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의 영향이 생각보다 크더군요

어찌보면 당연한 말이기도 하죠?
그러니 다들 더 비싸거나 혹은 더 유니크한 느낌의 렌즈들을 사려고 하실테니까요.
저로선 좀 신기한게 10년 넘게 사진생활 해오며 8할 정도는 장비를 정말 저렴한걸로만 써왔었거든요. 바디랑 렌즈 다 합쳐 중고로 40만원 수준의 장비만 갖고 촬영해왔고 늘 장비빨에 기대지 않으려 하며 오히려 좀 냉소적인 마인드로 비싼 장비 가진 사람들보다 저렴한 장비로 더 사진을 잘 찍고 싶은 마음이 있었드랬죠.
(본격적으로 돈 벌기 시작하면서 끝판왕급들 막 지른건 안비밀..ㅠ)
아무튼 .. 그래서 렌즈의 차이에 따라 사진 결과가 얼마나 크게 다를지 잘 몰랐어요. 그런 부분 보단 어떤 생각과 어떤 내용을 얼마나 유니크하게 잘 담을까를 고민해왔죠.
요새 나오는 비싼 렌즈들끼리 비교해보면야 사실 거기서 거기 아닐까 싶기도 한데 (물론 수치적으로는 차이가 있겠지만요)
좀 예전의 저가 렌즈와 비교적 최신에 나온 렌즈를 캐논 1v에 물려서 찍었던 사진을 비교해보며 보니
생각보다 차이가 크더라구요. 정량적인게 아니라 정성적으로 느끼기에도 말이죠.
전 특히 선명도에서 그걸 많이 느꼈어요.
135 급에선 태생적 한계로 근거리 피사체를 조리개 열고 찍을 경우엔 선명도에 있어서 큰 차이 못느낄 수 있지만, 원경의 피사체를 조리개 조이고 찍을 때엔 선명도 차이가 확 드러나더라구요.
그 중에서도 가장 심한 피사체가 나뭇잎들.
제 아무리 좋은 렌즈를 껴도 135에서 원경의 나무에 달린 나뭇잎들은 그냥 뭉쳐서 어찌보면 유화처럼 아니면 두꺼운 크레파스로 그린 듯한 느낌이 날테지만
그럼에도 저가 렌즈보단 성능 좋은 렌즈를 끼고 찍은 사진들이 훨씬 선명하더라구요.
(물론 그 나뭇잎들에 빛이 얼마나 주어지고 있는지 측광은 어찌했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지겠지만 한 장만의 사진이 아니라 여러 장을 비교해볼 때 같은 사람인 제가 찍은 걸 봐도 전반적으로 성능 좋은 렌즈끼고 촬영했을 때 훨 선명하더라구요)
제가 비교한 사진의 경우 같은 현상소에서 현상스캔 한 거인데 말이죠.
비교대상 렌즈는
sigma 20mm f1.8
canon 16-35mm f4
였어요.
원래 쨍한 사진에 전혀 목메진 않는데
몽환적인 혹은 유화같은 분위기가 필요한 것도 아님에도 원경이 너무 심하게 뭉쳐버리면 의도하고자 하는 바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기에 그런 면에선 그래도 좋은 렌즈가 좋긴 하더라구요.
여담으로 재미난 것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느낌일 뿐이지만.
같은 브랜드의 필름(Ektar100)에 같은 현상스캔을 하더라도
135와 중형 간에 색감에 있어서 차이가 느껴지는데.
그것 역시 렌즈의 차이에 의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글을 적으며 생각난 것인데 색감에 있어서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 중
노이즈의 많고 적음에 의해 색감이 좀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렌즈의 영향도 생각보단 참 큰 것 같아요.
사진에 관한 ‘지식적인 부분’이 미천한지라 그저 제 개인적인 느낌만 적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