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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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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쯤,
층간 소음과 함께 공포가 시작되었습니다.
2년 넘게 인사하며 지냈던 윗집 어르신 부부.
처음엔 윗집이 아닐거라 생각했습니다.
쉴새없이 뛰어다니는 아이...
수시로 넘어지는 의자와 테이블 미는 소리...
그와 함께 동분서주 성인의 천둥과도 같은 발소리...
벽을 타고 온 몸에 전해지는 공포의 소음은
그 특유의 저주파 진동과 함께
새벽 2시까지 저희 가족을 괴롭혔습니다.
관리실 통해 부탁을 드렸지만 나아지질 않아
결국 직접 올라가 부탁을 드렸고
그렇게 세 번째 방문드리던 날
결국 어르신께서 불같이 화를 내시더군요~!
' 애가 뛸수 도 있지...
우리딸(애엄마) 걸음이 얼마나 얌전한데 뭔 천둥소리냐고...
내 법조계 인맥 총동원해서 제3자 개입 시키겠다고... '
에효...... '그래 주시면 오히려 제가 감사하죠'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얼굴 붉히며 되돌아왔습니다.
나중에 와이프와 윗집 애엄마가 만나 얘기를 나눴고
이혼후 어린 아들 데리고 친정으로 급히 들어온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없던 층간소음이 시작된 것이었구요.
시간이 흘러 소음은 그럭저럭 잦아들었고
어쩌다 마주치는 윗집 할머니와 애엄마,
그리고 뜀박질의 주인공 남자 아이와는
다시 웃으며 밝게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간간이 괴로운 상황도 있었지만, 상황을 이해할 수 밖에 없었고
할머니께서 제 딸내미에게 맛난것도 사주시고
예뻐해주시는 모습에 그냥 참고 지냈습니다.
하지만 어르신과는 여전히 서먹해서
휴대폰만 만지작 거리며 서로 외면하는 사이가 돼버렸습니다.
......
며칠전 윗집 할머니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손에는 묵직한 쇼핑백과 함께…
위에 사는데도 이렇게 찾아오는데 오래 걸리셨다며
제 딸내미 선물이라며 먹거리를 좀 사오셨다네요.
처음엔 안받으려 했지만 마침 옆에 서 있던 딸내미에게
덥썩 안겨주고 가시는 바람에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2개의 롤케익… 그리고 바닥에 깔린 묵직한 ‘한우 갈비 세트’
와이프가 할머니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다음날 전화해서 ‘뭘 이런걸 사오셨냐며…’ 감사 인사를 드렸다네요.
……
오늘 아침 새벽부터 천둥 소리가 나더니
또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아침먹고 올라갔더니
입구에 이사짐센터 바구니가 한가득 쌓여 있더군요~!
그래도 정이 들었는지 살짝 서운해지고
그렇게 오늘 일과가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방금전 와이프가 이런 얘기를 해주네요.
어르신이 군장성 출신이라 엄청 무뚝뚝하고
남한테 미안하단 소리를 못하신다며…
1년전 그날 이후로 속으로 엄청 미안해하시며
매트 잔뜩 사다가 깔고 애엄마 수시로 교육시키고
슬리퍼 챙겨 신기며 단속하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며칠전 케잌과 한우 갈비도 그간의 미안함에
어르신께서 지시하신 선물이었구요…
너무 미안한데 성격상 망설이기만 하시다
이사가기전 할머니 통해서 전달하신 거라네요… -.-;
……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며칠전 보았던 기운없이 걸어가시던
그 어르신의 뒷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예고없이 찾아온 외동딸의 이혼과 갑작스런 삶의 변화.
그로인해 1년만에 부쩍 늙어버린 노구의 뒷모습이
더욱 더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간 외면하며 인사도 제대로 안드렸던게
참으로 죄송한 맘이 들었습니다.
내가 먼저 밝게 인사를 드렸었다면…
어르신 건강이라도 한번 여쭈었다면…
그렇게 내가 먼저 다가갔다면…
어쩌면…….
그분의 뒷모습이 그렇게까지 초라해지지는 않았을텐데……
……
간간이 들리던 발소리 조차 들리지 않는 지금.
어쩌면 오늘은 그간의 소음에서 해방된
무척이나 기쁜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 오늘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할거만 같습니다.
혹시라도… 다시 마주치게 된다면…
그땐 꼭 반갑게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 어르신~~ 그 동안 잘 지내셨죠~~? ‘
‘ 건강은 좀 어떠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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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ㅠㅜ =
댓글
  • 체리파파 2019/01/30 22:52

