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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이올린 청와대 청원글 보셨나요? - 초등교실을 활용한 공공보육시설

생각외로 육아게에는 이 글이 안올라온것 같아 올립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64176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청와대에 직접 청원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는 직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며, 이름은 유시민입니다. 최근에는 부업 삼아 방송 일도 조금 합니다. 저는 초등학교의 여유 공간을 활용해 국공립 보육시설을 확충하는 정책 시행을 청원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자녀 양육을 거의 다 마쳤습니다. 막내가 새해 고3이 되니까요. 그렇지만 저희 부부가 큰아이를 백일 무렵부터 앞집 아주머니에게 맡기고 일하러 다녔던 때를, 둘째를 역시 백일 때부터 아파트 단지 안의 가정보육시설에 맡겼던 때를 잊지는 않았습니다. 그때는 보육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거의 전무했던 시절입니다. 자녀 보육 때문에 고민하는 젊은 부모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역대 정부는 다양한 저출산 대책을 시행해 왔습니다. 저출산은 다양한 사회적 개별적 원인이 복합 작용해 생긴 현상이어서 한두 가지 대책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은 상식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젊은 부모들이 마음 놓고 필요한 시간만큼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을 찾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모두를 이 사실을 알기 때문에 출산을 더욱 망설이게 되는 것이지요. 
언론보도를 보니 2017년 출생아 수가 40만 명 아래로 떨어질 게 확실합니다. 합계출산율이 세계최저(1.08)를 기록하면서 출생아 수가 처음으로 50만 명에 미달했던 2002년 이후 15년 동안 또 10만 명이 감소한 겁니다. 금년 출생아 수는 36만여 명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출생아 수 감소는 초등학생 수 감소로 이어지고, 학생 수 감소는 곧 초등학교에 여유 공간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출산 쇼크가 처음 덮쳤던 2002년도 초등학생 수는 약 414만 명이었는데, 2017년은 267만 명을 조금 넘습니다. 15년 동안 150만 명 가깝게 줄어든 것이지요. 초등교원 수는 같은 기간 약 147,500 명에서 187,400명으로 늘었습니다. 그 결과 학급당 학생 수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빈 교실은 특별활동 공간이 되었습니다. 합계출산율이 다소 높아진다고 해도 출산할 수 있는 여성의 수가 계속 줄어들기 때문에 출생아 수 감소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초등학생 수도 그에 따라 계속 감소할 것이며 초등학교의 여유 공간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취학 전 영유아를 가진 젊은 부모들은 공공보육시설 확충을 간절하게 바랍니다. 그런데 늘어난 국가부채와 낮아진 경제성장률로 인해 재정 여력이 소진된 탓에 정부는 짧은 시간에 공공보육시설을 많이 짓기가 어렵습니다. 부지를 마련하고 건물을 지으려면 많은 돈과 시간이 듭니다. 저는 학생 수 감소에 따라 생기는 초등학교의 여유 공간 일부를, 다시 말해서 지금 특활공간으로만 사용하고 있는 교실의 일부를 공공보육시설로 활용할 것을 청원합니다. 
초등학교는 다른 어떤 시설보다 환경이 쾌적합니다. 젊은 부모들이 사는 모든 동네에 다 있습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곳입니다. 출입구와 동선을 잘 조정하기만 하면 초등학생들 교육에 특별한 지장이 생기지 않습니다. 국가의 시설투자비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공공보육시설이 늘어나면 보육 종사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여성들의 경제활동을 북돋우는 효과가 납니다. 초등학교 교실을 이용해서 만든 보육시설이 더러 있습니다. 종사자와 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들었습니다. 한 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정부 안팎에 예전부터 제법 알려져 있는 정책 아이디어입니다. 만약 교육과 보육을 모두 하나의 정부부처가 관장했다면 이미 실현되어 있을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교육은 교육부가, 보육은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가 관할한 탓에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한 부처가 하든 여러 부처가 하든 원하는 보육서비스를 받을 수만 있으면 됩니다. 이 일이 이루어지게 하려면 청와대와 총리실이 강력한 조정 통합 기능을 발휘해야 합니다. 관련 부처끼리 협의하라고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수도 없이 찾아낼 겁니다. 그래서 청와대에 청원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개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이 정책 아이디어를 청와대나 총리실에 건넬 수도 있습니다. 자랑은 아닙니다만, 저는 대통령도 알고 국무총리도 압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참모들도 많이 압니다. 그러나 잠깐 동안이었지만 중앙정부의 행정을 해본 경험에 비추어 생각해 보니, 그보다는 공개 청원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부처가 합의하고 협력해야 하는 일은 한 부처 혼자 할 수 있는 일에 비해 진척이 더디기 마련이어서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합니다. 초등학교 교실을 활용해 공공보육시설을 확충하는 정책이 바로 그런 경우인 것이지요. 
저는 문재인 정부가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절실하게 느끼는 소망을 실현해 주는 일에 우선적인 관심을 가지고 열정을 쏟고 있다고 느낍니다. 앞으로 더 힘을 내서 그런 일을 해주기를 바라며 마음의 응원을 보냅니다. 실현해 주든 그렇지 못하든, 대통령과 참모들이 국민들의 소망과 요구를 들으려고 노력하는 점에 대해서도 크게 감사드립니다. 
2017년 12월 12일 
청원인 유시민

