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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신) 푸리나는 왜 조명 아래로 돌아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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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은 그림 공부 하나랑
심리학 얘기를 좀 해볼까 한다.
그림에 심리학이라고 하니
그림 치료를 떠올릴 수 있겠는데,
전혀 아니니까 이상한 기대는 말자.
하고픈 말의 요약은.. 사실 불분명한데,
굳이 따지자면 폰타인 출시 후로
자주 보이는 심리치료 혹은
심리학의 요소가 생각보다 크고
일관된 맥락에서 시작했다는 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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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유머게시판에도 텔크시 이벤트의 주리아가

아이를 잃은 트라우마로 조현병에 걸려

환각에 취한 게 아니냐던 게시글이 떠오르네.


말하자면, 호요버스 작가진은

의도적으로 심리학과 연관된 요소의

빈도를 점차 높인다는 추측인 거지.


서사 해설은 오랜만이라서

감이 좀 안 잡히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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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난 커리큘럼부터 세부이론까지
뭐 하나 모호하지 않은 게 없어
잡학 소리나 듣는 행정학과 출신이라,
다른 것들도 똑같이 짬뽕으로 배출하는
은혜로운 저주재주를 하사받았다.(시발)
그놈의 쓰레기통 모형 말고는
기억나는 게 진짜 거의 없네, 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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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목할 만한 핵심은

푸리나가 자신을 가둔 '연극'에
제 발로 돌아간 이유를 심리학이나
심리치료의 내용을 빌려 해설하는 것임.
그럼 그림 공부부터 간다.



(잔물결 PV에서의 오페라 곡.

1시간 짜리니까 틀고 보도록,

내 글은 언제나 장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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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위 작품을 본 적 있는가?
19세기 후반의 스페인 화가인
보렐 델 카소라는 아저씨가 그린
임.
위 그림에 쓰인 회화 기법은
프랑스어로 *트롱프뢰유라 하며,
마치 3D 효과처럼 그림이
입체적이라는 착시를 일으킨다.
작품의 액자 속 소년이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것 같은 느낌을 주지?
(*Trompe-l'œil, 눈속임.)

(*잘 보면 스크린 양 옆을 미사용해
창틀 좌우의 검은 공간을 빈 공간으로
보이는 연출로 입체감을 더했다.)


호요버스가 예전에 써먹은
이 옥외광고도 같은 기법을 썼음.
그림 자체에 틀을 넣어서
평면임에도 입체감을 준 거지.
겉보기에만 그림일 뿐, 마치 실제와 같아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하고
동시에 시각을 기만하는 기법임.
문제는 이 기법을 오락적이라 느껴
당시의 비평가들은 욕을 좀 했다는데,
델 카소 아재는 이게 좀 언짢던 모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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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림에 액자까지 그려
마치 소년이 비평이라는 틀로부터
소스라쳐하며 도망치듯이 그린 것.
소년의 화가 난 듯하면서도 놀라서
도망치는 표정엔 이런 사정이 있었음.
어쨋든 이 얘기를 다룬 맥락은
재미있게도 이 기법의 '기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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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클레스 오페라 하우스.
폰타인 심판청의 역할도 겸함.)


누구나 알다시피 폰타인은
영국이나 다른 서유럽권을
모티브로 삼고 있지만,
다른 어디보다도 프랑스의
색채가 짙은 곳임.
화려한 레이스가 달린 드레스들,
19세기 전후로는 첨단이던
온갖 시설물과 건축물들..
게다가 예술 문화도 많이 나오고.
이것들도 흔히 벨 에포크라 부르는
프랑스의 20세기 전후의
경제, 문화적 전성기에서 온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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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아마 폰타인 일일임무 중
위 짤의 것은 인상파 화풍을
암시하는 것 같은데,
트롱프뢰유도 비슷한 시기에
유행한 화풍이었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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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폰타인의 배경과 달리,
서사의 핵심은 바로 기독교의
침례 교리를 대홍수 신화로 담은 점,
곧 예수의 희생과 삼위일체였음.
즉, 기독교의 출발이 테마였지.
그리고 이를 위해 포칼로스는
티바트의 물의 신이라는 작품에
'푸리나라는 트롱프뢰유'를 그려내
천리뿐만 아니라 우리까지 기만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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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푸리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을 트롱프뢰유로 구르게 만든
연극이라는 틀에 제 발로 돌아간다!
"인간이 된다는 건, 비밀을 숨기고,
고통을 겪으며, 고독과 함께해야 한다는 거야.
그래도 인간이 되고 싶니?"
대체 왜 그녀는 자신에게
500 년이나 심리적 압박을 가해
괴로움을 안긴 연극계로 돌아갔을까?


