문 다하고 끝나는 현장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게 제 임무라 여긴다는 건데 딱히 이건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입만 떼면 되거든요.

 

수개월 동안 안무 연습, 노래 연습한 분들의 노력에 비하면 이건 아무 것도 아니죠. 얼마나 금전적인 성과를 냈는지와 무관하게, 치열히 자기 꿈을 향해 노력하는 가수(아이돌&아티스트들)이 저보다 ‘인간으로서’ 더 나은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이 저한테 딱히 ‘기자님’이라고 할 이유도 딱히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뭘 그리 잘했다고-_-;


잡정범이란 표현을 제가 근 2년간 봤는데, 외려 ‘제대로 잡정범이 된 상태’가 아닌 것 같다는 게 저의 고민입니다. 좀 더 많은 분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더 깊게 생각해야하는데, 잘 못하고 있죠. 저의 전담 코너인 여돌학개론도 돌이켜보면 그 점이 제일 문제인 거 같아 개선하려고 하는 중입니다.


주로 네가 어느 정범이냐라는 질문을 러블리즈 오마이걸 아이즈원 등으로 많이 받는데 여기서 그 답을 하자면 ‘저는 말 안 할거다’입니다.

 

이유는 제가 뭘 어떻게 말한다고 했을 때 아이돌 친구들이 얻는 이익은 딱히 없는데 리스크만 생기거든요. 그들이 가져갈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제가 차라리 예능pd나 음악프로듀서였다면 얻을 게 있겠지만(ex : ‘모두의 주방’) 그냥 일개 덕질기자 따위의 팬 선언이 무슨 이득이 있겠어요.


어쨌든 매체인 만큼 논란거리 가운데 있을 수 있고, 제가 부주의해서 돌이킬 수 없는 실책을 할 수도 있는데(어느 매체건 100% 우린 절대 그럴 일 없다고 여기는 건 거짓이거나 착각이라고 생각합니다-_-;), 그때 그냥 여러분들이 ‘손절’을 하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냥 그놈이 덕질을 한거지 우리랑은 무관하다. 이렇게 돼야 하는 거죠.


전 그냥 앞으로도 빛나는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궁금해 할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미디어 환경이 많이 바뀌어서 그조차도 언제까지 가능할진 잘 모르겠지만요-_-; 그냥 해보는 데까지 해보는 거죠 뭐.


말이 길었습니다. 다른 얘기들은 아예 다른 글에서 다루기로 하고 이만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 DEADRABBIT 2019/03/02 21:09

    잡정범 ㄴㄴ 갓정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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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글쑤 2019/03/02 21:12

    지금처럼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예쁘고 귀엽고 멋진 모습들을 팬의 시각처럼 애정가득해서만들어가쥬셨으면 좋겠어요. 응원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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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마이빵 2019/03/02 21:17

    앞으로도 여러정범으로 활약부탁드려요 ㅎㅎ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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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라트론 2019/03/02 21:20

    잡덕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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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람차 2019/03/02 21:21

    기준을 아이돌에 두어서 누구는 순덕이네 누구는 잡덕이네 .. 낙인찍어서 가두는 거 영 별로예요.
    물론 전 럽덕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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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도숙희 2019/03/02 21:21

    선추천 후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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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분한황소 2019/03/02 21:22

    제가 연예부기자 혐오증이 있었는데 생각이 바뀌게 되네요 고뇌가 느껴집니다 응원합니다 기사잘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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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혼밥러 2019/03/02 21:23

    [리플수정]저는 럽덕이지만 아이돌판을 보면 순덕인지 잡덕인지 잡덕이면 누가 본진인지 이런거에 좀 민감하더라구요. 특히 걸그룹 남자팬들은 워낙 갈아타는 사람이 많다보니 잡덕(=언제든지 갈아탈수 있는 사람= 우리 순덕들이랑은 다른 부류) 뭔가 이런 인식 때문에 예민해진거 같기도...
    그래도 연예부기자면 잡덕으로 보여져야 맞는거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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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RAL*IZ 2019/03/02 21:24

    [리플수정]편향되지 않는 것이 미디어가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소양이죠.그래도 사람인 이상 감정이 개입하는 걸 어쩔 수 없다면,가급적 모두에게 애정을 갖는 것이 가장 낫겠고요.앞으로도 많은 그룹들이 기자님의 애정 어린 기사를 거쳐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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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기베어스 2019/03/02 21:33

    정범좌 화이팅. 기사잘보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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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lette 2019/03/02 21:50

    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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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yAgain!! 2019/03/02 21:53

    갓정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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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eiFC 2019/03/02 23:02

    크 햄 간지네. 언제까지나 좋은기사를 계속 쓸 수 있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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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니짱다메 2019/03/02 23:02

    아이돌 팬들이 잡정범이라고 놀리지만 저희는 알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기사를 쓰는 아이돌에게 애정을 가지고 정성스러운 글을 쓰는 지 말이지요. 기사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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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명은 2019/03/02 23:18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라는 명언 기억하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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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una223 2019/03/03 00:29

    멋지시네요~앞으로 좋은 기사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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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이닝 2019/03/03 02:39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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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ong 2 2019/03/03 06:26

    럽갤에서만 뵈었을 땐 다소 (죄송) 오그라든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엠팍에서 편견을 깨고 갑니다.
    계속 좋은 기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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