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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아기냥 구하기 (용량주의, 긴글주의) - 세줄요약있음.

 
세줄요약
다섯형제 중 두마리 죽고 세마리째 죽어가는 새끼고양이 금요일 오후에 구조
3박4일동안 보살핌
월욜 아침에 여차저차해서 어미가 받아줌
 
남편 회사 주차장에 자리을 잡은 삼색냥이가 한달 조금 전에 새끼를 다섯마리 낳았어요. 
아직 추워지기 전인데도, 새끼들이 워냑 약하게 태어났나봐요.
한마리는 죽고, 한마리는 다죽어가다는 말 듣고 구하러 갔는데 애가 기를쓰고 넘어 가버려 못잡고 결국 그렇게 죽었지 싶어요.
세번째 냥이도 얼굴이 이상하고 비실비실한데 어미냥이 안챙기는것같다는 말을 듣고 도저히 그냥 있을수가 없어서 들러봤어요.
세번 방문만에 겨우 잡아보니 태어난지 한달된게 삐쩍 마르고 눈곱에 콧물에 다죽어가더라구요...
아무리 봐도 그냥 두면 죽겠고, 데려오자니 어미냥이 다시 안받아줄것같고...
남편이랑 얘기 하다가 결국 살리기는 해야겠어서 병원에 갔어요.
수컷이고 무게는 350g... 병원에서도 똑같은 말을 했어요.
치료 안하면 죽을거고, 치료하면 어미가 안받아들일거라구요...
입안에 커다랗게 종양이 생겨서 먹는게 힘들어서 더 낫기 힘들거라고도 했어요.  
결국 안약과 약 3일치에다가 AD 캔 하나를 받아서 집에 왔습니다.
토일은 회사가 쉬니 매일 가서 약을 줄 수가 없었거든요.
집에오니 주인님이 냄새를 맡고서 짜증을 엄청 냈어요.
집에 다른 고양이가 들어온게 처음이니 화가 날만도 했겠죠. (미안해... 어쩔수없었어)
마침 그날 집에 배달이 와서 큰 박스가 있었서 거기 은신처를 만들어줬어요.
작은방에다가 박스를 두고 그 안에 작은 박스에 애기냥을 넣고 옆에 화장실을 만들어줬어요.
근데 애기냥은 나올 생각을 않더라구요...
일단 다시 상자에서 꺼내서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애기가 반항할 기운도 없는지 축 늘어져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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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안쪽에 종양이 있어서 맛을 보기 힘들고 젖 빨기도 힘들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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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이 아프니까 축 늘어져서 기운이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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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정말 퉁퉁 붓고 털이 다 빠져서 보기만해도 맘이 아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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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도국 애기들 배나오듯 얘도 삐쩍 말랐는데 헛배만 나왔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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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싶어서 AD 캔에다가 가루약을 타서 줬는데, 얘가 정말 공격적으로 밥을 먹는거에요.
좀전까지 그렇게 쳐져있던 모습이었다고 믿을수 없을만큼 열심히 밥을 먹었어요.
밥 잘 먹는거 보니까 잘하면 살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일단 밥 다 먹은거 확인하고서 눈에 안약 넣어주고서 얼굴도 좀 닦아줬어요.
베이비물티슈와 면봉으로 눈곱이랑 콧물 수시로 닦아주니까 얼굴이 조금 깨끗해지더라구요...  
10분 정도 쉬게한 뒤 따뜻한 물티슈로 배변자극을 줬어요.
저도 구조하는게 첨인데다가, 배변활동시켜보는것도 첨이라 인터넷에서 본대로 열심히 해봤는데 애기가 반응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다시 박스에 넣어두고 위에 천을 덮어서 어둡게 해줬어요.
근데 이녀석이 배부르면 자면 되는데 잠도 안자고 애옹애옹 우네요,,,
그때부터 팔자에 없는 육아가 시작되었어요.
4시간마다 밥먹이고, 약넣어주고, 울면 바로바로 가서 안아주고, 계속 배변자극 주고 하며 30분마다 깨면서 하루를 꼴딱 샜어요.
 
