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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부처님 손바닥 위의 돌

사건의 시작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시청률도 나오지 않던 '고향 방송' 평범한 컨텐츠가 시작이었다.

[ 스님! 이 절에 가면 신비한 돌을 볼 수 있다던데, 정말입니까?! ]

리포터가 호들갑을 떨며 스님에게 마이크를 내밀었다. 스님은 어색한 연기 톤으로 답했다.

[ 앗! 어디서 그런 소문을 듣고 오셨습니까? 저희 절에는 그런 돌이 없습니다~ ]
[ 아이잉~ 스님~! 소문 다 들었습니다~! 부처님 손바닥 위의 돌이라면서요! ]

깜짝 놀람을 가장하는 스님!

[ 아닛! 어떻게 그걸?! 허허허~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따라오시지요~! ]
[ 역시! 과연 얼마나 놀라운 돌이 있을지~?! 자, 가시죠! ] 

화면은 곧 법당 안으로 바뀌었고, 커다란 부처상을 향해 다가간 리포터가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 이게 바로 그 돌인가요 스님?! ]

부처상의 손바닥 위에는, 사람 머리 크기의 둥근 진청색 돌이 놓여있었다.

[ 그렇습니다. ]
[ 에이~ 이거 그냥 산에 돌아다니면 흔히 보는 돌인데~! 이게 무슨 신비한 돌이에요 스님~ ]

리포터가 미리 깔아놓은 멘트 위에, 화면이 반전하며 스님이 두둥! 

[ 이 돌을 만진 사람은, 무조건 재채기를 하게 됩니다. ]

' 두둥! '

[ 네~엣?! 아니 그게 정말인가요?! 에이~ 말도 안 돼! ]
[ 한번 만져보시겠습니까?

짜 놓은 각본처럼 움직이는 두 사람, 곧 리포터가 콧방귀를 뀌며 돌을 향해 손을 뻗었다.

[ 에이~ 무슨 이걸 만진다고 재채기를~~   '푸에취!!' 헉!! 저, 정말이네?! ]

눈을 과하게 확장하며 호들갑을 떠는 리포터! 

[ 우와아! 정말로 돌을 만지니까 재채기가 나옵니다!! 와~ 정말 신기합니다!! 뭐죠 이게?? 어디 다시 한번... '푸에취!!' 켁! 세상에! ]

리포터는 호들갑을 떨며 신기해하며, 카메라 감독도 시켜보고 주변 사람 모두를 만지게 해서 재채기를 확인했다.
한바탕의 난리 후, 리포터의 클로징 멘트와 함께 방송이 끝맺음 됐다.

[ 'ㅁㅁ사'에는, 정말로 신비한 돌이 있었습니다~! ]

여기까지, 이 뻔한 방송은 뻔하게 잊혔다. 방송을 본 사람들 중에 누구도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이런 프로그램의 뻔한 연출이라 생각할 뿐이었다.

방송이 나가고 6개월이 지난 뒤에야 제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한 여행 전문 블로거의 글을 시작으로, 사람들의 SNS 인증 글들이 올라왔다.

[ 대박! 만지면 재채기하는 돌! 진짜로 재채기 나옴;; 대~박! ]
[ 헐~ 이거 뭐지? 진짜로 만지면 무조건 기침 ㄷㄷㄷ ]
[ 와~ 이거 진짜임; 뭐지?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는 현상인가? ]

너도나도 인증 글을 올리고, 유튜브에 인증 동영상들까지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자, 이번에 출동한 방송 프로는, 시청률 낮은 고향 방송 따위가 아니었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의 리얼예능에서 돌을 찍어갔다.

[ '에이취!' 헐! 이게 왜 이러지?? 진짜 재채기 나와!! ]
[ 야이 거짓말 하지 마! 저 형 또 거짓말하네! ]
[ 진짜! 리얼! 만져봐 만져봐! 진짜! ]
[ 에이... '쿨-럭!' 헐? 대박!! ]

그 방송을 기점으로, 'ㅁㅁ사'를 향한 폭발적인 방문이 이어졌다. '재채기 돌'을 체험하기 위한 기다란 줄이 형성되었고, 돌을 만진 사람은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모두 기침을 했다.

