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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서른이 넘도록 면허증이 없다

스무살 때의 기억이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도중
정체되어 있는 반대편 차량 틈새를 지나다가 바로 옆에서 소형차 한대가 나를 들이받았다.
당시의 기억은
내가 건너편 상가의 모습을 약 2.5회전 가량 느릿한 모션으로 지켜보았고
그 뒤 차량 앞 유리창(윈드쉴드)에 얼굴 우측을 부딪히면서 운전자와 아이컨택트를 했다.
그 당시 운전자의 확장된 동공과 깜짝 놀란 표정. 11년째지만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횡단보도에서 치였고
본넷에 어깨가 부딪힌 후 아스팔트를 바라보며 고개를 뒤로 젖히고 쇄골부터 떨어졌다.
그 후 낮은 포복으로 보도블록을 올라와 112와 119에 전화 후 응급차를 타고 병원을 갔다.
후유증이 크지 않았고 약 1달을 입원했었다.
후유증이라는게 정말 나중에 오더라. 첨엔 별거 아니었는데 누운 상태에서 고개를 들어올리질 못하겠더라.
치료는 잘 끝났지만 지금도 운전대를 바라보면 당시의 눈맞춤이 생각난다.
남들이 그 나이 먹도록 면허증도 없냐고 물어보면 그 기억이 난다.

댓글
  • 순간의꽃 2017/11/25 12:11

    힘내세요! '나는 이제 운전면혀증이 있다'라는 글로 다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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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세하 2017/11/25 12:12

    차는 안사더라도 운전면허증은 따세요. 면허로 먹고 살수 있는 직업도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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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징어젓갈 2017/11/25 13:29

    이해가 갑니다. 저는 길가다가 차가 오토바이를 치는 사고를 목격하고 한달넘게 골목길 같은데서 차가 옆에 오면 깜짝 깜짝 놀랬어요.
    지금도 가끔 그러고, 그래서 횡단보도나 막무가내 우회전 하는 차들 보면 욕많이 합니다.
    내가 당한 사고도 아니고 남이 당한 사고를 목격해도 트라우마가 큰데 직접 겪으면 얼마나 할까 상상도 안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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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씬 2017/11/25 14:26

    저는 어릴때 자전거 타다 갑자기 튀어나온 차에 치인 다음부터는 자전거에 오르면 발을 못구릅니다.... 그 한번의 사고가 자전거에만 오르면 제가 벌벌떨게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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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깽이나연 2017/11/25 14:27

    작성자님이 저도 이해돼요. 예전에 횡단보도 건너다가 교통사고 난 이후로 한동안 횡단보도 건널때 가슴이 벌렁벌렁거리고, 차가 가까이 올때면 그 자리에 다리가 굳어버리곤했어요. 또, 한국에서 주행시험보다가 사고날뻔했었는데, 그 때 이후로 한동안 운전 배울 엄두가 나지 않더라구요. 주변에 다른 차가 올때면 머리가 새하얘졌었거든요. 그래도 저의 경우에는 8년이란 시간이 약이 되었는지, 제 나이 29에야 면허를 딸 수 있었어요.
    작성자님의 트라우마는 저의 경우보다 훨씬 심한 것 같아 극복하기 쉽진 않으시겠지만, 힘내셔서 극복하실 수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면허증 없고, 운전 못하면 뭐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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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림시어터 2017/11/25 15:37

    저와는 다른 경우지만..전 34살 먹도록 면허 생각이 전혀 없었는대 주변에서 하도 뭐라고 하면 없어도 난 잘산다 면허 없으면 뭐 어떠냐 이런식으로 자기 합리화 하고는 했는데 35살 되던 6월에 어찌어찌 따게 되긴했지만...지금 생각해도 그생각은 변함 없어요 면허 없으면 생활이 조금 불편할뿐 큰 지장은 없죠 스마트폰쓰다 폴더폰쓰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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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ymar 2017/11/25 15:52

    내가 건너편 상가의 모습을 약 2.5회전 가량 느릿한 모션으로 지켜보았고
    그 뒤 차량 앞 유리창(윈드쉴드)에 얼굴 우측을 부딪히면서 운전자와 아이컨택트를 했다.
    ====
    이 상황이 이해가 가네요.
    지인 차 조수석에 타고 가다 타이어가 펑크나면서 어 차가 왜이러지 하는 순간 중앙 분리대를 넘어서 차가 날아갔어요...
    그 순간 천천히 도는 필름처럼 주변이 보이고 나 죽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행히 반대편 오는 차와 부딪히지 않아 차만 폐차하고 끝났지만 정말 끔찍한 기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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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수한개신사 2017/11/25 15:56

    저도 면허를 땄지만 렌트카 몰다가 긁혔는데 회사에서 120을 청구하더군요. 보험 처리해서 어찌어찌 깍았지만...색상이 펄 화이트라고 일반 흰색이 아니라 고급 흰색이라 비용을 80만원 지불했습니다. 당시 취직 준비하던 시절이었기에 금액을 듣고 공황장애가 왔는데 그 뒤로 차가 생겼지만 여전히 운전을하게 되면 심장이 쿵쾅거리고 발작 증세가 오고는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별 일 아닌 일일지 모르지만 저에게는 큰 트라우마입니다. 비웃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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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프물범1 2017/11/25 16:02

    차가 있으면 편리하긴 한데 없어도 크게 지장은 없어요. 운전이 불편하면 면허증이 없더라도 전혀 흠이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쓴이님 상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잔인한 행동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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