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갈로돈 디스한... 초2 우리 딸...

지난 설날 새벽, 아버지를 모신 묘소에 성묘를 하고 다녀오는 길에 늦은 아침밥을 먹으러 잠깐 휴게소에 들렀습니다.
사람들이 무척 많고 북적거리는 가운데 식사를 주문하고 자리를 잡는데
자리들이 대부분 4인용식탁을 세개쯤 연결한 긴 자리들이더군요...
전 화장실을 다녀오느라고 일단 가족들에게는 자리 나는대로 바로 잡아라... 하고는 즉시 볼일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중간쯤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있고 큰소리가 막 나더군요.
뭔 일인가 싶어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봤더니
올해 고1 올라가는 우리 아들하고 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웬 여자하고 시비가 붙은 것이었습니다.
제가 우리 아이를 막 발견하고 엇!? 놀라서 보는 순간 시비가 붙은 그 여자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정말...
제 귀를 의심케한 무지막지한 말들이었습니다.
"하여간, 한남충 잦이 새끼들은 애새끼들이나 늙은 새끼들이나 블라블라....."
순간 피꺼솟하며 저도 화가 나서 그 여자에게 다가가 '아직 어린 학생인데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고 항의하려든 찰라
이제 초2 올라가는 제 딸이 다가와서는 그 여자를 가리키며 큰 소리로 해맑게 외치더군요...
"아빠, 저 아줌마 메갈로돈인가봐요... 막 이상한 말을 해..."
그 짧은 순간 구경하던 좌중은 일시에 조용해졌고...
뒤이어 군복을 입은 몇 명의 젊은이들과 여고생쯤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박장대소를 하며 웃어댔고
주위에서 구경하던 사람들도 다 같이 따라서 웃는 상황이 되버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웃고 박수를 치는 가운데 제 아들과 시비가 붙었던 그 여자는 갑자기 사라져버렸고...;;;;
나중에 아들에게 얘기를 들어보니 4인용식탁 자리가 하나 나서 그 자리를 잡고는
입고있던 롱패딩을 옆에 빈 의자에 걸쳐놓으려는데 옷의 팔 부분이 식사를 하던 그 여자를 의도치 않게 건드린 모양입니다.
그래서 아들 아이는 "죄송합니다" 사과를 했는데 그 여자가 아이에게 빼액! 소리를 질렀고
나중엔 들으라는 듯이 '니 애미애비 어쩌고저쩌고...'욕설까지 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아이는 '죄송하다고 사과까지 했는데 굳이 부모님까지 들먹이면서 욕설을 하냐'고 항의를 했고
그 여자는 더욱 길길이 날뛰면서 소리소리 지르며 계속 욕설을 하다가 사람들이 모여 구경을 하게됐고
제가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그 광경을 본 순간 한남충 어쩌고~ 얘기를 직접 듣게 된 것이었습니다.
어쨌거나 분위기는 유머러스하게 훈훈한 가운데 마무리됐고
처음 박장대소하면서 웃었던 군복입은 젊은이가 어디선가 솜사탕을 사와 딸아이에게 주면서
'험악한 분위기를 재치있게 마무리해준 선물'이라면서 주고 갔네요...ㄷㄷㄷㄷㄷㄷ
그리고 전 메갈로돈이 뭔지 몰랐는데.... 자리에 앉아서 구글 검색을 해보니...

오... 왜 사람들이 그렇게 웃었는지 그제서야 이해했네유...ㄷㄷㄷㄷㄷㄷ
사실 저도 웃긴했지만...
인터넷에서나 보던 일을 직접 이렇게 당하고보니 참 당시엔 뭐라해야할지 난처하고 당황스럽더군요.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