" '푸엑취!' 이게 도대체 무슨 원리지? "
" '애체깃!' 킁...이 돌 뭐야 정말? 신기하네... "

사람들은 돌을 궁금해했다. 그 돌의 기원에 대한, 늙은 주지스님의 설명은 이랬다.

[ 사람을 멸하려는 악귀를, 부처께서 손바닥 위에 잡아두어 봉인하신 돌입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몰라도, 이 절이 만들어지기도 전부터 항상 부처님 손바닥 위에 있었던 돌입니다. ]

악귀라는 무서운 단어에도, 사람들의 체험이 멈춰지진 않았다. 오히려 그 전설 같은 이야기가 이 현상을 더 신비롭게 만들뿐이었다.
재채기 돌이 유명해지며 몰려든 특이 집단 두 곳이 있었다. 하나는 성지순례를 하는 종교인들, 다른 하나는 그 현상을 증명하고 싶은 과학자들이었다.

과학자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 이게 도대체 원리가 뭐지? 분명 무언가 과학적인 원리가 있을 텐데... "

종교인들은 경건했다.
" 부처께서 행한 일을 어찌 인간이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아미타불... "

과학자들은 여러 가지 방면으로 현상을 설명하려 애썼다. 일부 종교인들은 다 부질없는 일이라 말하며 화를 냈다. 

" 항상 모든 일이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세상엔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는 신성한 일도 분명 존재하는 법입니다! "
" ... "

그러나 과학자들은 증명하려 노력했다. 그들에게 세상에 과학으로 이해가 불가능한 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끝내, 그들은 발견해냈다.

" 돌을 만지는 순간, 돌에서 무언가 나옵니다!! "

그들의 초정밀 카메라가 찍어낸 영상은,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사람이 돌을 만지는 순간, 육안으론 절대 판별할 수 없을 만큼 가느다란 촉수가 뻗어 나와, 사람의 콧구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 코를 통해 들어간 그 촉수가, 사람의 뇌에 어떤 작용을 일으켜 재채기가 일어나는 겁니다! 당장 돌 만지기를 중단해야 합니다! "

사람들은 기겁하며 돌 만지기를 중단했다!
절의 불교인들도 당장 출입을 통제했다!

" 역시! 이 돌은 부처께서 봉인한 악귀가 분명합니다! 이제 다시는 이 돌을 세상에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

하지만 과학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 그 돌을 연구실로 가져가 연구해야 합니다! 살아있는 돌이라니? 어쩌면, 외계에서 온 돌일지도 모르고, 새로운 생물의 발견일지도 모릅니다! "

불교인들은 격하게 반대했고, 두 집단은 충돌했다.

" 무슨 소리! 이 돌은 부처께서 봉인한 악귀일 뿐이오! 무슨 연구를 한단 말이오?! "
" 당연히 연구해야지요! 그 돌에서 촉수가 뻗어 나온다는 걸 증명한 것도, 저희 과학자들입니다! 저희는 또 다른 증명을 해낼 것이고, 그것이 인류에게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될 지 모릅니다! 당장 돌을 연구실로 옮겨야 합니다! "
" 말도 안 되는 소리! 악귀가 봉인된 돌일 뿐이오! "
" 세상에 악귀 같은 건 없습니다! 다 과학으로 증명할 수 있습니다! "

과학자들은 절대 물러서지 않았고, 늙은 주지 스님이 나와 그들에게 간청했다.

" 대대로 이 돌은, 절대 부처님 손바닥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하였습니다. 수백 년이 넘도록 그 전통을 지켜왔는데, 어찌 지금 그 명을 어기란 말입니까? 아니됩니다. 아니됩니다. "
" 스님! 때론 전통보다 중요한 것이 있는 법입니다! "
" 허허... 그러지 말라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인 것을...! "

스님의 우려와는 달리, 사건을 지켜보는 대다수 일반 사람들의 생각도, 연구를 해야 한다는 쪽이 많았다.
과학자들은 강제로라도 당장 돌을 가져가 연구를 하고 싶어 했지만, 돌의 소유권이 절에 있어서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한데 결국, 국가에서 강제 명령이 떨어졌다.

