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밤부터 많은비가 내릴거라는 예보 때문에 계획한 모든것들을 거둬버렸다.
그럼에도 늘 일어나는 시간에 일어나 멍하니 창밖을 내다본다.
‘빌어먹을 기상청!’
계획도 생각도 정신도 없는 아침에 생존을 위한 끼니를 차려본다.
고소한 밥 한공기가 생각나지만, 라면 하나를 꺼내 고민중이다.
늘 그렇지만 하나는 모자라고, 두개는 벅차다.
국수를 꺼내 엄지 손가락 굵기만큼 덜어낸다.
이정도면 정오가 넘을정도의 시간동안 포만감이 남아 있을게다.
파송송 치즈마냥 뿌려준 다음, 볼에 계란 두개를 풀어 끓는 라면에 넣고는 바로 담아낸다.
모락모락 김나는 한그릇을 캠핑용 무선 선풍기 3개로 열기를 감추며, 열무김치 벗삼아 비워낸다.
지에스 카페를 찾아서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잔을 들고 나오면, 비로소 출발을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난다.
담배를 끊은 이후로 습관처럼, 운전하며 커피를 한모금씩 마시곤 한다.
커피가 없으면 뭔가 허전함이 찾아들곤 한다.
차 시동을 걸었지만, 어디로 갈는지 생각도 이유도 없는 시간이다.
무작정 출발 해 본다.
미션에서 무지 큰 소음이 들려온다.
인석-엑티언-을 적어도 일년은 더 타겠다는 생각으로 며칠전, 엔진과 미션오일, 그리고 라이닝을 갈았는데, 갑자기 미션에서 소음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 너두 세월을 피해가진 못하나 보다.’
그리 생각하니, 타이어도 교환 하려던 계획을 접었다.
조만간 인석의 숨이 넘어갈듯 하니, 보내줄 준비를 해야 할까보다.
아이 파운드 럽, 포~미, 달링저스 다입 라잇인, 엔 폴로마이 리드
아이 파운드 걸, 뷰리플엔 스윗, 아이네버 뉴유 워드 섬원 웨이팅포미~
아무 생각없이, 흘러나오는 음악을 따라 부르며 운전을 시작한다.
해안가를 따라서 드라이브 삼아 달려본다.
아직 이른아침, 바닷가 솔밭아래 띄엄띄엄 텐트가 보인다.
무언가에 끌린듯, 차를 멈추고 걸어본다.
자그마한 텐트 하나, 타프 아래에 두개의 의자가 있고, 일흔은 훌적 넘겼을 노 부부가 커피를 끓이고 있다.
“아유~ 어르신, 커피향이 너무 좋습니다~”
“커피향을 아는 분이네요~
이리와요, 넉넉하니 한잔하고 가요~”
“감사합니다, 어르신~”
“감사는 무슨….
우리집 찾아줘서 고맙구먼~”
떨어지는 커피소리가 기분좋다.
“두분이서 이렇게 여행 다니시는 모양이죠?”
“애들 다 키우고, 돈 벌 나이도 지났으니, 겨울만 빼고 우리는 여기저기 다니고 있어요.”
아직은 절반의 검은색을 가진 고운 머릿결, 새하얀 피부에 약간의 주름만 있을뿐, 오십대라고 해도 믿을 외모에, 건강한 목소리까지 맑다.
“아~ 정말 부럽습니다~
어르신, 앞으로도 건강하게 오래도록 여행 다니세요~”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고소한 커피가 담겨진 종이컵 하나를 들고 돌아온다.
좀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아침을 준비 하시는듯 해서 자릴 비켜야 할듯 했다.
차에 올라서 한참이나 출발하지 못한다.
고소한 커피가 다 사라질 동안, 아침을 준비하는 노 부부를 지켜본다.
시간을 초월한 여유로운 삶이 부럽기만 하다.
급하게 방행을 틀어 경주 방향으로 달려본다.
드라이브 하기에 멋진 기림로가 생각이 나서 출발했다.
오어사로 가는 방향에서 갈라진 산길을 달리다보니, 길건너 자그마한 암자 하나가 보인듯하다.
‘응? 저기, 절일까?’
생각하는데, 여직 본적이 없는 풍경에 마음이 조급해 진다.