댓글
  • 그럴수도있재 2017/12/13 12:52

    저 여기에 대해서 미국의 비슷한 사례를 시게에다 썼는데, 묻힌거 같네요.   http://todayhumor.com/?sisa_1001912
    저희 지역 공립 초등학교는 프리스쿨 운영하거든요.  처음에는 몇몇 공립초등학교에서 시범적으로 시작했는데, 워낙 원하는 학부모가 많아서 지금은 거의 모든 공립초등학교에서 해요.  사립어린이집 보내면 한달에 천불정도인데, 공립이니까 공짜이고 수업/보육의 질도 훨씬 좋고요.  학교에 남는 교실을 프리스쿨 반으로 배정해서 운영해요.  공립프리스쿨을 따로 만들면 엄청 비용이 들겠지만, 이렇게 하니까 교육청은 교사 월급만 확보하면 되니까 재정확보가 쉬워서 프로그램을 전 교육구로 금방 확산시킬 수 있었던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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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들의황혼 2017/12/13 14:40

    개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이 정책 아이디어를 청와대나 총리실에 건넬 수도 있습니다. 자랑은 아닙니다만, 저는 대통령도 알고 국무총리도 압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참모들도 많이 압니다.
    이 부분 자소서인가요? ㅎㅎ
    좋은 아이디어네요
    전직 보복부 장관이었던만큼 실행에 관한 실제적 검증은 스스로 어느 정도 끝냈으리라고 생각되고
    정부와 각 부처에서 의지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실행 가능할 것이라고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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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모작 2017/12/13 15:04

    근데 이거 이미한다고한거 아니였나요?? 초등학교 남는 교실을 활용해서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릴거라고 했던걸 얼마전에 봤던거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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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람쥐또비 2017/12/13 16:10

    좋은 정책이네요
    조금 다른얘기인데.. 제가 사는 지역은
    초등 저학년이 한반에 40명에 육박하고
    음악실 과학실 돌봄교실 등등을  없애고 교실로 쓰는데도
    수용이 안되어서 겨울방학때 2차 증축 시작한대요ㅠ
    교실이 비어가는 곳도 있고
    과밀로 운동회를 학년별로해야하는곳도 있고..
    다들 근무지 근처에서 지내야하니..
    학령기아동의 지역쏠림이 심한것 같아요..
    우리동네 어린이집 유치원에 자리가없어
    고가의 놀이학교를 보내는경우도 있고..
    집바로앞에 중학교가있는데 과밀로 버스타고 다녀야하기도하고..
    지역별 특성에따른 정책도 필요한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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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터맛김치 2017/12/13 16:20

    와...잘가다듬으면 굉장히 좋은정책이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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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니랑민아링 2017/12/13 18:49

    엥 이거 완전 입사지원서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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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知己 2017/12/13 18:54