[ 인류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 '재채기 돌'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도록 하겠습니다. ]

불교인들은 몸으로 저지했다!

" 아니됩니다! 절대 저 돌이 부처님 손을 벗어나게 해선 안 됩니다! 전통을 지켜야 합니다! "
" 저리 비키세요! "

불전으로 향하는 길을 막으려는 스님들과 집행단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격렬한 충돌의 와중에, 한 과학자가 돌을 낚아채 들었다!

" '에이취!' 킁, 잡았다!! "
" 아니-?! "

스님들이 망연자실해 할 때, 돌을 들고 밖으로 뛰쳐나온 과학자가 소리쳤다!

" 보십쇼! 돌이 벗어난다고 무슨 일이 벌어집니까?! 아무 일도 없지 않습니까?! "
" ... "

그의 말대로, 돌이 부처님 손바닥을 벗어나도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한데,

" 당장 이 돌을 '푸엣취!' 연구실로 가지고, '쿠에취!' 연구를 '푸에취!!' "

돌을 들고 있던 그가 연신 기침을 해대다가- 그만, 돌을 놓치고 말았다.

' 쿵! '

돌이 땅에 떨어지고, 순간! 그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의 눈이 부릅떠졌다!

" 저... 저...! "

돌은 얼음이 빠르게 녹듯이, 땅을 향해 녹아내렸다!

" 아앗! "

놀란 그가 얼른 돌을 주우려 했지만, 이미 돌은 땅으로 모두 스며든 뒤였다.

" ... "

일련의 사태에 사람들은 망연자실했다. 한데 다음 순간-

" 컥! "

돌을 주우려고 바닥을 짚고 있던 그를 향해, 땅에서 '촉수'가 솟아올랐다!

" ! "

눈에 보일 정도로 커다란 촉수는, 그의 콧구멍을 벌리고 들어가 핏물을 터트렸다! 

" 우욱! "

그대로 쓰러져 경련하는 그! 곧, '쿨럭-!' 피기침을 하다가 눈을 까뒤집고 죽음에 이르렀다.

" ... "

전 인류는 얼마 뒤, 알게 되었다. 
땅이, 지구가, '재채기 돌'이 되었다는 사실을. 
지구를 올려놓을, 부처님 손바닥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댓글
  • 복날은간다 2017/01/17 21:15

    항상 감사합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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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착한_악마. 2017/01/17 21:20

    그 불상에 달라붙어 연구하면 괜찮았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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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엉덩이OO 2017/01/17 21:22

    그러면 콧구멍만 막으면 어떻게될까요? ㅋㅋ 전세계 사람들이 코마개끼고 있으면 웃길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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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ercurius 2017/01/17 21:23

    신박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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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착한_악마. 2017/01/17 21:24

    이제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머리는 하늘을 향한채 손은 땅에 짚은 불상을 만들면 되나요?
    손과 머리를 무겁게 해서 기의 역행은 일어나지 않게 막고?
    +
    손이 땅에 닿지 않으면 아무 일 없는 건가요?
    장갑 같은것만 껴도 상관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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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깨동이 2017/01/17 21:34

    선추천후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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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어있음 2017/01/17 22:23

    윈드밀 도는 부처상을 만들면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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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고파파 2017/01/17 23:46

    지구가 재채기돌이 되어버렸고 커진 질량 차이로 인해 가느다랗던 촉수가 치명적일 정도로 커졌다면
    일단 흙바닥에 있던 사람들은 그 순간 즉사하고
    실내에 있거나 포장된 도로 위에 있던 사람들만 생존하고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에서 연구가 진행되겠네요 ㄷㄷㄷ
    다만 지구의 질량을 생각해 봤을때 티끌만한 아스팔트 포장이 있다고 자신과 접촉하지 않았다 판단할지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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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izukinana 2017/01/18 01:50

    ㅋㅋㅋ 이번편은 그냥 웃기기만 하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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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날은간다 2017/01/18 07:27

    뜻밖의 연구의장; 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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