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리웹 최고 레전드 사건

우리 주변의 감춰진 인권 유린 상황을 파헤쳐 충격을 준 SBS의 ‘긴급출동SOS 24’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2005년 11월 첫 전파를 탄 이 방송은 가정 폭력, 스토킹 등 인권침해 현장을 찾아 이를 고발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당시 사회적으로 많은 파장을 일으켰다.

 

이 프로의 초창기에 한 패륜아의 사연이 소개된다. 일을 할 생각도 않은 채 피규어 수집에 미쳐 홀로되신 어머니를 폭행하고 돈을 빼앗는 장면이 여과 없이 전파를 탔다. 이 방송을 보면 자식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부모들의 얘기가 자주 나왔는데 비뚤어진 자식사랑의 비극적인 결말이라 할 수 있다. 이 방송에서 왜 어머니에게 욕설을 하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아들은 어머니가 말을 거는것 자체가 간섭이기 때문에 욕을 한다고 답해 패륜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또 그는 원래 루마니아에서 태어나고 싶었다는 이상한 얘기를 제작진에게 했으며, 군대가기 전에 루마니아에 가야한다며 어머니에게 욕설을 퍼붓는 장면이 보여지기도 했다.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자 보다 못한 제작진은 폭력을 종식시키기 위해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이 어떻겠냐고 아들과 협상을 진행하게 되는데 그는 정신과 치료의 조건으로 5가지를 요구했다고 한다.

 

 

 

 

첫째, 현재 지니고 있는 피규어만큼 제작진이 사줄 것

(방송 당시 그는 어마어마한 양의 피규어를 보유한 오타쿠로 구입 비용만 해도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

둘째, 4명의 미술과외 선생님을 붙여줄 것

 

 

셋째, 군대 가기 전에 루마이나에 보내줄 것

 

 

넷째, 루마니아로 귀화하는데 협조할 것

 

 

다섯째, 촬영분을 폐기할 것

 

 

등의 5가지가 바로 패륜아의 요구사항이었다.

 

잘못된걸 바로잡으라는 충고를 무시하고 뻔뻔스럽게 말도 안되는 것을 5가지나 요구하는 패륜아의 행동에 방송을 본 사람들은 아연실색했다. 인권 보호 차원에서 가해자인 패륜아의 실명은 당연히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네티즌 수사대의 소위 ‘신상털기’ 없이 그냥 “미친 넘 하나 있구나”라는 선에서 종결될 줄 알았으나...

 

 

 

 

 

그날 방송을 본 디씨인사이드 유저 중 1명이 피규어가 놓여져 있는 패륜아의 방 풍경이 낯설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조사에 착수한다. 이 유저는 평소 피규어 관련 내용을 보기 위해 들렀던 루리웹에서 방송에 나온 패륜아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패륜아가 평소 피규어 사진을 찍어 자주 루리웹의 게시판에 올렸는데 그 사진에 나온 피규어의 모습과 방 풍경 등이 방송에 나온 것과 일치한 것이다.

 

 

 

 

 

‘땅불바람물마음(약칭 땅불)’이란 닉네임을 쓰던 패륜아는 어마어마한 피규어 수집에 놀란 유저들이 돈 많이 들지 않냐고 물어보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답을 했다고 한다. 또한 다소 비판적인 댓글에도 신사적으로 대응해 제법 여유를 부렸다고 한다. 패륜아가 루리웹 유저라는 사실이 평소 루리웹과 사이가 안 좋았던 디씨인사이드 유저에 의해 알려지자 다른 디씨인사이드 유저들이 대대적으로 루리웹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이 사실은 루리웹 뿐만 아니라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로도 퍼지기 시작했다.

 

루리웹 유저들 역시 엄청난 피규어를 모으는 매니아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신사적으로 행동했던 땅불이 실은 백수인데다 어머니를 괴롭혀 얻어낸 돈으로 피규어를 사모은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자신이 부러워하던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성격을 지니고 있고 거기에 패륜아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충격이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