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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원짜리 카메라

요즘 유튜브에서 카메라 리뷰를 자주 보고 있는데
EOS R에 관심이 많아서 리뷰를 보다 보면
소니 M3가 이래서 좋다
R이 색감이 좋다
영상은 이게 좋고
4K크롭이 되니 않되니
AF 연사가 얼마고
스펙이 안좋다 하면서
그리고는 AF도 안되는 천만원 짜리 라이카 카메라를 리뷰 하더라고요.
심지어 디지털 바디인데 LCD도 없는 모델을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됐습니다.... 왜.... 도대체... 그렇게 소니 캐논은 신나게 까더니...
라이카는 왜 안깔까?
라이카는 까면 안되는 이유가 있는걸까?
'라이카는 감성이다'. Thats it....
감성이라는게는게 도대체 뭐길래라는
생각에 빠져들다 카메라 보관함 한켠에 있는 제 인생 두번째 카메라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름도 쿨한 쿨픽스 4500.....
혹시나 될까하고 배터리 충전하고 넣어 봤더니 작동이 되네요.... 물론 메뉴 버튼은 메인 보드가 나갔는지 리사이즈 메뉴밖에 안들어 가지네요....
거의 10년만에 켜본 바디인데....
셔터를 누르니 그때의 추억이 생각나네요.
17년전 바닷가에서 밤새도록 술먹고 새벽녘에 바다 사진을 담겠다고 카메라를 이리 저리 생각도 없이
한장이라도 건지겠지라며 연사를 이리저리 날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저 뿐만 아니라 근처에서 삼각대에 사진기를 올려놓은 분이 계셨습니다.
이상하게 그 분은 사진은 찍지 않으시고 먼바다만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진은 많이 찍어야 한장이라도 건지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저에게는 생소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분에게 다가가 여쭤보았습니다.
"할아버지 왜 사진 찍으러 오셔서 아무것도 안하고 그렇게 계세요?"
할아버지 왈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
"예?".
"파도와 빛이 마주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때 당시의 저로서는 전~~~~~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난 뒤 저에게 여기 사진은 어떻게 찍는게 좋은지 알려주신다고 하시기에 저는 냉큼 가르쳐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때 할아버지는 파도가 크게 오는 것을 기다리고 다리는 이렇게 나오게 하며 등대와 바위가 나오면 좋을거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날 저는 그 분을 만나기 전 몇백장의 사진을 찍었고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 모니터를 확인해 보고는 할아버지의 조언으로 찍은 사진 한장을 제외하고 모두 카메라에서 지워 버렸습니다.
이것을 계기로 아무런 생각없이 셔터를 누르던 저는 다시 사진을 생각하게 되었고 필름카메라를 구입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제 형편에 시작할 수 있던 카메라가 그때 당시 미놀타 였던 걸로 기억됩니다.
이름만 들어도 떨리는 a9000..... 너무 좋았고 설레였던 기억밖에 없었던 카메라였습니다....
곰팡이 핀 것도 모르고 저렴하게 구입했다며 신나서 보이는 친구들마다 다 찍어주던 그때....
하루 용돈 만원도 안되는데 매일 필름이랑 현상 한다고 절반이상을 쓰면서도 행복해 하던 그때..
그때의 설레이던 감정을 다시 살수만 있다면.. 지금 제 카메라를 다 팔아도 바꾸고 싶네요....
그래서 그 후진 스펙의 천만원짜리 카메라를 리뷰하면서 단점을 심하게 까지 않나봅니다....
그 추억과 열정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니까요....
그때를 추억하며... 그나마 싸이에 남아있는 사진 몇장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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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t`s)Me_RocK 2019/03/02 20:58

    라이카를 성능으로 따지면 ...
    쓰레기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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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육샘 한스 2019/03/02 21:36

    그래도 하나 갖고 싶어요 ㅎㅎ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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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론 2019/03/02 20:59

    스토리가 있어 더욱 멋지네요! 긴 시간 함께해준 멋진 카메라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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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육샘 한스 2019/03/02 21:36

    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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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준 2019/03/02 21:03

    와 사진 괜히 울컥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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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육샘 한스 2019/03/02 21:36

    한참을 보게 되네요 오랜만에... 그때의 그 기분이 그리워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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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ndlerr 2019/03/02 21:23

    글도, 사진도 참 좋네요. 사진 보니 예전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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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육샘 한스 2019/03/02 21:37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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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iaComodo 2019/03/02 21:25

    사진뿐 아니라 세상 모든게 생각하고 하는것과 생각없이 하는건 엄청난 차이를 보여주죠
    그래서 모든 자격증 시험이 이론 먼저 치는거 아닐까요 ㅎㅎ
    할아버지 말씀에서 감성이 느껴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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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육샘 한스 2019/03/02 21:38

    그 생각 리셋하고 싶어 글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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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렁이™ 2019/03/02 21:25

    라이카는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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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육샘 한스 2019/03/02 21:38

    ㅎㅎ 그렇죠.. 그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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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록풍선™ 2019/03/02 21:26

    300만원짜리 백이나
    3만원짜리 백이나
    소지품을 다 담을수 있죠.
    그러나, 소지품을 담은 백이
    돋보이고 싶으면 300만원짜리 백이 좋겠죠.
    다 그들만의 리그입니다.
    대신 그들은 백을 자랑하느냐고 역동적인 사진은 못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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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육샘 한스 2019/03/02 21:39

    라이카는 기술로 사진을 담는게 아니라 기억으로 담는 기기인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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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디자이너 2019/03/02 21:28

    사진 좋네요. 파도와 다리 빛이 만드는 풍광이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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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육샘 한스 2019/03/02 21:40

    많은 생각이 교차하는 사진인거 같아요.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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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_Solemio 2019/03/02 21:31

    ㅡ.ㅡ 라이카는 참 마이 까이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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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irvana1972/AT 2019/03/02 21:36

    일찍히 작가 고 최민식 선생님은 디지털 바디로 일찍 넘어 오셨지요. 수천장의 사진을 담아내는 디지털 능력에 당시 작가들은 필름을 버리고 간 최민식 작가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비난을 하신걸로 압니다. 하지만 최민식 작가분은 사진기는 도구일뿐 도구가 편리하다고, 작품의 깊이가 달라지지 않고, 순간의 찰라를 담기엔 디지털이 낫다고 작가분들을 설득하신걸로 압니다. 라이카가 감성이라는등의 유튜버들의 얘기는 전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저 장비질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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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육샘 한스 2019/03/02 21:41

    아드님이 하시던 막걸리 집이 생각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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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육샘 한스 2019/03/02 21:46

    기기가 좋아지면서 자꾸 사진의 완성도를 기기탓으로 돌리는 습관이 시작되면서 장비를 계속 바꾸게 되더라고요.. 사진은 결국 사람이 찍는 건데... 요즘은 기기가 너무 좋아지니 사진을 찍는 제자신 보다 기기에 의존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게 되요.. 그래서 사진보다는 사진기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거 같아요.. 그때 그 사진기 찍을때 그 열정을 되찾아 보고 싶네요...
    기기에 의존한다는 건 한참 부족하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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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자쫓는쥐를만나면 2019/03/02 21:40

    라이카는 깔 수 없습니다,,,
    상식선에서 평가가 가능한 카메라가 아니니깐요 ㅎ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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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슈누아 2019/03/02 21:49

    짧지만 강렬한 한 편의 에세이... 추천드리고 갑니다!
    담배를 물고 있는 흑백인물사진은 오랫동안 제 기억에 남아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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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다길이죠 2019/03/02 21:49

    친구분들 중에 김정은도 계시네요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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