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 사진엔 댓글이 안 달릴까? 좋은 사진은 뭘까?

사실 제가 저에게 하는 이야기입니다만 ㅎㅎ
개인 사이트에 차후 별도의 포스팅을 할 생각입니다만 그걸 아주 간단하게 두루뭉술하게 적어보겠습니다.
저는 기자인데 몇년 안되는 짬밥 먹으며 깨달은 게 있다면 좋은 기사와 많이 보는 기사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의 중요성이 많이 이야기되기도 하는데 이는 과열된 경쟁사회에서 클릭커블이란 잘못된 단어로 왜곡돼서 이른바 '낚시' 기사를 만드는 결과를 낳기도 했죠.
그런데 사진도 그렇습니다. 좋은 사진이 뭘까요? 우선은 간단하게 기술적으로 잘 찍은 사진이라고 정의한다면 이제 그런 사진은 더이상 잘 찍은 사진이 되기 힘듭니다. 비핸스에 500px에 그냥 스르륵에도 넘치고 넘칩니다. 그럼 거기서 무엇이 차이를 가를까요? 사진의 철학적, 미학적인 완성도?
물론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사진비평의 가치가 땅에 떨어진 지금 대중이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죠. 대부분 알기 쉬운 맥락 하에서의 사진 속 이야기 정도까지 이상은 공부하고 어렵게 볼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 비슷한 사진이 지금도 계속 콸콸콸 쏟아져나오니깐요.
여기서 결국 다시 찾게되는 건 서사, 텍스트의 힘입니다. 너무나 많이 인용됐지만 아오모리현의 사과가 똑같은 모양새에도 다른 서사를 부여해서 가치를 만들었던 것처럼요. 이걸 사진에 대입한다면 사진 자체보다 사진을 둘러싼 상황과 맥락, 이야기가 사진의 맛을 살려주는 겁니다. 예전에는 사진이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표현해서 글의 가치를 높여줬다면 지금은 쉬운 커뮤니케이션을 원하는 대중의 욕구에 맞춰 사진을 다시 글로 풀어내야하게 된거죠.
스르륵만 봐도 그러합니다. 사진만 달랑 올린 사진에는 반응이 어렵습니다. 그런데 설명이 붙으면 이야기가 재밌어지고 다른 유저들의 리플을 이끌어내죠. 엄청 거창하고 대단한 이야기가 있어야한다는 게 아닙니다. 그냥 한 장의 아이 사진이라고 해도 그게 내 아이라면 더 재밌고 내 아이와 놀러간 곳이면 더 눈에 띄고, 내 아이와 놀러갔는데 무슨 일이 생긴 사이에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면 재밌게 읽히는 거죠.
인스타는 사진 중심으로 소통하지 않나? 싶겠지만 그것 역시 인스타 유저가 가지는 개성이라는 큰 맥락 하에서 진행되죠.
즉 사진을 잘 찍는다는 것 자체가 포토그래퍼가 원하는 바를 표현하는 게 제일우선이 된다는 거죠. 그러기만 한다면 노출 구도 수평 어쩌구 저쩌구 다 필요 없어집니다.
물론 아직도 작품을 만드는 분들은 당연히 있고 그러한 작업방식 역시 중요한 가치를 지니지만 그런 작업 역시도 결국 작가의 '의도'가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는 점에서 볼 때 큰 맥락하에서 이 이야기와 다를 바 없겠죠.
사실 이건 저한테 하는 이야기입니다. 10년 넘게 놀며 일하며 하다보니 나도 보정은, 구도는, 색감은, 그냥 그럭저럭하는 것 같은데 ㅎㅎ 같은 생각을 하게 됐죠. 어릴때 파인아트가 뭐니 이런 고민보다 훨씬 넓은 개념에서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이젠 좀 더 이야기가 있는 내 사진을 찍어볼까하는 다짐의 차원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사진에 이야기를 한 번 붙여보세요. 분명 재밌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