    유시민님 청원에 대한 또다른 청원 글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64428
    "
    산 채로 잡아들여서, 죽을 때까지 퇴직을 윤허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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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고기고추장 2017/12/13 19:04

    글이 긴데도 정말 술술 읽히네요.
    심지어 초반에 이미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 들어내어 뒷 부분은 추가 보충내용 정도에 불과함에도,
    글이 하도 쉽게 읽히니 휘리릭 읽혀버리네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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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울한물탱이 2017/12/13 19:15

    문제는 교실 남아도는 곳은 유치원도 널널하죠 .........굳이 병설 안보내도 된다는거죠
    반대로 학생수 많은 곳은 어린이도 많아서 힘들죠.......
    솔직히 저 정책은 그렇게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
    그리고 보육과 교육은 달라서 학교 시설 개보수 해야 되고 놀이터도 단독으로 만들어야되고 ....현실성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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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periorist 2017/12/13 19:23

    정말 좋은 생각이지만 여러 정부에서 학교를 봉으로 보고 상명하달식, 즉 '까라면 까'식의 정책실시를 해왔던 적이 많았기에 걱정이 앞서네요.
    과거에 정부는 방과후학교나 돌봄교실 정책 도입 과정에서 교육현장에 어떤 설명도 협의도 없이 돈만 쥐어준 후 서비스를 만들어 내라고 하였습니다. 관련된 행정, 시설, 인력, 안전 등 모든 업무가 교사들의 책임이 되었구요.
    현재에도 두 업무는 학교 현장에서 가장 기피하는 업무입니다. 이 업무를 맡으면 정상적인 수업 운영이 불가한 수준이예요. 야근은 기본이라 칼퇴하는 날이 손에 꼽습니다. 당연히 수업준비는 뒷전이 되지요.
    일하기 싫다는 말이 아니라, 이 정책을 방과후학교나 돌봄교실처럼 졸속으로 도입하게 된다면 교사 본연의 업무인 교육에 지장을 주고 결국엔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말입니다.
    앞서 언급한 두 개의 업무 중 하나를 맡고 있는데 밥먹듯이 야근해도 일이 끝나지 않아서 점심 거르고 일하기도 하구요, 업무때문에 수업을 내실있게 하지 못해서 스스로 자괴감이 들때도 많네요.
    교육 현장에서는 이러한 우려도 있음을 알아주십사 하고 댓글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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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겁쟁이 2017/12/13 19:31

    간혹 이력서에 친구 적는거 있잖습니까
    친구이름, 직업, 전화번호 적는거 ㅋㅋ
    이름/ 문재인/ 직업/ 대통령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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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37 2017/12/13 19:38

    아주 좋은 제안이니 청원인이 정부에 들어오셔서 직접 이일을 이끄시는게 어떠신지라고 문대통령이 딜을 넣으면 어쩌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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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우가좋아 2017/12/13 19:45

    것도 좋지만 좀 교실당 애들 숫자 좀 줄이면 안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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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를_기울이면 2017/12/13 19:48

    하.... 그렇게 쓰면 이상적으로는 좋긴한데... 그러면 정말 일 복잡해진다는사실.... ㅠㅠ 왜 우리나라는 교육과 보육을 두 부처로 분할해서..
    이젠 진짜 보육교육 어느정도 통합하고 늦은 돌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하는데.. 제발 교육, 보육 전문가들과 협의된 대책이 실현되면 좋겠으요...
    우리나라는 교육vs보육으로 어디 한쪽 입김 쎈  곳의 말만 듣는 경향이 있어서 너무 짱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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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빛이꿈꾸는 2017/12/13 19:53

    위에 슈페리어님 의견에 더하여.. 있던 특별실도 없어지거나 특별실이 될 수 있는 교실도 없어질거에 교실당 학생수 증가될 상황도 생각나네요. 정책이 나오면 성과가 있어야하고 위에선 없던 교실도 있게 만들어야 하니까요.
    아무 의견조차 내놓을 수 없던 독재정부에 비해서는 낫다 생각되나 사회적으로 논의를 거치고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초등학교에 보육시설 설치에 대해서는 학교사용자인 학생 학부모의 과반이상 찬성 등의 안전장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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