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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0년차 한진항공 승무원 남편 입니다.

연애를 2년 정도 하고 결혼해서 12년 정도의 인연입니다.
연애 때는 자주 볼수 없는 직업의 특성상 한번의 만남조차 간절했기에 더욱 애틋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게 결혼을 하고 짧지않은 시간동안 이제는 사랑하는 딸아이도 함께이고 이만하면 꽤 행복하다 자부합니다.
하지만 제 처는 그렇지 않은듯 합니다.
와이프는 말그대로 초인입니다.
힘들게 밤새서 비행을 다녀온 직후에도 딸아이에 관련된 일로 인해 쪽잠한번 자지 못하고 옷만 갈아입고 다시 집을 나서기가 일수 입니다.
한번은 딸아이와 관련된 일로 저와 함께 같이 해야 할일이 있어 이른아침이 돌아오자마자 부랴부랴 준비하는 중에 제가 씼고 나오니 소파에서 기절해 있는 와이프를 봤는데 종아리와 발이 퉁퉁부어 있는것을 보고 너무 속이 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비단 승무원 분들 뿐만 아니라 이땅에서 워킹맘으로 살아가기 쉽지않다는것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대기업에서 짧지않은 시간동안 출퇴근 하던 사람입니다.
기업문화마다 다른면이 있겠지만 거대조직에서 겪을수 있는 일은 어느정도 잘 알고 이해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면 대한항공은 상상을 초월하더군요
팀원이 병가 를 내면 아픈사람은 안타깝지만 팀 고가에는 부담으로 다가오는 말도 안되는 연대책임,
기내판매 실적을 올리기 위해 승무원들에게 강매 아닌 강매,
그래놓고 기내판매 물품과 금액에 대한 차액발생시 해당 기내승무원 들에게 각출,
법적으로 보장되어야할 연월차 휴가가 매달 신청해도 무시되고 한번이라도 나오면 그걸 기뻐 해야하는 어이없는 상황,
연월차는 법적으로 이월이 됩니까? 저도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직원들의 연월차를 이월시키는 것은 상상도 해본적이 없습니다.
더 웃긴건 그 쌓여가는 연월차를 병가로 쓰게 하는 상황,
기내에 문제가 발생해 승무원이 불이익을 얻더라도 회사는 자기 직원보다 대외적인 것만 챙기는 회사의 처우,
고객들의 불만칭송 게시판에 회장이 왈가불가 댓글을 다는 유치함의 절정,
많은 사람을 접하고 노동이 집약되는 승무원 유니폼의 색이 너무 밝아 오염되기 너무 쉬워 해외 호텔에서 자는시간 줄여가며 손빨래 하고 다림질해야하는 상황.
한겨울 눈이 수북히 쌓여 있는 출근길을 여름샌달 같은 끈 구두를 신고 출퇴근을 하게 만든것은 대체....
일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않은 디자인을 그 유명한 디자이너가 했다는게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그걸 승인한 것도 생각이 없어보이고요, 직접 입고 노동을해야 하는 당자사 들의 상황을 전혀 고려 하지않은 무책임하고 생각없는 선택 이라고 밖에 보이지않습니다.
업무적 으로 노동력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될수도 있습니다.
노조가 있다고는 하나, 한번도 노조 선거를 하거나 투표로 직원들의 의사를 반영 하는것을 들은적도 본적도 없습니다.
(어용노조로 유명한 대한한공. 사측의 계략으로 만든 노조는 불법 입니다. 노사협의에 의해 결정된다는 성과금 역시 올해도 언론에서 발표하는 영업이익에 비해 어처구니 없는 수준 이더군요)
이런와중에 서비스의 양을 줄였으니 객실담당 인원수를 줄이겠다고 하던데 기가 차서 말이 안나오더군요
등등등 이루 말할수 없는 치사하다고 까지 느낄 만한것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12년동안 와이프 생일이나 제생일에 밥을 같이 먹은 기억이 딱 네번 있습니다. (이마저도 2년간의 산휴기간이라 가능했습니다).
6살 딸의 생일날 케잌초를 우리 세식구가 함께 불어준 기억은 첫번째 생일 이후로 없습니다.
점점 연차가 올라갈수록 비행전후로 극도로 예민해져 갑니다. 회사의 근무 환경이 열악해져 간다고 제가 느낄 정도니까요.
가정의 불화가 생기지않는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정도입니다.
가족을 위해서 일을한다지만 그 일이, 한사람의 심신을 극도로 피폐하게 만드니, 배우자로서 너무 안쓰럽고 마음이 아픕니다.
요즘 조씨 누군가의 맹활약상이 언론에 노출 되면서 다시금 대한항공의 불의 에 대한 불씨가 붙은거 같습니다.
청와대 청원글도 있었구요. 이번 기회에 대한항공의 어처구니없음들이 개선되어 조금이라도 일 할 만한 곳이 될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이 좀 길었습니다. 어딘가에 넉두리를 좀 하고 싶었습니다.
대한항공 객승님들 특히 그중에 기혼자이신 분들 맘속깊히 응원합니다.
꼭꼭꼭 가족, 본인 모두가 행복 할 수 있는 직장이 될수 있길 바랍니다!

댓글
  • 어쩌다부랄탁 2018/04/21 08:14

    현재 대한항공의 부는
    승무원들의 고혈을 짜내서 이루었군요.
    십새기들.
    -_-)

  • 유럽이먹는음식EU식 2018/04/21 08:32

    유시민이 썰전에서 말했죠... 저 항공사 진짜 살아남고 싶으면 자식3명 직위해제가 아니라 전부 회사에서 내보내고 전문경영인으로 다시 운영해야 한다고... 조땅콩에 조버럭 까지 ㅋㅋ

  • 시원바람 2018/04/22 08:15

    무슨사연이길래 . 그렇게 힘들다고 해도 그만두지 않으니.저같으면 당장 때려치라 할텐데.
    님이 보살이실꺼 같네요.
    수고하세요

  • hosik001 2018/04/22 11:14

    중이 절이 싫으면 절을 나와야죠. 일할곳이 거기 하나인가요?? 그리고 서비스업종에서 나이 많으신분에게 물달라하기도 미안하겠다. 퇴사하시는게 좋아보이네요. 고객편의에서도 제가 회사 출장때 비즈니스를 거부하는것 중 하나가 승무원 호출하기 미안한 연배여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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