자, 폰타인 마신임무 5막을 보면
푸리나의 내면 세계에 들어가
그녀의 기억과 감정을 접한 게 기억나지?
이미 1년도 전의 스토리니까
복습도 할 겸 찬찬히 장면을 되짚자고.
5막에서 오페라 하우스에 푸리나를
강제로 유인한 뒤, 변론을 듣다가
폰타인 시민의 기원을 밝히고
고대 유적에서 발견된 석판들로
폰타인 멸망의 예언까지 다룬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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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신에 대한 사형집행이 시작되자
우리는 푸리나의 내면세계에 진입했지.
여기서 느비예트는 포칼로스를 만나고,
우리는 푸리나의 과거사를 목격한 것.
즉, 느비예트는 푸리나의 [신성]에,
우리는 푸리나의 [인성]에 접촉한 것임.
그럼, 이 상황을 심리학의 자유연상,
달리 말해 심리치료의 관점으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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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의 아버지 프로이트는
인간에게는 무의식이 내재해 있어,
평소에 마음 깊이 묻은 무의식이
우리가 눈 뜬 동안의 의식 상태에
온갖 영향을 끼친다고 봤음.
아무 생각없이 바깥을 걸었는데
알고 보니 그 경로가 예전에 죽은
반려견과 거닐던 산책로였다면
옛 반려견과의 추억을 그리워한 셈이고,
어느 노래를 듣는데 괜히 위축된다면
옛날에 음치라고 놀림 받던 기억이
일종의 트라우마처럼 발동해 그 사람의
실제 언행에까지 영향을 미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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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반려견 주인의 무의식에는 슬픔이,
음치의 것에는 노래에의 공포가 서린 것.
물론 푸리나도 비슷한 증상이 있었다.
다만 그녀의 것은 좀 만성적이었지.


500 년이나 반복된 푸리나의 연극은
그녀의 일상 전반에까지 퍼지는 바람에
편안히 카우치에 앉아 대화만 해도
자신도 모르게 고통의 눈물을 흘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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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의 사례에 나온 산책로나 노래를
프로이트의 말을 빌리면 '*표상'이라 하는데,
누군가의 감정과 기억이 무의식에 잠들고
이를 연상할 만한 불안이나 욕망의 자극에
깨어나면 그제야 실제 반응으로 드러남.
(*Vorstellung)
그럼 푸리나의 표상은 무엇일까?
힌트는 '연극'에서 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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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에 가려진 조명까지 합쳐
총 세 개의 조명이 푸리나를 비춘다.)


그래, 바로 '조명'이다.
아니, 조명'들'이라고 해야겠지?
그녀의 무의식에 억지로 눌러 담은
온갖 부정적 감정은 500 년이나 쌓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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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을 끄지 않고 대화하면 여전히
'연극'을 멈추지 않고 연기한다.)


그녀와의 진솔한 대화를 하기 위해
여행자가 내면세계 속 조명 셋을
하나씩 끄는 장면은, 푸리나의
심리적 방어기제를 차례대로
무력화시키는 걸 시각화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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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조명 셋 중 둘을 끄면 각각
'속박'과 '족쇄'라는 태엽인형 경비가
우리에게 달려들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를 끄고서야
진정한 내면 세계의 초대장을 받고,
푸리나가 펼친 '연극'의 무려
제 182375 막(..)까지 보여주는데,
끔찍하게도 조명이 푸리나의
침실에까지 드리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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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이 정말 끔찍한 이유는
푸리나가 경계심을 완전히 풀고
휴식을 취해야 할 공간에서마저,
그녀가 '족쇄'를 달아야 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기 때문임.
즉, 500 년 동안 그녀에게서
'온전한 휴식'은 완전히 박탈됐다.


그런데도 푸리나는 '비밀' 때문에
제 182376 막으로 넘어가서

리니의 함정에 동승했을 때,
여행자의 유도 심문을 뿌리치고
포칼로스의 트롱프뢰유 노릇을
그만두지 못하며 오페라 하우스에
강제로 끌려오게 되고 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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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내용에 따르면 푸리나는
이미 이 장면의 전에도 지인들과 교류하며
어느정도 마음의 상처를 추스렀다는데,
우린 그걸 보지 못해 괴리감이 심했다. 시발!)