마을입구의 거대한 고목위에 연등이 가득 걸려있다.
다른곳에서 본적이 없는 방식이다.
급하게 차를 멈추고 온길을 돌아간다.
일각사, 간판이 보이는 작은 골목을 찾아내고는 들어간다.
연등이 걸려있던 나무는 오래전 성황당으로 사용된 고목이다.
나무 건너에 작은 시골집같은, 암자라고 불러야 할듯 한 작은 사찰이 보인다.
입구에서 한눈에 사찰의 전 건물을 다 볼수있는 자그마한 규모다.
그냥 돌아설까 하다가, 눈앞에 부들과 어리연이 보여서 딱 10미터만 걸어볼 생각이다.
전화기로 사진 몇장을 찍는중에 강아지들이 짖기 시작한다.
“왈왈왈~ 왈왈왈~”
건물 안에서 여스님 한분이 기운차게 나오신다.
“어서오세요~”
합장하며 인사를 하시는데, 합장의 행위에 전혀 익숙하지 못하므로 고개만 숙여서 답한다.
“안녕하세요~
지나다가 하두 이뻐서 잠시 들어왔습니다~”
“아유~ 고마워라~
오셨으니, 차나한잔 하고 가세요~
시간 괜찮으세요?”
“한잔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물을 준비 하신다며 먼저 들어가라는 자그마한 방 안으로 들어가 기다린다.
작은 암자를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규모있는 사찰에선 주지스님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다.
하지만, 자그마한 암자를 둘러보다가 눈에띄면 이런 기회가 생기곤 한다.
사람을 마주하며 시간이란걸 잘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인식하지 못했으나, 대화중에 스님 본인이 환갑이라고 한다.
헌데, 녹차나 혹은 그에 준하는 어떤 차를 기대했더니, 노란색 믹스커피를 건내며 대화가 시작된다.
“이렇게 만나게 된것도 얼마나 큰 인연인지 아시죠?”
“그렇겠죠. 옷깃만 스친것도 아니고 스님이랑 커피한잔 마시는 시간동안의 인연이라니, 얼마나 큰 연 인까요?”
다양한 질문들을 해보고, 질문이 없어도 다양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보통의 암자에서 만났던 스님들과는 좀 다른 대화가 이어지는게 신기하기도 하다.
대부분의 스님들은 인생의 가치, 혹은 삶의 가치 등등의 대화가 주를 이루곤 하는데, 오늘만난 스님은 스스로를 내려두는 대화가 많다.
“저는 서른 초반에 출가했어요.
출가전에 결혼도 했었고, 때문에 생살도 하나 있어요.
지금 서른하나 된거같네요.”
대화중에 나온 한마디에 눈앞에 스님이 달라보인다.
보통은 스님이라도, 기본은 사람인지라 본인의 부끄러운 부분을 내보이지 않는 법인데, 너무 편하게 꺼내는 모습을 보자니,
소심한 사람의 경지를 넘어선지 오래된듯 보인다.
“부익부, 빈익빈,
크고 신도들 많아서 넘치는 사찰들은 넘치다 못해 줄줄 흘러 내리도록 여유롭고,
우리처럼 작은곳들은 사람들이 찾지도 않아요.
혹시라도 여유가 되서 나눠주고 싶거든, 작고 힘들고 어려운 곳에다 나눠주세요.
작아도 작지않은 크기의 나눔이 될거랍니다.”
부처에 관한 이야기 보다 평범한 삶과 시간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첫번째 스님인듯 해 다시한번 시간을 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예, 스님, 다음에 맛난거 준비해서 다시한번 찾겠습니다.”
“언제든 오세요.”
돌아서려다 눈에띈 문구가 보여서 물어본다.
“스님, ‘아미타불회도’는 저 건물안에 보관하나요?”
“아니요. 아미타불회도가 문화재로 등록되면서 청에서 복원작업을 하고있어요.
1년 걸린다고 했으니, 올 9월쯤 올거랍니다.
그러면 어떻게 공개를 할건지, 방법등 논의가 있어야 할겁니다.
보러 오세요~”
“네, 다음에 맛난거 가지고 말씀 들으러 오겠습니다.”
돌아서 나오며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
그리 잘나보일 필요는 없을텐데 말이다.
