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글은 이제 마흔에 접어든 한 아재가 혼자 중얼거리는 잡담이며,
그 아재로 말할 것 같으면 레이트 어답터에 옛것을 주로 좋아하는 터라
자칫 요즘 젊은 분들이나 신기술이 최고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보시기엔
다소 불편할 수도 있으나 그것은 결코 글쓴이의 의도가 아니고
순전히 그 분들의 기분 탓임을 말씀드립니다. ㅋ
사진생활은 1993년에 야시카의 GSN25으로 시작했지만
진정한 사진생활은 처음 SLR을 쓰기 시작한 2005년으로 기억합니다.
'오래된 카메라를 들고 떠나라!'라는 제목의 책을 읽고
'라이카와 콘탁스의 RF 시장을 단숨에 SLR로 바꾼 명품이자
니콘 최고의 기계식 카메라(F3 따윈 개나 줘버려)'라는
저자의 사탕발림에 넘어가 이곳 SLR클럽에서 F2AS를 중고로 구입했더랬죠..
여기저기 황동이 다 드러나보이는 낡은 카메라를 MF 50.4와 함께
당시 55만원인가에 샀던 것 같네요.
그때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직딩 새내기에게 결코 작은 돈이 아니였습니다.
그 오래된 카메라로 정말 4년 정도 너무너무 즐거운 사진 생활을 했습니다..
필름 뚜껑을 열때의 그 알싸한 냄새와 한롤 한롤 정성껏 감고
한 컷 누를때마다 숨 죽이며 찍고 현상을 맡기고 기다릴때의 그 기대감 등..
그 와중에 장비사이트인 이곳에서(당시엔 이미 시장이 DSLR로 넘어가던 초기였음)
뒤늦게 MF 24/2.8과 MF 180/2.8과 같은 당시로서는 너무도 훌륭한 렌즈들을 영접하고
광각과 망원의 렌즈에 한쪽 발씩 걸치며 사진생활이 더 풍만해졌습니다.
그러다 2007년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선물해주신거나 마찬가지인
생애 최초의 DSLR인 D200을 쓰게 되고,
당시에 거금 120만원인가를 들여 AF-S 17-35/2.8 원렌즈 하나로
회사 쉬는 날이면, 물 좋고 산 좋다는 팔도강산을 찾아 혼자 휘젓고 돌아다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미친게지요.. ㅎ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라이카에 입문하여 다 정리하고
M3에 오래된 DR 렌즈나 엘마릿 들을 구해서 스냅에 푹 빠져
친구나 가족들, 거리의 사람들 얼굴을 주로 찍고 다녔습니다.
이후 2009년인가 10년에 니콘 최초의 FF가 나왔단 소문에 D3로 옮긴 후
2014년에 무게 때문에 다시 소니 미러리스로 옮긴지 3년 정도 됐네요.
하지만 이후에도 여기를 종종 기웃거립니다.
요즘은 4천만화소에 무슨 eye af니 심지어 사진기에 동영상도 되지만
카메라의 기능이 아무리 좋아져도 그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진가의 사진이
덩달아 좋아지는 것이 아님을 자주 느끼는 요즘입니다.
매우 잡설이 길었지만 제가 니콘동을 좋아하는 이유와도 닮아 있습니다.
(이하 편의상 편한 말투로)
일단 이곳에 오면 오래된 장비 쓰는 분들이 많음.
주로 돈이 없다고 웃으며 변명하지만, 아무리 좋은 신제품이 나와도 손에 익은 내꺼가 더 좋다는 태도임.
가끔 소니 A9로 eye af 얘기나오면 반대급부로 mf 렌즈로 날아가는 새 눈동자 칼핀 맞춘 사진도 올라옴 ㅋ
은근히 본인 사진에 대한 자부심도 높음. D1X로 요즘 4천만 화소로 찍은 사진보다 멋진 사진도 종종 구경 가능.
뭔가 꼰대 이미지 같을 수 있는데 장터 거래시 만나보면 실제로는 털털하고 무엇보다 타인도 깊게 존중함.
뭔가 외골수 적이지만 자기만의 세계가 깊고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는 방법에 쉽사리 타협하지 않지만
그러다 또 타인의 경험이나 의견이 좋아보이면 쉽게 수용하는 분들도 많음.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으나 SLR 장터거래 11년차, 그동안 만나본 대략 50여명 기준 환산시)
아무래도 필카때부터 쓴 분들이 많다보니 연령대가 좀 있음.