문제는 호요버스 작가진이 일을
이렇게 벌여놓고는 수습을 안 해서
푸리나의 전설임무로 이어지는 탓에,
우리는 푸리나에 대한 조치가
미비했다는 인상을 받는 점이다.
폰타인 마신임무는 이것 외에도
다른 테마를 많이도 의도했는데,
거의 모두 내팽개치고 넘기더라고.
..이 얘기는 나중에 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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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망해가던 극단에 처음으로
팔려가는 알선을 받는 푸리나.)


자, 어쨋든 그렇게 푸리나의
전설임무 1막으로 넘어와서,
그녀의 연극계 복귀를 도왔지.
대홍수 사태가 완료된 후에는
잔잔한 마음으로 맬모니아 궁마저
완전히 떠나 어느 골목에 정착하지만,
마음의 짐을 덜었을 뿐이지, 그 빈 공간에
다른 무언가를 채우지는 못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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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역마저도 역할이 의도적이었음.)


그렇기에 그녀가 연극을 선택해
'조명' 아래로 돌아가, 그 빈 공간을
자신의 '족쇄'로 채운 점이 흥미로워짐.
이런 선택은 프로이트의 말을 빌리면
방어기제의 *승화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가 흔히 쓰는 그 일상용어
승화(昇華)와 같은 말이 맞다!
(*Sublimier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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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화의 사전적 의미.)


승화의 뜻은 일반적으로 여기던 요소를
보다 고차원적인 요소로 격을 높여
당사자의 욕구를 예술 활동 등으로
맞바꾸어 충족시키는 일이지.
프로이트의 승화는 여기서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욕망이나 충동, 특히 성충동과
연관된 행위를, 생산적이면서도
창의적인 행위로 전환하는 작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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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영화 처럼
폭력성이 강한 불량학생이
선생님 역의 주인공을 만나고
그 폭력성을 복싱 같은 스포츠로
감정 분출의 대상을 옮겨 사회적 성취를
달성하는 것도 승화의 예시가 됨.
그렇다, 푸리나도 포칼로스로부터
억지로 떠안은 트롱프뢰유를,
자신을 가두던 감옥이 아니라
예술적 욕망으로 승화시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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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푸리나는 우리에게 거짓인 연극을
진실된 자신의 무대로 맞바꾸어 족쇄를 풀고
마침내 해방된 자유인처럼 느껴진 셈.
때문에 특정한 운명의 길이 정해지면
신의 눈을 하사받는 티바트에서,
그녀 역시 물 원소의 축복을 받아
마침내 운명의 개척자로 포섭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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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맥락을 티바트에서
심리치료의 맥락으로만 보기에는
뭔가 뒷맛이 좀 슴슴하다.
왜냐하면 이런 심리치료에
실존주의를 얹어 해설할 만한
다른 사례도 있기 때문임.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특히 영지주의라는 배경지식까지
접한 유저라면 티바트 서사가
아주 큰 맥락을 그리는 신화이자
전설의 장소임을 느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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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히다라면 어떨까?
수메르와 폰타인은 사실 테마가
겹치기에 한 번에 다루는 쪽이 좋겠다.
두 지역 마신임무의 공통된 테마는
바로 '어머니와 딸의 사랑' 이야기지.
대다수가 어머니인 룩카데바타와 포칼로스가
스스로 희생하는 점에만 주목하던데,
사실 우리가 눈여겨 볼 지점은 따로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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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자아 분화'라는 요소임.
(*Differentiation of self.)
심리학 관련 수업을 들었다면,
특히나 심리치료 기법에 대한 수업이면
거의 반드시 거치는 내용이 있음.
보웬의 *다세대 가족치료 기법인데,
이는 주로 조부모, 부모, 그리고
자녀 세대의 3개 세대를 기준으로,
조부모 세대로부터의 양육 환경에서
고압적이고 가부장적이던 훈육 문화가
자녀 세대에까지 스트레스를 전수하여
발생한 정신문제를 치료하는 기법임.
(*Multigenerational Family Thera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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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레이 보웬 박사의 다세대 가족치료는
그 자신의 가족체계이론에 기반했다.)


