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란의 대사 "실력이 없다면 밴드 드러머나 되겠지." 그걸 본 친구의 질문 _ 야, '재즈 드럼 vs 락 드럼' 누가 더 잘치냐?
2. (해답까지는 아니고) 현명한 사례 제시 _ 안좋은 사례
리듬앤블루스 그룹 '그레이엄 본드 오거나이제이션'과 에릭 클랩튼, 잭 블루스와 함께한 슈퍼밴드 '크림' 출신의 마왕(이라 불리던 드러머) 진저 베이커가 무슨 도전 의식이 생겼는지(대체 왜?) 재즈 기타리스트 '빌 프리셀', 베이시스트 '찰리 헤이든'과 트리오로 아틀랜틱 레이블에서 만들어 낸 1996년작 'Falling Off The Roof'. 앨범을 듣고 느낀 점은?
도전 의식은 정말 높이 사나(진저 베이커의 명성을 고려한다면), '현실은 시궁창'이랄까? 커버에 쓰인 일러스트처럼 마왕의 도전은 '나락으로 떨어지고야' 말았다. 이건 진저 베이커의 잘못도 락 드럼이 재즈 드럼에 못미친다는 편견도 아니다. 그저 안맞는 옷을 억지로 입어보고자 했던 무모함의 결과였을 뿐이다. 재즈 바닥에서 장르에 대한 편견이 없고 사람 좋기로 유명한 빌 프리셀과 찰리 헤이든이 아니었다면 마스터테잎을 불태웠을지도 모를 정도랄까. 실제로 자신의 형편없는 도전에 실망한 진저 베이커를 저 둘이 달래느라 힘들었다는 후문도 있다. 그저 안타까울 뿐.
3. (해답까지는 아니고) 현명한 사례 제시 _ 좋은 사례
그렇다면 진저 베이커의 안 좋은 사례만 존재할까? 에이, 그렇다면 '크로스오버'라는 음악의 미덕은 더이상 찾아보기 힘들텐데 말이다. 그래서 소개하는 한장의 음반. 2007년 ECM에서 발매된 Manu Katche의 'Playground' 앨범 속 아름다운 트랙 'Song for her'.
피터 가브리엘의 걸작 앨범에서 눈부신 드럼 실력을 보여줬던 '마누 카체'라 하더라도 마왕 진저 베이커처럼 정석적인 접근으로 재즈에 도전했다면 아마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을거라 본다. 대신 이 현명한 드러머는 하드밥의 명인 드러머들에 대한 존경을 살짝 접고 변칙적인 접근으로 다가갔다고 해야할까. 안맞는 옷을 억지로 껴입기 보다는 수선 잘하기로 유명한 ECM 세탁소의 주인인 '만프레드 아이허'에게 모든걸 일임했다. 그러니까 이런거다.
"사장님, 이 옷이 제겐 너무 안맞는데 소매는 이렇게, 허리도 좀 늘려주시고 블라블라블라...'가 아닌, "사장님께서 판단하셔서 이 옷이 제게 맞게끔 알아서 맞춰주세요!"라고. 얼마나 현명한가? 사장님을 믿고 모든걸 맡긴 이 고객의 프리오더 결과는? 맞춤옷까지는 아니지만, 우선 입기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까지 수선에 성공, 더욱더 좋은 점은, 이 명인 세탁소 사장님께서 모든 옷을 앞으로 다 수선해줄테니 자신에게 맡겨달라는 친절함까지 얻어냈다는 것. 결국 이 현명한 드러머, 이 세탁소에서 환골탈퇴한다. 욕심에 치우쳐 정공법으로 도전하기 보다는 자신의 못미침을 인정하고, 살짝 방향을 튼 변칙이 통했던 좋은 사례 중 하나였던 거다.
4. (재즈드럼에 대해 더 알아보고자 하는 분에게 필요할지도 모르는) 참고문헌
0_ 영화에서 줄기차게 나오는 '버디 리치', 그리고 찰리 파커를 '더 버드'로 끌어올려줬다고 한 '조 존스'의 스윙-비밥 시절 음반들은 솔직히 그리 권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참고 들으려고 해도 그 극악의 음질은 리스너를 버티기 힘들게 해요. 차라리 조 존스 보다는 '케니 클락'을, 버디 리치 보다는 '쉘리 맨'의 음반을 권하고 싶습니다.
1_ 마일스 데이비스 쿼텟, 혹은 퀸텟 시절의 드러머였던 필리 조 존스의 리더작과 사이드맨 참여작들.
2_ 클리포드 브라운과 에머시 레이블에서 함께했던 드러머 맥스 로치의 작품들, 캔디드 시절의 리더작들도 좋다.
3_ 아트 블레이키의 블루 노트 시절의 리더작들, 그러니까 재즈 메신저스의 앨범이라면 믿을만 하다.
4_ 임펄스에서 야수처럼 날뛰던 엘빈 존스의 작품들, 존 콜트레인의 사이드맨 참여작들(지미 게리슨과 함께한 모든 앨범)과 리더작들. 예를 들자면 이런 앨범 https://mlbpark.donga.com/mlbpark/b.php?p=1&b=bullpen2&id=6037759&select=title&query=&user=&reply=
5_ 마일스 데이비스의 후기 퀸텟 시절, 토니 윌리암스가 참여한 작품들, 이후에 리더작들도 강력하게 권한다.
6_ 마누 카체를 소개했으니 ECM의 대표적인 드러머도 한명, 바로 욘 크리스찬센. 케이쓰 자렛과 함께한 모든 앨범들, 혹은 케틸 비욘스테드와 함께한 사이드맨 작품들,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균등하고도 훌륭한 드럼.
7_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락 드러머 한분, 바로 타미 앨드릿지. 루디 사르조와 함께 했던 그의 드럼은... 아! 오지 오스본의 랜디 로즈 트리븃 실황앨범이나 안타깝게 사라져버린 '매닉 이든'의 데뷔 앨범도 꼭 들어보시길.
* 물론 (이것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락 드러머는 '신의 손' 빌 블루포드!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스크랩!!
Oops!// 반갑습니다. 즐거우셨길 :-)
좋네요
저도 스크랩 ㅋ
기계돌이// 반갑습니다. 근데 기억에 의존해서 쓰는 거라 오류가 많을거예요. 스크랩은 안하시길 권합니다. :-)
맨날 눈팅만 하다가 형언할수 없는 감동에 댓글을 남깁니다.
시작부터 귀를 파고드는 피아노소리에.... 곡이 정말 어디로 전개될지 상상조차 할수 없었습니다.
좋은 곡 소개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수다소// 아, 반갑습니다. 마누 카체의 이 음반이 좀 좋습니다. 잘들으셨다니 저도 기쁘네요 ㅎ
곡 하나에 꽂히면 죽어라 반복해서 듣는 타입이라 재즈 메신저스의 moanin'은 아직까지도 즐겨듣고 있네요ㅎㅎ 다른 드러머들에 대해서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늬// 반갑습니다. 저도 모아닌의 빅팬인데 정말 기쁘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