(개인적으로 한 살이라도 어린 친구들보단 연상자가 얘기가 잘 통함, 개인적 취향임)
거래하려 만났다가 필카 얘기나 옛날 장비 관련된 꿍짝 잘맞는 얘기 나오면 서서 한시간 넘게 얘기도 가능
(실제로 어떤 분은 mf 24/2.8 달랑 하나 장터 거래하려 만났다가 카페 이동해서 두 시간 넘게 얘기함-_-)
암튼 뭐랄까, 사람 사는 냄새가 아직 남아 있는 느낌이랄까요..
라이카나 필름동 하고도 좀 다른것 같고요.
제 아무리 기술이 좋아져도
사진은 결국 빛과 피사체를 대하는 작업인데
최신 기종이 범람하는 현재까지도 옛것을 고수하시는 니콘동민들께는
뭔가 쉽사리 타협하지 않고 본인만의 길을 걷는 모습이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다시 서브로나마 오래된 니콘 바디를 하나 들일까 합니다..
현재 A7s 사용중인데 아무리 결과물이 좋아도 사진의 3대 즐거움
(1. 촬영전 준비 과정의 즐거움 2. 찍는 순간의 즐거움 3. 찍고 나서 결과물 확인시 즐거움) 중
2번째 즐거움이 너무 적네요..
요즘 기종에 비해 아무리 화질이 떨어지고 기계성능도 떨어져도
최소한 필름바디 보단 좋을 것 같네요.
자....
D2h나 D2x 갖고 있으신 분들 파셔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s. 기승전'D2내게파시오'
https://cohabe.com/sisa/487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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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 ㄷㄷㄷㄷ
제가 오래전부터 흠모(?)하던 작침님 첫 댓글 감사합니다 ㅎ
ㄷㄷㄷㄷ흥미로운 자소서같은 글 넘 잘읽었습니다.^^
얼른 니콘카메라 다시 영입하셔서 좋은 사진 많이 올려주세요~ ~^^
그래도 이왕이면 플프 D3가 괜찮지 않을까요?^^
소니 다 정리하고 다시 D3 넘어갈까 하다가.. 무게가 걸리더라고요..
소싯적엔 D3에 200vr에 SB900 끼고 하루종일 다녔는데
이젠 틈틈히 복싱하고 운동하는데도 체감상 D700도 무거워서.. -_-;
메인으로 플래그쉽은 무겁고 걍 서브로..
예전에 남대문 근처 카페에서 카메라 중고거래하는 아재 둘 봤는데 거래는 금방 끝나고 카메라 얘기로 바쁘시더라는..^^
그 둘 중 한명이 저였을지도 ㄷㄷㄷㄷㄷㄷ
말씀이 아니 글이 잠 구수~~하고 좋습니다.
저는 카메라와 그에 얽힌 사람들의 성격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니콘동의 속성(?)을 까실 때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끄덕 하게 되네요 ^^
사실 니콘쓰시던 분들 미러리스로 많이 옮기시기도 하고..
저도 한동안 SLR클럽도 잘 안 들어오다가 작년부터 다시 기웃거리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예전 과는 좀 다른것 같네요, 여시인가 무슨 사태도 있었다하고..
그래도 종종 니콘동은 위에 쓴것 같은 느낌의 분들을 많이 만나다보니..
오래된 디지털바디는 영입하실 때 주의하세요.
부품도 없거니와...예전에 사용하시던 감성이 끌어오르긴 힘들겁니다..-_T
그러려고 나온게 DF 인데 DF mk2 언제 나오는지..ㅋ
2014년에 D2h 잠시 들였는데, CL->CH 다이얼 돌릴때 뻑뻑해서
센타 가보니 안에 끈적한게 들어가서 굳은것 같다고 상판 뜯고 닦교 교체해야 된다는데,
장터에서 20만원에 산 바디에 비해 센터 교체 작업비용이 15만원이던가라 하더군요 -0-;
이제 40이면 아재는 커녕 한참 청춘이네요.^^
사진에 대한 생각이 참 비슷합니다.
좋은 취미 오래 즐겁게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