한번쯤 나를 내려두면, 많은것이 한결 편할텐데 말이다.
스스로 내려가는 방법을 생각하는 시간……
술취하셨어요??
저녁에 마셔요~~
3줄 요약좀
시러유….. ㅠ____ㅠ
글 전반에는 **계획의 좌절, 통제력 상실, 고립감, 정체된 일상, 그리고 깊은 고독 속에서 의미를 찾아 헤매는 모습**이 복합적으로 나타납니다.
| 심리적 징후 | 글 속의 근거 및 해석 |
| :--- | :--- |
| **계획 좌절과 통제력 상실** | "지난 밤부터 많은비가 내릴거라는 예보 때문에 **계획한 모든것들을 거둬버렸다.**" $ightarrow$ 외부 환경(날씨)에 의해 계획이 쉽게 무너지고, 이에 대한 **분노($ightarrow$ '빌어먹을 기상청!')**와 함께 **일상에 대한 통제력 상실**을 경험합니다. |
| **정체된 일상과 무기력** | "늘 일어나는 시간에 일어나 **멍하니 창밖**을 내다본다." "계획도 생각도 **정신도 없는 아침**에 생존을 위한 끼니를 차려본다." "차 시동을 걸었지만, **어디로 갈는지 생각도 이유도 없는 시간**이다." $ightarrow$ 의미 없이 반복되는 일상, 목적 상실, 낮은 활동 에너지(무기력)가 보입니다. |
| **불안정한 자기 돌봄** | "라면 하나를 꺼내 고민중이다. 늘 그렇지만 **하나는 모자라고, 두개는 벅차다.**" "국수를 꺼내 **엄지 손가락 굵기만큼 덜어낸다.**" $ightarrow$ 식사량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에서 **불안정하고 절제된 자기 돌봄**의 패턴이 관찰됩니다. 이는 **우울감이나 불안감**으로 인한 식욕 부진 또는 과도한 통제 욕구의 반영일 수 있습니다. |
| **대상의 상실 (차/관계)** | 갑작스러운 차의 미션 소음 $ightarrow$ "조만간 인석의 숨이 넘어갈듯 하니, 보내줄 준비를 해야 할까보다." $ightarrow$ **의존하던 대상(차)의 상실**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며, 삶의 한 부분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는 **인생의 변화나 상실에 대한 불안**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
| **고독과 동경** | **노 부부**와 **여스님**과의 만남을 통해 **'시간을 초월한 여유로운 삶'**과 **'스스로를 내려두는 태도'**를 강하게 동경합니다. $ightarrow$ 이는 현재 본인이 **깊은 고독감과 불안정성** 속에 있으며, **자신을 옭아매는 무언가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드러냅니다. |
| **자신에 대한 비판적 인식** | "그리 잘나보일 필요는 없을텐데 말이다." "한번쯤 나를 내려두면, 많은것이 한결 편할텐데 말이다." "스스로 **내려가는 방법을 생각하는 시간**..." $ightarrow$ **자신이 '잘나보이려는 태도' 혹은 '스스로를 내려놓지 못하는 태도'** 때문에 힘들다고 인식하며,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자기 비난**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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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리고 싶은 제안
글쓴이의 깊은 사색과 타인에게서 희망을 찾으려는 노력은 매우 긍정적입니다. 다만, 이러한 심리적 어려움이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면 **전문적인 도움**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 **전문가 상담 고려:**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 센터를 찾아가 현재의 **무기력, 불안정감, 자기 비난** 등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심리 상담은 자신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스스로를 짓누르는 기준(강박)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현재의 감정 기록:** 글쓰기를 통해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좋은 대처 방식입니다. 이 글처럼, **'오늘 내가 무엇에 화가 났는지', '무엇이 나를 괴롭게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연습을 계속해 보세요.
* **'완벽하지 않음' 인정하기:** 라면의 '하나와 둘 사이'의 고민처럼, 삶의 모든 선택에서 **정답**을 찾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이 정도면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글을 쓴 분의 마음이 조금 더 평온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혹시 이 글에 담긴 내용 중 **특정 부분**에 대해 더 깊이 이야기해 보고 싶으신가요?
더 줄여주셔요…… ㅠ___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