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오프로 현대 미국 배경의
크투가 강림을 막는 시나리오를 하기로 함.
시작부터 시나리오의 스포일러를 말하자면
불을 꺼야 하는 소방관들이 오히려 불을 지르고 다니는 걸 플레이어들이 얼마나 빨리 눈치를 채는지가 시나리오 공략의 열쇠임.
그래서 플레이어들이 이런 정보를 쉽게 얻었으면 해서
외모 수치가 가장 높은 PC가 [외모 판정]에 성공하면
방화 소방관 A가 PC를 자신의 이상형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PC를 자신의 손으로 불태워 죽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라고 설정을 한 NPC를 등장시켰음.
그런데, PC 중에서 외모가 가장 높은 것이 남성 캐릭터였고 외모 판정까지 성공해서
방화 소방관 A는 그 남성 PC의 매력에 빠지게 됨.
그 뒤에도 A는 남성 PC가 일하는 직장에 찾아와서
(내가 당신을 죽이기 좋은 장소를 발견했으니) 같이 놀러 가자고 한다거나
(내가 당신을 죽이기 전에 다른 곳에서 불타서 죽으면 안 되니까) 몸조심하라고 투척용 소화기를 준다거나
정말 남자끼리만 아니었다면 꽤 좋은 분위기가 연출되었음.
물론 그 남성 PC의 얼굴은 시시각각으로 썩어들어가더라.
그리고 여차저차 PC들은 사건의 진상을 알아채고
크투가 강림 의식을 펼치는 빌딩의 옥상까지 올라가야 하는 마지막 구간까지 왔는데
PC 3명 중에서 2명이 광기 상태에 빠지게 됨. 젠장.
빌딩에는 신화생물과 방화 소방관들이 의식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
위층으로 올라가는 구간을 지키고 있었는데
광기 상태에 빠진 PC를 보내면 십중팔구 사망하겠지.
그런데 PL들은 어서 빨리 의식을 막아야 한다면서
광기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올라간다고 함.
그래서 첫 번째 장애물인 방화 소방관 A와 만나게 됨.
당연히 A는 남성 PC에게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내 손으로 직업 불태워 죽이고 싶었다"
"당신의 얼굴이 불로 일그러지고,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는 것을 듣고 싶었다"
"그런데 당신이 이곳에 스스로 왔다는 것은, 역시 우리는 운명으로 이어졌으며"
"당신은 나에게 죽고 싶었군요!"
대충 이런 식으로 COC특유의 이성 0의 미친 광기 RP를 함.
방화 소방관 A는 방화복과 도끼를 들고 있어서
평범한 PC 3명하고 싸워도 상당히 전투에 애를 먹는 구간이었는데
광기에 빠져서 전투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PC 2명과 함께 어떻게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까?
여차하면 그냥 방화 소방관 A가 스스로를 크투가에게 봉양한다고 하면서 분신 자살을 시킬까?
겉으로는 플레이어들에게 싱글벙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마음 속으로는 두뇌 풀가동하고 있었지.
COC가 이런 게임이고 장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플레이어들이 클리어를 해줬으면 하는 것이 마스터의 마음이니까.
그 남성 PC의 PL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런 선언을 하더라
"저는 눈앞의 A에게 지금 당장 길을 비키지 않으면
이 빌딩에서 뛰어내리겠다고 창문 열고 협박합니다"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무슨 개소리냐고 하겠지만
이성 0의 미친 방화 소방관에게
나에게 죽어야 하는 사람이 나 말고 다른 방법으로 죽는다고?
.
..
...
이건 좀 맛있는 상황인데?
여기서 추가로
"제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으로 판정을 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거임!
나는 판정을 허가했고, 결과는 매우 어려움 성공!
그 남성 PC의 협박에 방화 소방관 A는 결국 남성 PC를 죽이는 것을 포기했어.
대신, 자신이 입고 있는 방화복을 벗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도끼를 그 남성 PC에게 준 다음
자신의 목을 그 PC를 향해 내밀었지.
그 다음은 굳이 묘사하지 않을게.
PC들은 A가 준 투척 소화기와 방화복을 이용해서 신화생물을 쓰러트리고
상처 투성이가 된 상태로 드디어 크투가 강림 의식이 이루어지고 있던 빌딩 옥상에 도착을 했어.
그리고 최종 전투가 시작되었고
광기와 불, 그리고 피로 얼룩진 싸움이 펼쳐졌어.
PC도 쓰러지고, 방화 소방관들도 쓰러지고
진흙탕 싸움의 마지막 종지부를 찍은 것은 방화 소방관 A가 그 남성 PC에게 준 도끼가
의식을 진행하던 대사제의 가슴팍에 명중한 것으로
강림 의식 진행을 중단되었어.
(도끼를 자기 몸으로 막으려고 하던 사제 2명을 피해갔다는 것은 덤)
순애를 이용해서 재치 있게 협박을 한 PC의 기억도 떠오르고
A가 그 남자 PC를 죽이기 위해서 든 도끼는
그 남자 PC를 살렸다는 아이러니함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서 한번 올려봄.
역시 순애?는 세상을 구한다
6추를 주었다. 베스트로 가거라
추탭갈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