즉, 위의 관점에서 자아 분화란,
가족 내의 대인관계에서 자녀 세대가
얼마나 정서적으로 분리되어(독립하여),
*자녀 세대인이 자신만의 입장과 신념을
제대로 갖췄는지를 따졌다는 얘기임.
(*커플 사이의 문제 같은 관계에 써먹기도 함.
시발 커플지옥, 커플지옥, 커플지옥, 커플지옥..)
간단히 말하면 자아 분화는
가족관계에서 자녀의 독립심이나 주체성,
혹은 자기결정력 등을 측정하는 지표임.
조부모와 부모로부터 주관을
뚜렷이 갖지 못해 자아 분화가
안 된 상태를 *미분화됐다고도 하고.
(*Undifferenti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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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자아 분화의 정도를 올리는 게
다세대 가족치료의 목적이란 거지.
애가 다 크고 밖에 나서고도 알아서
잘 해야 가족뿐 아니라 사회에도 이롭잖겠나!
덧붙여, 심리학의 투사와 내사라는
개념도 알고 가면 좀 도움이 되는데,
투사(projection)는 자아가 수용하기
힘든 감정적 동기를 외부 대상에게
덮어씌우는 심리적 방어기제이고,
내사(Introjection)는 타인의 언행과
사유를 스스로에게 덧씌우는 것임.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감이 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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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사의 핵심은 자신의 감정을 보호하되,

그렇다고 부정적인 감정을 외부에
무분별하게 쏟아내지 않도록 하고,
내사의 핵심은 외부의 부정적 요인을
스스로에게 투영시키지 않도록
방어하는 것이 두 개념의 핵심 되시겠다.
쉽게 말하면 투사는 남 탓,
내사는 내 탓하기란 말임.
(참고로, 우리가 앞서 본 승화가
이 투사를 건강한 방식으로
전환한 방어기제가 되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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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히다의 경우는 룩바데바타와의 관계를
[태양과 달]에 비유하면서 어머니는
지혜롭고 위대하기에, 딸인 자신은
한사코 그 위업에 다다르지 못한다고
스스로를 위축시킨 미분화 상태가 문제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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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수메르 아카데미아 고위층이
그녀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허공 시스템의 배터리 노릇이나 시키고
감금한 게, 나히다의 눈으로 보면
스스로를 내팽개치라는 차별적인 사유를
강제로 투사한 일이 되는 셈.
이쯤이면 다세대 가족치료의 대상이
주로 자녀 세대가 되는 이유를
또또칸 유게이는 눈치챘겠지?
(*물론 부모 세대도 상담사에게
전문적인 상담을 거치기는 한다.)
아직 감정적인 방어기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자녀에게는,
적합한 자아 분화의 정도에 미달해서
나이가 어릴수록 쉽게 부정적인 감정을
내사하는 게 과도한 스트레스가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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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왜, 드라마에서 이혼법정 장면을 보면
애들이 부모의 갈등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흔하지만 안타까운 장면이 많잖음?
이런 이유로 룩카데바타가 스스로를
지맥에서 지우는 '완전한 망각'으로써,
나히다에게 고난할지라도 꿋꿋이
뜻한 바를 견지하라며 격려한 이별이
그토록 아름다울 수밖에 없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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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다여, 슬퍼 마라. 탄식하지도 말라.
애착하는 모든 것은 언젠가 떠나 보내게
마련이라고 내 그토록 말하지 않았던가?")


이 장면은 판타지 장르이기에 가능한
티바트에서만의 특별한 자아 분화이자,
불교의 입장에서 보면 제법무아 교리를
아주 극적으로 푼 서사가 됐으니까.
나히다는 다른 무엇에도 기대지 않고
스스로 정진해 성취하라는 석가모니의
유언을 홀로 달성하며 신위를 되찾은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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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역사에서도 불교 철학이

쇼펜하우어 같은 염세주의자를 거쳐
실존주의의 토대를 제공하면서,
훗날 심리치료 기법에까지 영향을 주어
자아 분화라는 핵심요소에 협조했음을 보면,
분야도, 지향점도 다른 이들이 모여 이룬
우연적인 맥락이 잘도 우리 같은
씹덕들이 즐기는 게임에서 압축되어
스민 점은 정말이지 공교롭구만.
자, 오늘은 이쯤 했으면 할 만큼 했다.
다음에 또 다른 씹을거리 생기면
정성스레 되새김질해서 가져오겠음.





p.s. 혹시 내가 써놓은
다른 글들 보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이용하면 됨.
https://m.ruliweb.com/game/85342/read/23474
요건 각종 유래, 모티브 관련 글,
https://m.ruliweb.com/game/85342/read/27930
요건 이번 게시글 같은
각종 서사해설 글 모은 거임.

댓글
  • 밤그네 2025/03/02 23:19

    잘 봤는데 닉네임이 왜그래!

    (oDfO9Q)

  • 리월행은 설산루트로 2025/03/02 23:29

    눈도 답을 알고 있다.

    (oDfO9Q)

  • 밤그네 2025/03/02 23:30

    끼에에에엑

    (oDfO9Q)

(oDfO9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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