 
이녀석을 계속 케어한 덕분인지 다음날 아침에 밥 먹더니 그루밍을 하더라구요... ㅎㅎ
고양이가 잘먹고 그루밍하면 일단 고비는 넘겼다는 말을 들었어서 정말 안심 되었어요.
근데 얘가 두부모래라 어색한건지 아니면 아직 모래 자체를 모르는건지 그냥 패드 위에다가 싸더라구요...
쉬는 어쨌든 24시간동안 4번 쌌는데, 응가를 한 번도 안해서 걱정이 되었어요.
다시 차에 싣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병원에서는... 애기가 너무 먹은게 없어서 배가 텅 비어서 배변이 나올게 없어서 아직 안나오는거라고 했어요.  
어미냥이 버릴때는 젖을 안준다던데... 정말 그래서 그랬는지, 애가 배가 너무 비어서 응가가 속에서 만들어진게 없었더라구요...ㅠㅠ
일요일 저녁 8시경까지 배변을 보지 않으면 먹이라고 물약을 줘서 일단 안심은 되었습니다.
근데 집에 와서 다시 밥 잔뜩 배 터질만큼 먹이고 다시 박스에 뒀는데 뭔가 애가 엄청 크게 우는거에요.
그래서 뭔가 싶어서 박스를 들여다봤더니... 얘가 응가를 정말 이쁘게 싼거에요!! ㅎㅎ 딱 좋은 정도의 응가였어요.
게다가 처음으로 감자도 만들어놨네요?? ㅎㅎㅎ
하루만에 밥도 잘먹고, 감자도 만들고, 맛동산 만들고서 그루밍까지... ㅠㅠ 진짜 눈물나게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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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이틀동안에는 매번 종이컵을 잘라서 밥그릇을 만들어 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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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토요일)에는 얼굴이 많이 이뻐졌어요. 눈곱이랑 콧물 여전히 좀 있고 빨갛긴 하지만 부은것도 많이 가라앉았구요.
 
 
힘이 좀 나는지 박스를 탈출하고 구석에 숨고 해서 숨바꼭질 하느라 하루가 다 갔네요.
이때부터 스을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얘를 어미냥으로 돌려보내면 얘가 다시 받아들여질건가... 혹시 안받아주면 어쩌나... 입양처를 찾아야하나... 등등...
남편은 제가 하는일에 그냥 지지해주는 타입이라 크게 뭐라 하지는 않았지만, 아직 아기냥이 너무 어리다는데는 의견이 같았어요.
최소한 한 달은 더 어미젖을 먹었으면... 했거든요.
 
 
또 하루를 4시간마다 밥주고, 약먹이고, 안약넣고, 화장실 청소 해주고 하니 일요일 오전에는 정말 좋아졌어요.
생식본능 습식캔 오리고기를 줬더니 안먹으려해서 거기에 츄르를 뿌려줬더니... ㅎㅎㅎ 다시 공격적으로 밥을 먹었어요.
두어번 얹어줬더니, 츄르만 먼저 핥아먹는거에요!! ㅎㅎㅎ 역시... 마성의 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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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빨갛게 염증 생겼던것도 다 가라앉고, 눈곱도 거의 안났어요. 귀랑 엉덩이쪽도 깨끗하게 닦아줬구요.
 
 
다행이 집에 애기전용 물티슈를 쓰고있어서 애기냥이 닦아주면서도 맘은 좀 편했어요.
이정도면 월요일에 어미냥이 받아주기만 하면 나머지는 자연회복 가능할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근데 얘랑 한 방에서 며칠 지내다보니까 정이 은근 들더라구요... ㅎㅎㅎ 일부러 이름도 안지어줬는데요.
마지막 밤은 생각보다 잠을 잘 자서 4시간에 한 번만 깨서 좀 살만했어요.
 
애기가 완전 힘이 넘쳐서 계속 박스 탈출해서 싸돌아다니려는걸 잡아다가 마지막으로 밥을 듬뿍!! 줬습니다.
안약도 다시 넣어주고, 물티슈로 눈주변, 코주변 다 닦아주고 얼굴을 보니 애가 좀 이뻐보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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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좀 억울하게 불쌍한 표정이고, 형제들 중에서 젤 못생긴 녀석이긴 하지만, 그래도 처음에 비하면 엄청 이뻐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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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 데려갈 때 담아갔던 박스에, 첨 병원간 날 받아왔던 패드로 애기를 쌌어요.
 