    글 정말 잘 쓰시네요...사진만 잘 찍는게 아니셨단.
    한 편의 수필을 본듯 합니다. 정신없이 일 하다가 잘 쉬고 갑니다. 글도 사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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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손잡이 2019/01/30 23:47

    잘 가시라는 인사를 못드려 마음이 좀 그러네요...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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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imil 2019/01/30 22:53

    = ㅠ,.ㅠ =
    다 읽고 나서 마음이 따뜻해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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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손잡이 2019/01/30 23:49

    겉모습이 다가 아니라는걸 깨닫는데 1년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ㅠㅠ 깊어가는 겨울 밤... 좋은 꿈 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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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rt_Man 2019/01/30 23:04

    뭉클하네요
    이런게 사람사는 재미이자 정인데 말이죠 ^^
    추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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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손잡이 2019/01/30 23:50

    감사합니다~!! 조만간 새로운 이웃이 생길텐데 그 땐 제가 먼저 다가가 보렵니다~!! 굿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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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운틴가이드 2019/01/30 23:27

    이사하면서 미안함을 표시한 노인의 마음을 알아서 다행입니다…나무손잡이님의 따뜻한 마음의 글…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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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손잡이 2019/01/30 23:54

    계속 심난하네요... -.-; 아마 그 어르신도 1년간 이런 기분이셨겠죠...!! 후회는 제 몫이니 오늘 행복하게 마무리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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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핼리7214 2019/01/30 23:31

    한 호흡에 읽히는 명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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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손잡이 2019/01/30 23:58

    적다보니 좀 길어졌네요... 명문이라고 해주시니 부끄럽기만 합니다... -.-; 늦은 시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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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아들과주인님 2019/01/30 23:39

    글도 너무 좋고..... 사진도.... 역시는 역시입니다^^
    한템포 쉬었다 가면 사람을 더 이해할수 있는것 같아요~~ 밑에 집에 더 잘해야겠단 반성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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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손잡이 2019/01/31 00:02

    그분은 미안함에 외면하셨지만, 저는 서운함에 외면했었네요...ㅠㅠ 반성은 제가 해야하니 부디 편하게 주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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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꾸는 섬 2019/01/30 23:41

    아... 가슴에 와 닿는 글과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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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손잡이 2019/01/31 00:07

    감사합니다..! 분명 남이지만 위아래서 주무시고 계신다 생각하니 결코 남이 아니란 생각이 드네요.. 편안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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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세랄어그로는나야나 2019/01/30 23:49

    주작이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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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손잡이 2019/01/31 00:08

    앞으로 올림푸스 포럼에는 얼씬도 하지 말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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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no Crom 2019/01/30 23:49

    전 아랫층에 매년 귤한박스를
    애를 키워봐서 잘 안다
    저도 11시를 넘지않으면 관대합니다ㅎㅎ
    허나 친구넘집은 저희가족 놀러가믄 바로 연락오더군요
    취업못한 딸이 심각하게 싫타고
    나중에 애 놓아보면 알게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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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손잡이 2019/01/31 00:12

    층간소음..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어느 한 쪽에서 마음을 닫아버리면 대화를 더 이상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전 참 운이 좋았던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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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꽃분홍이 2019/01/30 23:51

    다음달에 이사가는데 우리 이이에게 똑같이 따뜻하게 대해주신 아랫집 어르신들께 꼭 찾아봬야겠습니다.
    글쓴이같은 분들이 하나둘 늘어나면 먼훗날 세상이 변할겻같습니다^^ 저부터도 그렇구요ㅋ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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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손잡이 2019/01/31 00:14

    부끄럽습니다... -.-; 저도 아랫집 피해준게 없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곧 설이니 뭐라도 사들고 가보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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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Q200 2019/01/30 23:56

    번호 아시는데 전화 드리시고 종종 뵈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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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손잡이 2019/01/31 00:15

    좀 전에 와이프 얘기로는 바로 앞 신축단지로 가셨다네요.. 조만간 연락 한 번 드려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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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현러브 2019/01/31 00:02

    좋은생각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거기에 한번 올려보세요
    꼭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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