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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기꾼의 변론

자 천사가 있다. 봐봐

천사가 있어요
천사들이 거짓말을 해, 안해?
안하지?
그래 천사들은 거짓말을 안해요.

근데 막 지금까지 인생을 암울하게 살아온 사람이 있었어
이 인간이 막 걸어가다가 천사를 딱 마주친거야

그래서 그 사람이 물었다구
제 미래는 어찌 되는 건가요?

근데 있잖아 천사는 거짓말을 못 한다구요
그래서 있는 그대로 다 이야기해줬어

너네 집은 빚더미에 나앉고 결국 망하고 나서
당신은 병을 얻게 되고 
니 병원비 내려고 니 아내가 뼈빠지게 일하다가 사고나서 죽어버리구
너도 병이 악화되서 뒤질거랬지.

그래서 그 사람이 절망감에 빠졌어, 응?

근데 거짓말만 하는 악마가 딱 나타났네.
악마가 창을 들이대면서 낄낄거려 막
그래서 거짓말을 막 해요

천사의 말을 믿지 말거라.
너는 나중에 우연한 기회로 빚을 해결하게 되고
니 아내도 열심히 일 하다가 나중에 그 가게를 인수받은 다음에
네가 얻을 그 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거라고 했어요

거짓말이잖아?
근데 이 남자가 거기서 희망을 본 것이여.
그래서 막 노력해서 결국 진짜 성공을 하고
악마가 말했던 것처럼 됐어.

근데 있잖아.
그 사람 눈에는 누가 천사고 누가 악마로 보일까?

아니 말을 끊지 마시구요, 일 하기 싫으신가.

저 사람들한테 나는 천사라니까?
비록 거짓말이었지만 그 사람들한테 희망을 보여준 거라구

아니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속은 사람이 잘못 아닌가?
그러게 다 꼼꼼하게 따져 봤어야지.

난 분명 희망을 보여줬어
내가 보여 준 희망을 놓친 사람들이 뒈져버린 거 아닙니까, 예?
그리구 몇몇은 진짜로 성공했다고?

자 이제 당신이 말해봐요
내가 천사야 악마야?
댓글
  • 아재보면짖는개 2016/12/16 02:18

    좋다. 너무 좋다.
    이런 발상 너무 좋다.
    선이 선을 보여주는것인가 악을 보여주는것인가
    받아 들이는 사람은 악으로 받아들인것인가 선으로 받아들인것인가
    그렇다면 선은 무엇이고 악은 무엇인가
    결론은 추천

    (IQDZgu)

  • 죠르노_죠바나 2016/12/16 15:29

    그리고 결말은 깜빵...

    (IQDZgu)

  • Baren 2016/12/16 16:35

    크! 이런거 좋네요
    우리가 평소에 인식하고 있는 선과 악이
    과연 어떤 경우에서도 선과 악인지
    그 선과 악을 재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나에게 선이라고 남에게도 선이고
    나에게 악이라고 남에게도 악인지

    (IQDZgu)

  • 똥한바가지 2016/12/16 16:35

    어차피 미래가 변하는거라면 천사가 알려준 것도 진실은 아니네

    (IQDZgu)

  • 토르놀아요 2016/12/16 16:39

    결국은 사기꾼의 헛소리
    정해진 운명이었다면 악마의 입바른 거짓말에 얻은 희망과 노력에도 실패해서 더 큰 절망을 얻을것이고
    정해진 운명이 아니라면 천사가 저 말만하고 끝나지 않았겠죠.
    개인적으로 이글의 포인트는 선악의 관점문제보다는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기꾼의 언변에서 나오는 무서움같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읽고 제목을 다시보니 소름돋네요

    (IQDZgu)

  • 하늘빛푸른 2016/12/16 18:37

    플롯부터 필력까지 너무 훌륭하다.
    눈에 사기꾼이 변론 펼치는게 보이는 느낌임

    (IQDZgu)

  • 복날은간다 2016/12/16 23:33

    와우...두 번 보러 왔어요;

    (IQDZgu)

  • 루나틱프릭 2016/12/17 00:34

    + 저 말투는 제 군생활 시절 행보관의 말투를 인용했습니다.

    (IQDZ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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