여기에 쉬한것까지 있어서 그냥 데려다놓는것보다는 나을것 같았어요.
남편 회사 주차장으로 가서 어미냥이 있는 쪽으로 가봤더니 어미냥은 어디론가 외출하고 없었어요.
일단 애기를 패드와 함께 박스집 안으로 넣었습니다. 거기 있으면서 다른 새끼들이랑 어미냥 냄새가 뭍기를 기도했죠.
남편 말로는 아침마다 그 박스에 일가족이 자고있는걸 봤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잘 지내기를 바라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근데!!! ㅎㅎㅎ 남편이 전화가 왔어요.
새끼냥 세마리가 함께 장난치며 놀고있다구요...ㅎㅎㅎ
그리고 몇시간 뒤 또 전화 왔어요.
어미냥이랑 다 같이 있다고... ㅠㅠ 진짜 눈물 날것같았어요.
사실... 얘가 셋 중에서 덩치가 젤 작고, 어미냥도 따로 편애하는 녀석이 있긴 해요. (덩치 젤 큰 녀석)
그래도 다시 가족으로 받아들여져서 체온도 나누고, 젖도 먹고, 사회성도 기르고 한다는게 정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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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냥 만나기 전에 삼형제가 이렇게 꼭 붙어있어서 운 좋게 가족으로 다시 받아들여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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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엄마냥이 또 새끼를 가진듯하긴 해요... 어쩔수없겠죠... 여긴 좀 외곽이거든요.
 
새끼냥이 잘 돌아간 이후에도 매일 방문해서 애기들 지내는거 구경도 하고, 사료를 주곤 해요.
남편이 아침저녁으로 물도 떠다주고요.
그리고, 요즘 너무 추워진듯해서, 겨울용 집도 하나 마련해서 뒀습니다.
커다란 김장용스티로폼에, 단열에어캡 3겹하고, 항균시트로 덮어주고, 밖엔 어두운 색으로 시트지 붙여서 나뒀어요.
이쪽이 좀 외곽이라 길냥이들 해꼬지 하는 사람이 없어서 좀 나은 편이긴 하지만, 그만큼 더 춥긴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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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애기냥이 아직도 약간... 은따같은... 그런 분위기라서 매일 지켜보고는 있어요.
혹시... 이녀석이 못살아남을것 같으면 집에 데려와서 보살피다가 입양을 보낼 생각도 있고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제가 또 감당해야 할 일들이 생기겠지요...
 
 
재작년 가을에 키우던 13살 강아지를 암으로 보내고,
작년 가을에 3~4살로 추정되는 노랭이를 집에 데려오고,
올해 가을은 이렇게 쬐매난 아깽이를 잠깐이나마 보살피게 되었습니다.
긴 긴 겨울동안 모든 생명이 너무 힘들지 않게 겨울을 나고, 다시 봄을 맞이하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 제주이민이꿈 2017/11/11 22:44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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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이만땅 2017/11/11 23:48

    복 받으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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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778 2017/11/11 23:51

    돌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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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빙구네1204 2017/11/11 23:57

    세상을 따뜻하게 해주시는 그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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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지앙마 2017/11/12 00:05

    천사는 존재한다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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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구누나 2017/11/12 00:17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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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들린검사 2017/11/12 01:37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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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리아독 2017/11/12 01:50

    다행입니다 정말 좋은일 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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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약만지키면 2017/11/12 01:58

    작성자분의 정성에 감동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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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귀찮음 2017/11/12 01:58

    감사합니다
    꼭 좋은 일 있으시기를..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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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nuejisu 2017/11/12 01:58

    이런 분이랑 살다니
    남편분 전생에 나라를 구핫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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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로키티 2017/11/12 02:11

    많은 생명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ㅜㅜ!
    복 받으실거에요 작성자님~ ^^*
    정말 복 많이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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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적 2017/11/12 02:32

    두분다 마음이 정말 고우세요 복받으실 거에요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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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라이언 2017/11/12 02:47

    어미가 다시 새끼고양이를 거두었다니 감격했어요 ㅠㅠ
    수고 많으셨고 복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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