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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영화 1987을 보고 온 10학번의 후기

 

 저는 91년생 10학번입니다. 사정이 있어서 입학은 12학번으로 했지만 여기서 학번은 나이니까 그렇게 적겠습니다. 불펜의 평균연령에 비하면 새파랗게 어린나이일 것이고 이제 막 사회의 첫걸음에 서서 개인적으로는 올해 처음 법원도 가보고 이런 저런 일을 겪고있는 평범한 청년입니다. 기억하는 첫 대통령이 김영삼 대통령입니다.



 저희 세대는 민주주의를 글과 사진으로 배웠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다행히도 훌륭한 두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민주주의와 그것을 얻기위해 흘린 피와 눈물을 잘 교육 받았습니다. 물론 광주사람이기 때문에 5.18에 대해서도 너무나 잘 보고 배웠습니다. 잔혹했던 그 시대를 겪지는 않았지만 그 시대에 관한 글과 영상을 보며 눈물 흘렸고, 분노했습니다. 마냥 어린 나이이던 10대에는 나도 저때 태어났으면 저 길거리에 서서 소리쳤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20대 후반이 된 지금은 과연 저기 서 있을 용기가 내게는 있을까 라고 되묻고 있기도 합니다. 이제는 화려한휴가, 택시운전사, 1987 등등... 관련된 영화를 보면 괜히 우울해집니다... 내가 겪은 일도 아닌데 말이에요... 그냥 그 시대가 너무 안타깝고 피흘려간 그 분들의 심정이 어땠을지 생각이나서 지금도 가슴이 답답합니다.  최다추천에 올라간 ㅂㄹㅌ님 글을 보니 정말 가슴이 아프고, 울컥하게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게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은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던 그 때는 제게 투표권이 없었는데, 박근혜 당시에는 있었거든요. 저는 생애 첫 대선 투표를 하면서도 이건 있을수 없는 일이라고 몇번이나 생각했어요. 투표용지에 적혀있는 그 박근혜 세 글자가 너무나 상식 밖의 일이라서 화도 안났습니다. 너무 어이가없어서요.. 저는 제가 알고있는 그 시대의 경험 상 이건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일이 일어난 거라고 생각했고, 개표방송을 보며 절망했습니다... 솔직히 그땐 기성세대 욕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수준이 이정도구나 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2016년의 저는 서울시청 앞에 섰었습니다. 감히 70~80년대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앞장섰던 그 분들에게 비할수는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고 평화적인 시위였지만, 그래도 그분들의 기분을 느낄 수는 있었습니다. 옳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고 이야기 하기 위해 모인 끝도 없이 이어지는 사람들과 누구 손에나 들려있는 촛불. 울려퍼지는 노래와 그걸 촬영하는 기자들...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눈물이 나더라구요ㅠㅠ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합니다. 수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촛불시위에 갔던 이야기, 그리고 제가 배웠던 민주주의에 대해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줄때가 있습니다. 몇몇 학부모들은 수업시간에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다며 전화를 걸기도 하는데요, 저는 앞으로도 아주 가끔은 이런이야기들을 아이들에게 들려줄 겁니다. 다시는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절대 잊어서도 안되는 일이니까요..





댓글
  • 후회노노 2017/12/28 02:37

    그나이 또래에 정말 다양한 정치 성향을 가진 분들이 많은데 훌륭하시네요 영화보고 느낌이 다르셨을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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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윈디 2017/12/28 02:38

    후회노노// 그냥 되게 슬픕니다ㅠ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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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디리카 2017/12/28 02:41

    현재의 정치가 아닌 나라의 구도가 잡힌 역사를 직시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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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인트찰스 2017/12/28 07:36

    원글 같은 후세대가 있어 든든합니다. 그래도 세상 변하고 있긴 해요. 물론 아직은 갈 길이 멀죠. 뚜벅뚜벅 같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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