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니티 시스터후드 고성당.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다.
초를 든 채, 매우 어두운 옷을 입은 시스터후드가 문을 닫은채 기다리고 있다.
성당의 맞은편. 구름같이 몰려든 학생들. 그리고 누군가의 관이, 성당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관 앞에서 총학생회의 행정관이 문을 두드렸다.
[쿵. 쿵. 쿵.]
"누가 왔는가?"
"총학생회장에게 지명된 지정생존자. 아비도스 고등학교의 정당한 고문교사. 밀레니엄 고등학교의 정당한 고문교사. C&C의 진정한 주인. 세미나의 후원자. 게임개발부의 명예부원. 초현상특무부의 지원자. 베리타스와 엔지니어부의 신실한 지원자. 게헨나의 정당한 고문교사. 선도부의 신실한 후원자. 흥신소 68의 특별고문. 미식연구부의 명예부원. 만마전의 중재자. 트리니티의 종합학원의 정당한 고문 교사. 티 파티의 명예로운 조력자. 보충수업부의 담임교사. 정의실현부의 지원자. 시스터후드의 독실한 지지자. 도서부의 후원자. 방과후 디저트부의 후원자. 트리니티 자경단의 지원자. 구호기사단의 후원자. 붉은 겨울의 콤라드. 구교사의 구원자. 지식해방전선의 명예부원. 아리우스 스쿼드의 해방자. 백귀야행 연합학원의 정당한 고문교사. 음양부의 특별고문. 마츠리부의 조언가. 인법 연구부의 지원자. 백화요란 분쟁조정위원회의 참관인. 산해경의 정당한 고문교사. 현룡문의 조언가. 현무상회의 명예부원. 연단방의 감시자. KSPD와 발키리의 후원자. 구 SRT학원 학생들의 버팀목이신
샬레의 선생이시다."
떨리는 목소리로 시스터후드의 수장이 이내 대답한다.
"우리는 그가 누군지 모른다."
[쿵. 쿵. 쿵.]
"누가 왔는가?"
"키보토스의 구원자, 샬레의 선생이다."
"우리는 그런 이를 모른다."
[쿵. 쿵. 쿵.]
"누가 왔는가?"
"선생. 한낱 죄많은...죄...많ㅇ..."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고 오열하고 말았다.
관을 메고 있는 트리니티 자경단장, 정의실현부 부부장, 선도부의 의무병, 세미나의 서기도 세차게 내린 비에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다. 아마 얼굴에서 떨어지는 것은 비뿐만은 아니리라.
"그렇다면 들어오라"
이미 실신한 수도원장을 대신해 주황빛 머리칼을 한 수녀가 쉰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이윽고 그 커다란 문이 열리고, 관이 입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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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말이지, 이런 장례식이 멋있다고 생각해."
"또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그리고 제가 일할땐 X튜브 보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첫번째에는 업적을 이룬 인간으로 두번째에는 공인으로. 그리고 마지막엔 한낱 인간으로...캬 진짜 멋있다니까.
유우카쨩! 만약 과로로 내 장례식이 열리면 이렇게 해줘야된다!"
"아니...선생님 다 좋은데, 이렇게 번거롭게 하는 이유가 뭔데요?"
"그래야 유우카쨩의 후배의 후배의 후배들도 배울거 아니겠어? 결국 사람은 죽으면 한낱 먼지일 뿐이라는 거지. 큰 업적을 쌓았던, 높은 신분을 가졌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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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의 관 앞에는 무수한 꽃들이 놓아졌다.
그러나 관 앞의 꽃을 두려는 행렬의 줄은 줄어들 기미가 없었다.
그 중에는 이 자리에 환영 받지 못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 또한 검은 연기와 함께, 삐그덕대는 그 나무관절을 챙긴채 무탈히 돌아갔다.
그 중에는 슬픔을 주체 못하는 자들이 많아 실신하는 자들도 여러 있었다. 응급의학부와 구호기사단은, 그들을 분주히 실어날랐지만 그들의 눈가 역시 부어있었다.
한번 내린 비는 처량하게, 그리고 울부짖듯이 내리고 있다.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